
태국 주유소에서 먹은 3가지 로컬 음식 | 카오카무 똠얌 꿔띠아우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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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주유소에서 점심을 먹는다고?
태국 여행 중에 길거리 음식을 제대로 먹어보고 싶다면, 의외의 장소를 하나 알려드릴게요. 바로 주유소예요. 태국 로컬 맛집이 주유소 안에 있다고 하면 한국 사람들은 다들 의아해하거든요. 한국에서 주유소는 기름 넣고 바로 빠지는 곳이니까요. 편의점 하나 붙어 있으면 큰 주유소인 거고, 삼각김밥 하나 집어 드는 게 전부잖아요.
태국에 3년 살았어요. 태국인인 와이프랑 라용에서 같이 살았는데, 그날도 집에 가는 길에 PTT 주유소에 들렀어요. 기름 넣으면서 와이프가 여기서 점심 먹고 가자고 했거든요. 태국 주유소는 기름만 넣는 곳이 아니에요. PTT 같은 대형 주유소는 편의점, 카페, 식당, 마사지숍까지 들어 있는 복합 스테이션이에요. 오늘은 그 PTT 주유소 안 식당에서 와이프랑 먹은 태국 음식 세 가지, 족발덮밥 카오카무, 똠얌 라면, 선지국수 꿔띠아우 이야기를 해볼게요.

이게 라용 PTT 주유소 풍경이에요. 빨간 파라솔 아래 벤치가 놓여 있고, 뒤쪽으로 세븐일레븐이랑 카페, 식당 건물이 보이잖아요. 주유소라기보다는 작은 쇼핑몰 같은 느낌이에요. 태국에 처음 여행 왔을 때는 이게 신기했는데, 3년 살다 보니까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한국 고속도로 휴게소 vs 태국 국도 주유 스테이션
한국과 태국은 도로 사정 자체가 달라요.
🇰🇷 한국
고속도로가 전국에 촘촘하게 깔려 있어요. 50km도 안 돼서 휴게소가 계속 나오고, 휴게소마다 푸드코트, 편의점, 화장실이 잘 갖춰져 있습니다. 대신 일반 국도 위 주유소는 기름만 넣는 곳이 대부분이에요.
🇹🇭 태국
고속도로도 있지만 아직까지 대부분의 이동은 지방 국도를 통해 이뤄져요. 그래서 국도변 주유소마다 편의점, 카페, 식당, 마사지숍까지 갖춘 복합 스테이션이 발달했어요. 한국보다 훨씬 많은 수의 주유 스테이션이 있습니다.
한국은 고속도로 휴게소가, 태국은 국도 주유 스테이션이 여행자의 쉼터 역할을 합니다.
한국은 고속도로 중심으로 휴게소가 발달했고, 태국은 지방 국도 중심으로 주유소가 스테이션화된 구조예요. 방향은 다르지만 이동 중에 쉬면서 밥 먹고 커피 마실 공간이 필요하다는 건 어디나 똑같더라고요.
주유소 식당은 이런 분위기예요

주유소 식당 앞에 이렇게 스테인리스 테이블과 의자가 쭉 놓여 있어요. 태국 로컬 식당에서 정말 흔하게 보이는 스타일인데, 한국으로 치면 분식집 앞 철제 테이블이랑 비슷해요. 반실내 반실외 구조라 바깥 바람을 맞으며 먹는 건 나쁘지 않은데, 솔직히 태국 한낮에는 앉아 있기만 해도 등에 땀이 줄줄 흘러요. 에어컨은 당연히 없고 선풍기 하나 돌아가면 그나마 다행이에요. 근데 와이프는 이런 자리를 오히려 더 좋아해요. 태국 사람들은 에어컨 빵빵한 실내보다 바깥 자리에서 먹는 걸 선호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라면을 골라주면 끓여주는 시스템

