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대국밥 먹는법 — 외국인 와이프와 대전 동네 국밥집에서 아침 한 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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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근 끝나고 들어간 대전 동네 순대국밥집
오늘 아침에 야근 끝나고 와이프랑 집에 가는 길이었어요. 대전 동네 골목을 걷는데 어디선가 국밥 끓이는 냄새가 올라왔어요. 4월인데 아침 바람이 차갑고 속은 비어있고, 이럴 때 뜨거운 국물 아니면 답이 없잖아요. 한국에서 야근 끝나고 해장하듯 먹는 아침 국밥이 있어요. 순대국밥. 한국 사람이면 누구나 아는 해장 음식이고, 혼밥하기에도 편하고, 한국 어느 동네를 가든 골목 어딘가에 간판이 있는 로컬 음식이에요. 와이프한테 "저기 들어가자" 했더니 간판을 보더니 "나 순대 못 먹는 거 알잖아"라고 해요. "돼지국밥도 있어." 그 한마디에 같이 들어갔습니다. 찾아간 게 아니라 걷다가 눈에 띄어서 들어간 거예요.
순대국밥 하나, 돼지국밥 하나. 각 9,000원이니까 둘이 18,000원. 한국 국밥은 이 가격이면 아침부터 배부르게 한 끼가 돼요. 아침 일찍이라 손님은 우리 둘뿐이었어요.
와이프는 외국인인데 한국에 같이 살면서 국밥 자체는 좋아하게 됐어요. 근데 순대는 아직이에요. 순대 안에 들어가는 선지, 돼지피 때문에 거부감이 있어서 국밥집에 가면 항상 돼지국밥을 시켜요. 한국 사람 중에서도 순대 못 먹는 사람이 꽤 있으니까 이건 외국인이라서가 아니라 그냥 사람마다 다른 문제예요.
순대국밥
야근 후 아침, 숙취 해장, 추운 날 혼밥 — 한국인이 국밥집을 찾는 순간들
🫀 호불호 주의
돼지 내장과 선지가 들어가서 처음엔 낯설 수 있어요. 한국 사람 중에서도 못 먹는 사람이 있는 음식이에요.
🍚 혼밥 가능
한 그릇이면 한 끼가 해결돼요. 혼자 가도 전혀 어색하지 않아요. 한국 국밥집은 원래 혼자 와서 먹는 사람이 많아요.
💰 가격대
9,000~12,000원. 오늘 먹은 곳은 9,000원이었어요. 달러로 6~9불 수준.
순대가 부담되면?
같은 식당에서 돼지국밥을 시킬 수 있어요. 같은 국물, 같은 가격인데 순대 대신 돼지고기 수육이 들어가요. 내 와이프도 항상 이걸 시켜요.
순대국밥 한 그릇 시켰을 뿐인데 테이블이 가득 찼어요

순대국밥 하나, 돼지국밥 하나 시켰을 뿐인데 테이블에 빈자리가 없어요. 와이프가 한국 식당에 처음 왔을 때 이 상차림을 보고 "이거 다 우리가 시킨 거야?" 했었어요. 아니, 한국은 원래 이래. 메인 하나만 시켜도 반찬이 알아서 깔려요. 추가 비용 없고 모자라면 "더 주세요" 한마디면 바로 가져다줘요.
김치는 가위로 잘라서 먹어요


김치가 통으로 나왔어요. 한입에 넣으려고 하면 곤란합니다. 한국 식당에는 가위가 항상 있는데 이렇게 먹기 좋게 잘라서 먹으면 돼요. 가위로 음식을 자르는 문화가 한국에는 있어요. 처음엔 낯설 수 있는데 여기서는 아주 자연스러운 거예요. 와이프도 처음엔 가위를 들고 멍하니 있었는데 지금은 나보다 먼저 집어들어요.
깍두기, 청양고추, 그리고 반찬들

깍두기. 무를 깍둑썰기해서 담근 김치인데 아삭한 식감이 강해요. 나는 국물 서너 숟가락 먹고 깍두기 하나 집어먹고, 또 국물 먹고 깍두기 먹고. 이렇게 번갈아 먹어야 끝까지 안 질려요.

청양고추. 쌈장에 찍어서 베어 물면 되는데 한국 고추 중에서 꽤 매운 축이에요. 와이프가 예전에 아무 생각 없이 통으로 한 입 베어 물었다가 물을 세 잔이나 마신 적이 있어요. 처음이면 끝부분만 살짝 깨물어서 매운 정도를 확인하세요.