식당 한쪽에 이렇게 라면과 생면이 잔뜩 진열돼 있었어요. 여기서 라면을 하나 골라주면 주방에서 이것저것 재료를 넣어 끓여주는 시스템이에요. 한국의 김밥천국에서도 라면을 시키면 끓여주잖아요. 비슷한 것 같지만 방식이 좀 달라요. 한국은 냄비에 물 넣고 스프 넣고 계란까지 완전히 조리해서 나오는 완전조리형이에요. 반면 태국은 면을 뜨거운 물에 살짝 데쳐서 그릇에 담고, 그 위에 육수를 부은 다음 고기, 야채, 고수 같은 토핑을 얹어주는 간편조리형이에요. 면 식감이 좀 더 살아 있고, 국물도 한국 라면처럼 걸쭉하지 않고 맑은 편이에요.
이게 태국 족발이라고? 한국이랑 너무 똑같아서 놀랐어요


이게 태국의 족발이에요. 처음 봤을 때 솔직히 놀랐어요. 뭐지? 이거 한국 족발 아니야? 윤기 나는 갈색 껍데기, 뼈째 푹 조려서 흐물흐물해진 살, 밑에 깔린 푸른 잎채소까지. 한국 재래시장 족발집 쇼케이스에 올라가 있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비주얼이에요. 간장 베이스로 오래 조렸다는 게 색깔만 봐도 딱 느껴지고, 껍데기가 투명하게 젤라틴화된 것도 한국 족발이랑 거의 똑같았어요.
태국 음식이라고 하면 톰얌꿍이나 팟타이처럼 향신료 강한 걸 먼저 떠올리잖아요. 근데 카오카무는 그런 계열이 아니라 한국 장조림 스타일에 가까운 맛이에요. 중국계 이민자들이 태국에 전파한 음식이라 동아시아식 간장 조림 계열이거든요. 한국 족발과 뿌리가 비슷하니까 닮을 수밖에 없었던 거예요.
카오카무 한 그릇, 완성된 태국식 족발덮밥



이게 완성된 카오카무, 태국식 족발덮밥이에요. 와이프가 시켰는데 반반 나눠 먹었어요. 밥 위에 푹 조린 족발을 듬뿍 올리고, 그 위에 조림 국물을 자작하게 부어서 나와요. 옆에는 데친 청경채랑 절인 겨자잎 채소가 곁들여져 있고요.
한국에서 족발을 시키면 보통 두 가지잖아요. 슬라이스로 나와서 새우젓이나 쌈장에 찍어 먹거나, 미니족발이 통째로 나와서 뜯어 먹는 방식. 밥이랑 같이 먹긴 하지만 족발 자체는 반찬 겸 안주에 가까운 포지션이에요. 근데 태국은 아예 밥 위에 올려서 한 그릇 덮밥으로 완성시켜 버려요. 조림 국물이 밥에 스며들면서 밥알에 간이 배는데, 이게 자꾸 숟가락이 가더라고요.
가격은 한 그릇에 60바트, 한국 돈으로 2,700원 정도였어요. 한국에서 족발 시키면 미니족발이 2만 원, 슬라이스 소자가 3만 원은 하잖아요. 물론 양이나 부위가 다르니까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밥까지 포함된 한 끼로 보면 이 가격은 진짜 말도 안 돼요. 처음 카오카무를 먹어본 건 방콕 아속에 있는 터미널21 푸드코트였는데, 그때도 가격 보고 놀랐었거든요. 라용 주유소 식당은 그보다도 더 쌌어요. 라용 집 근처 야시장에서도 자주 사 먹었는데, 어디서 먹어도 대체로 이 가격대예요.
한국 족발 vs 태국 카오카무, 식감이 이렇게 다릅니다



카오카무를 가까이서 보면 이래요. 재스민 라이스 위에 족발이 올라가고, 한쪽에는 절인 겨자잎 채소, 반대쪽에는 데친 청경채. 조림 국물이 접시 바닥에 자작하게 깔려 있어요.
먹어보면 한국 족발이랑 식감이 꽤 다릅니다.
🇰🇷 한국 족발
식감이 쫀쫀하고 탱탱한 편이에요. 껍데기 부분도 쫄깃하게 씹히고, 살코기는 결이 살아 있어서 이로 뜯어 먹는 맛이 있습니다. 간은 비교적 약한 편이라 새우젓이나 쌈장 같은 소스에 찍어 먹어야 맛이 완성돼요.
🇹🇭 태국 카오카무
식감이 흐물흐물할 정도로 부드러워요. 껍데기는 입안에서 녹고, 살코기도 숟가락으로 누르면 결대로 풀어집니다. 간장과 설탕 베이스라 한국 족발보다 확실히 달달하고, 별도 소스 없이 밥에 비벼 먹으면 그 자체로 간이 딱 맞아요.
외형은 놀라울 만큼 비슷하지만, 식감과 맛의 방향은 제법 다릅니다. 한국인 입맛에는 둘 다 만족스러운 음식이에요.
절인 겨자잎 채소가 의외로 큰 역할을 해요. 족발이 달달하고 기름진 편이라 자칫 느끼해질 수 있는데, 이 새콤한 채소가 입안을 한 번 정리해 줘요. 한국으로 치면 족발에 곁들이는 절임 무 같은 역할인데, 태국인인 와이프 말로는 이 절인 채소 없으면 카오카무가 완성이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똠얌 마마, 태국식 똠얌 라면의 세계


이건 내가 시킨 똠얌 마마, 태국식 똠얌 라면이에요. 아까 라면 코너에서 골라서 끓여달라고 했던 결과물이 이거예요. 마마는 태국의 국민 라면 브랜드인데, 한국으로 치면 신라면 같은 위치예요. 그 마마 라면을 똠얌 육수에 끓이고, 위에 어묵볼, 돼지고기 조각, 다진 땅콩, 고추기름, 파, 건새우까지 잔뜩 올려서 나와요. 태국 편의점 세븐일레븐에서도 마마 라면을 사서 끓여달라고 하면 해주는데, 식당에서 먹는 게 토핑이 훨씬 풍성해요.
솔직히 말하면, 처음엔 한 그릇을 못 비웠어요
솔직하게 말할게요. 이 라면은 한국 사람들 대부분이 한 그릇을 못 비워요. 맵거나 짜서가 아니에요. 한국에 이 맛 자체가 없어서 입이 받아들이질 못하거든요. 레몬그라스, 갈랑갈, 카피르 라임 잎이 만들어내는 신맛과 향이 한국 음식 어디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조합이에요. 한국의 매운맛은 고추장이나 고춧가루 베이스라 익숙한 매움인데, 똠얌의 매움은 거기에 강한 신맛과 허브 향이 겹쳐져요. 처음 먹으면 이게 맛있는 건지 아닌 건지 판단이 안 서요.
나도 처음부터 잘 먹은 게 아니에요. 태국을 두 번 여행하는 동안 똠얌은 입에도 못 댔어요. 세 번째 태국 방문부터 겨우 한 숟가락씩 들어가기 시작했는데, 그 맛을 한번 알고 나니까 자꾸 땡기더라고요. 라용에 살면서 일주일에 한두 번은 꼭 먹게 됐어요. 한국 돌아온 지금도 쿠팡에서 마마 똠얌 라면을 계속 주문해 먹고 있는데, 솔직히 현지에서 먹는 그 맛은 안 나요. 신선한 허브가 들어가는 현지 버전이랑 건조 스프로 만든 수입 라면은 아무래도 다를 수밖에 없어요. 가격은 한 그릇에 50바트, 한국 돈으로 2,250원 정도였어요.
꿔띠아우 남똡, 태국 선지 국수의 깊은 맛