반찬은 식당마다 달라요. 이 집은 버섯볶음이 나왔는데 다른 집에서는 시금치나물일 수도 있고 콩나물일 수도 있어요. 김치랑 깍두기만 전국 어디를 가든 나오고 나머지는 그날 식당 사정이에요.
순대국밥 국물과 건더기


국물 색이 완전 하얘요. 돼지 뼈를 오래 고아서 이런 색이 나오는 건데 처음 보면 밍밍해 보여요. 숟가락으로 한번 저어보면 아래에서 순대, 수육, 내장이 올라와요. 와이프가 내 국밥을 들여다보더니 "그건 나는 못 먹겠다"고 고개를 저었어요. 본인 돼지국밥에는 이런 게 안 들어있으니까.
돼지고기 수육 — 돼지국밥의 주인공

돼지고기 수육이에요. 껍데기 붙은 부위가 올라왔는데 흐물거리지 않고 쫄깃한 식감이 있어요. 국물에 푹 익혀져서 잡내가 없어요. 와이프도 이 부위는 잘 먹더라고요. 돼지국밥을 시키면 이런 수육 위주로 나오니까 내장이 부담스러운 분은 돼지국밥을 시키면 됩니다.
순대 — 처음 보면 낯설지만

이게 순대예요. 돼지 창자 안에 당면이랑 선지가 채워져 있어서 색이 어두워요. 와이프한테 "한번만 먹어볼래?" 했더니 젓가락으로 집어서 한참 들여다보다가 내려놨어요. "다음에..." 라고 했는데 그 다음에는 안 올 것 같은 눈치였어요. 맛 자체는 담백한 편이에요. 오히려 밋밋하다는 사람도 있어서 양념장에 찍거나 국물에 넣어서 먹는 거죠.
순대국밥 먹는법 — 간은 직접 맞추는 거예요
여기서부터 중요해요. 순대국밥은 나올 때 간이 거의 안 돼 있어요. 그대로 먹으면 밍밍해서 맛이 없습니다. 테이블 위에 있는 것들로 직접 간을 맞춰야 해요.
깍두기 국물 넣기


깍두기 국물을 숟가락으로 떠서 순대국밥에 넣는 사람들이 있어요. 나는 평소에 이렇게까지 안 하는데, 깍두기 국물이 새콤하고 칼칼해서 하얀 국물에 섞이면 맛이 달라지긴 해요.
양념장과 새우젓으로 간 맞추기

양념장을 한 숟가락 넣었어요. 고춧가루랑 마늘이 베이스인 빨간 양념인데, 넣는 순간 하얀 국물이 얼큰하게 바뀝니다. 한국 사람 절반 이상은 이걸 넣어 먹어요. 매운 거 괜찮으면 한 숟가락, 약하면 반만.

새우젓. 양념장이랑은 역할이 달라요. 맵게 만드는 게 아니라 국물에 감칠맛을 올리는 거예요. 와이프한테 새우젓을 처음 보여줬을 때 뚜껑 열더니 "이게 뭐야" 하면서 코를 막았어요. 발효된 새우라서 향이 있잖아요. 근데 국물에 조금 풀어서 맛보게 했더니 "아까랑 맛이 다르다" 하더라고요. 소금은 짠맛만 올라오는데 새우젓은 거기에 뭔가가 하나 더 붙어요.

그래도 싱겁다 싶으면 소금을 넣으면 돼요. 근데 한 번에 많이 넣으면 바로 짜져서 돌이킬 수 없어요. 조금 넣고 저어서 맛보고, 부족하면 또 조금. 꼭 저어야 해요. 안 그러면 한쪽은 짜고 한쪽은 싱거워요.

테이블에 들깨가루가 있으면 넣어보세요. 고소한 맛이 올라오면서 돼지 특유의 향이 줄어들어요. 와이프한테 돼지국밥에도 넣어보라고 했더니 넣고 나서 "이거 넣으니까 훨씬 낫다"고 하더라고요. 필수는 아닌데 있으면 한번 시도해보세요.
부추 올리기 — 이게 마지막이에요


부추를 올려요. 아까 새우젓이랑 양념장 넣었더니 국물 색이 처음이랑 많이 달라졌죠. 여기에 부추까지 올리면 돼지 향도 줄어들고 맛이 시원해져요. 아끼지 마세요. 많이 넣을수록 나아요.


국물이 뜨거워서 부추가 금방 숨이 죽어요. 올리자마자 바로 먹어야 해요. 살짝 숨 죽은 부추랑 순대, 수육을 한 숟가락에 같이 퍼서 먹으면 — 새벽에 일하고 빈속에 이게 들어가니까 속이 확 풀렸어요.
순대국밥 속 다양한 부위들

순대국밥에는 한 가지 부위만 들어가는 게 아니에요. 수육, 껍데기, 머릿고기 같은 여러 부위가 섞여서 나오는데 식당마다 구성이 달라요. 한 그릇 안에서 부위마다 식감이 다르니까 먹다 보면 계속 새로워요.
순대국밥, 처음이면 이것만 기억하세요
간은 직접 맞추는 거예요. 그대로 먹으면 맛이 없습니다.
1. 새우젓을 먼저 반 숟가락
소금보다 새우젓을 먼저 넣어요. 짠맛에 감칠맛이 같이 깔려서 국물 맛이 잡혀요. 소금은 나중에 부족할 때 쓰는 거예요.
2. 양념장은 취향
고춧가루 베이스 양념장을 넣으면 하얀 국물이 빨갛게 바뀌면서 얼큰해져요. 안 넣어도 되고, 넣으면 완전히 다른 맛이에요.
3. 부추는 듬뿍
돼지 향이 줄어들고 국물이 시원해져요. 아끼지 마세요.
4. 들깨가루는 느끼할 때
고소한 맛이 올라오면서 느끼함이 줄어요. 모든 식당에 있는 건 아닌데 있으면 넣어보세요.
5. 깍두기는 중간중간
국물 서너 숟가락에 깍두기 하나. 아삭한 식감이 입을 리셋시켜줘요.
밥은 말아 먹어도 따로 먹어도
정해진 건 없어요
대부분의 식당
밥과 국물이 따로 나와요. 밥을 국물에 말아 먹을지 따로 먹을지는 본인이 정하면 돼요.
일부 식당은 주의
밥을 국물에 이미 말아서 내주는 곳도 있어요. 따로 먹고 싶으면 시킬 때 미리 말해야 해요.
주문 전에 알면 좋은 것들
특히 한국어가 안 되는 분들을 위해
영어 메뉴는 거의 없어요
관광지가 아닌 이상 한글 메뉴판뿐인 곳이 대부분이에요. 근데 메뉴가 복잡하지 않아서 스마트폰 번역 앱으로 비추면 돼요. "순대국밥 하나요"만 말하면 주문 끝.
순대만 / 내장만 / 섞어서
주문할 때 국밥 안에 뭘 넣을지 고를 수 있어요. 그냥 "순대국밥 하나요"라고만 하면 대부분 섞어서 나와요.
아침부터 열어요
대부분 아침 6~7시에 열고, 24시간인 곳도 있어요. 한국에서는 아침밥이나 해장으로 국밥을 먹는 문화가 있어서 이른 아침에도 문 열려있는 곳이 많아요. 오늘 나도 아침에 퇴근하면서 먹었고요.
가격
보통 9,000원~12,000원. 오늘 먹은 곳은 9,000원이었어요. 서울 관광지 근처는 13,000원 넘는 곳도 있고요. 달러로 한 그릇에 6~9불 정도.
채식주의자는 어려워요
국물이 돼지 뼈에서 우려낸 거고 건더기도 전부 돼지 부위예요. 한국 국밥 중 채식에 가장 가까운 건 콩나물국밥인데 그것도 육수가 돼지인 곳이 많아요.
솔직한 후기
와이프가 돼지국밥 그릇을 비우고 나서 국물까지 다 마시더라고요. "맛있었어?" 했더니 고개를 끄덕이면서 "근데 너 그거 먹는 거 보니까 나는 진짜 순대는 못 먹겠다"고 해요. 나는 순대국밥에 부추를 왕창 올려서 마지막 국물까지 다 비웠어요. 같은 식당에서 같은 국물인데 서로 다른 걸 시켜서 둘 다 배부르게 나온 거예요.
순대국밥이 처음인 분한테 솔직히 말하면, 첫 숟가락이 제일 어려워요. 비주얼도 낯설고 냄새도 있고. 근데 그거 넘기면 달라져요. 나도 컨디션에 따라 안 땡기는 날이 있긴 한데, 오늘처럼 새벽에 일하고 속이 비어있을 때 뜨거운 국물 한 숟가락 들어가면 그냥 멈출 수가 없어요.
순대가 안 맞으면 돼지국밥 시키면 되고, 돼지국밥도 부담스러우면 설렁탕집을 찾아보세요. 설렁탕은 소뼈 국물이라 돼지 냄새가 아예 없어서 와이프도 좋아해요. 콩나물국밥은 고기 자체가 거의 안 들어가서 제일 부담이 적고요. 한국에는 국밥 종류가 많으니까 하나가 안 맞았다고 국밥 자체를 포기할 필요는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