이건 와이프가 시킨 꿔띠아우 남똡, 태국식 선지 돼지고기 국수예요. 검은 국물이 강렬해 보이죠. 선지를 베이스로 넣어서 걸쭉하고 진한 갈색이 되는 게 특징이에요. 남똡이 태국어로 "폭포"라는 뜻인데, 국물 색깔을 보면 이름이 이해가 돼요.
와이프는 이걸 어릴 때부터 먹고 자랐대요. 태국 사람들한테 꿔띠아우 남똡은 한국의 설렁탕이나 칼국수 같은 포지션이에요. 특별한 날 먹는 게 아니라 점심에 후루룩 먹는 일상적인 한 끼인 거예요.
한국 선짓국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의 맛
국물을 한 숟가락 떠보면 한국의 선짓국이랑 비슷한 듯 완전히 달라요. 한국 선짓국은 된장이나 고추장 베이스로 구수한 방향인데, 태국 남똡은 간장, 식초, 고춧가루, 설탕이 섞인 새콤달콤매콤한 방향이에요. 위에 빻은 고춧가루와 다진 파가 떠 있고, 푹 삶은 돼지고기 조각을 건져올리면 결대로 풀어질 만큼 부드럽습니다.
태국 여행 음식 추천 리스트에 이건 꼭 넣어두세요. 똠얌 마마보다 한국인 성공률이 훨씬 높아요. 똠얌은 허브 향 때문에 첫 벽이 높은 편인데, 꿔띠아우 남똡은 간장 베이스라 거부감이 적거든요. 진한 국물에 면을 적셔 먹으면 한국에서 소고기국밥 먹을 때랑 비슷한 만족감이 있어요. 가격도 50바트, 한국 돈으로 2,250원이었어요.
바질과 숙주가 만드는 균형


가까이서 보면 이래요. 태국 바질 잎이 국물 위에 생으로 얹혀 있는데, 이걸 국물에 살짝 담갔다가 고기랑 같이 먹으면 허브 향이 은은하게 올라와요. 면은 쌀국수라 투명한 식감인데, 숙주나물이 섞여 있어서 아삭한 식감이 중간중간 씹혀요. 진한 국물에 면만 있으면 무거울 수 있는데, 바질과 숙주가 균형을 잡아줘요.
젓가락으로 건져 올린 고기 한 점


젓가락으로 건져 올린 고기 한 점이에요. 결이 완전히 풀어져 있는 게 보이죠. 오래 조린 게 색깔만 봐도 느껴지고, 젓가락으로 집었는데도 적당히 형태는 유지하면서 입에 넣으면 힘 안 줘도 부서져요. 주유소 안 식당에서 이 정도가 나온다는 게 놀라웠어요. 와이프한테 여기 원래 이렇게 잘해? 하고 물어봤더니 웃으면서 태국은 길거리 음식이 제일 맛있는 나라라고 하더라고요. 3년 살면서 느낀 건데, 그 말이 맞아요.
세 그릇 합쳐서 7,200원, 태국 주유소를 그냥 지나치지 마세요
주유소에서 밥 먹었다고 하면 한국에 있는 지인들은 다들 웃어요. 근데 카오카무 60바트, 꿔띠아우 50바트, 똠얌 마마 50바트, 세 그릇 시켜서 배 터지게 먹고 160바트, 한국 돈으로 7,200원이 안 들었어요. 한국에서 이 가격이면 편의점 도시락 하나 수준이잖아요.
아쉬운 점을 꼽자면 역시 더위예요. 반실외 좌석에서 뜨거운 국수를 먹으니까 땀이 쏟아졌고, 화장실도 주유소 공용이라 깨끗한 편은 아니었어요. 근데 태국에 3년 살면서 하나 확실히 깨달은 게 있어요. 고급 레스토랑에서 먹는 것보다 이런 주유소 식당이나 야시장 노점,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현지인들이 실제로 먹는 음식이 훨씬 맛있고 기억에 남는다는 거예요.
태국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기억해 두세요. 주유소를 그냥 지나치지 마세요. 방콕에서 파타야나 라용 방면으로 이동할 때 국도변 PTT 주유소에 들르면 카오카무나 꿔띠아우를 파는 식당이 거의 반드시 있어요. 한국의 고속도로 휴게소처럼 태국의 PTT 스테이션도 여행의 일부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카오카무가 입에 안 맞을 걱정은 안 해도 돼요. 한국 족발이랑 뿌리가 같은 음식이니까, 한국인이라면 거의 실패 없이 맛있게 먹을 수 있어요. 그리고 혹시 똠얌이 처음에 힘들더라도 포기하지 마세요. 나도 세 번째에야 입이 열렸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