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 돈까스 맛집 타마후지 | 70년 전통 숙성 돈까스 솔직 후기
계획 없이 들어간 치토세 돈까스집
홋카이도 여행 마지막 날이었는데, 저녁을 어디서 먹을지 아무 계획이 없었어요. 치토세역 근처 호텔에 짐 놓고 나왔는데 벌써 7시쯤이었거든요. 내일 아침 비행기라 삿포로까지 다시 올라가기엔 애매하고, 그냥 근처에서 대충 먹고 들어가자 싶어서 구글에 "치토세 맛집"을 검색했어요.
솔직히 치토세역 근처에서 뭔가 대단한 게 나올 거라고는 기대 안 했어요. 신치토세공항은 유명하지만 치토세시 자체는 관광지가 아니거든요. 근데 검색 결과에서 홋카이도 돈까스 전문점 하나가 리뷰 점수가 괜찮았어요. 타마후지(とんかつ玉藤) 치토세점. 돈까스가 딱히 먹고 싶었던 건 아니었는데, 며칠간 라멘이랑 해산물은 실컷 먹은 터라 오히려 좋았어요. 별 기대 없이 걸어갔습니다.
역에서 15분 정도 걸렸나. 가는 길이 진짜 아무것도 없어요. 주택가 사이로 쭉 걸어가는데 저녁이라 어둡기까지 하니까 중간에 "이거 맞나?" 싶었어요. 편의점 하나 없고 사람도 거의 안 보이고, 가끔 차만 지나가고. 구글지도 보면서 남은 거리 줄어드는 것만 확인하면서 갔어요. 렌터카 여행이었으면 아무것도 아닌 거리인데, 걸어가니까 체감이 좀 달랐어요.

간판 보고 좀 안심했어요. 들어갔는데 저녁 7시가 넘었는데도 손님이 서너 팀밖에 없었어요. 아 여기 진짜 로컬 동네구나 싶었어요. 관광객 같은 사람은 저 말고 안 보였고, 나머지는 다 근처 주민처럼 보이는 분들이었어요. 직원분이 일본어로 뭐라고 하시는데 반만 알아듣고 일단 자리에 앉았어요. 아마 인원수 물어본 것 같은데 손가락 하나 들어서 해결했어요.
타마후지, 70년 넘은 홋카이도 돈까스 체인

메뉴판이 일본어만 있어서 좀 당황했는데 다행히 사진이 있어서 대충 감으로 골랐어요. 나중에 매장 벽에 붙어있는 연혁 안내문을 읽어보니까, 타마후지가 1952년에 시작한 홋카이도 대표 돈까스 전문점이라고 적혀있었어요. 70년이 넘은 체인인 거예요. 삿포로 시내에만 10개 지점이 있고, 아사히카와에 1곳, 치토세에 1곳, 심지어 하와이에도 해외 매장이 있다고. 동네 돈까스집인 줄 알고 들어왔는데 생각보다 스케일이 컸어요.
다만 치토세점은 위치가 위치다 보니 관광 일정 중에 일부러 여기까지 찾아오기는 좀 그래요. 치토세역 근방은 완전 로컬 주거지역이라 신치토세공항 맛집을 찾는 분들도 여기까지는 잘 안 와요. 일정상 치토세까지 오기 어렵다면 삿포로 시내 지점이 훨씬 편합니다.
삿포로 지점을 찾는다면
일본어로 「とんかつ玉藤 札幌」 검색하면 삿포로 시내 지점들이 바로 나와요. 삿포로 돈까스 맛집을 찾고 계시다면 접근성은 시내 지점이 훨씬 낫습니다.
셀프 반찬, 돈까스 전에 먼저 즐기는 시간

자리에 앉으니까 반찬이 셀프라는 안내가 붙어있었어요. 한쪽에 큰 통이 세 개 있었는데, 츠케모노(채소 절임), 고보즈케(우엉조림), 나메코(버섯 절임) 이렇게 세 가지. 접시에 먹을 만큼 덜어오면 되는 방식이에요. 따로 더 달라고 할 필요 없이 부족하면 또 가면 그만이라 편하긴 했는데, 그래도 먹을 만큼만 담는 게 예의겠죠.
우엉조림이 제일 나았어요

고보즈케, 우엉 장아찌예요. 간장에 조려서 색이 거무스름한데 짭조름하면서 살짝 달달하고, 오독오독 씹히는 식감이 꽤 좋았어요. 안주로 나와도 될 것 같은 맛이었는데, 이게 무한리필 셀프 반찬이라니 좀 의외였어요. 돈까스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역할도 하는데 단독으로 먹어도 충분히 맛있었어요.
나메코 버섯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어요

작고 동글동글한 버섯을 간장에 조린 건데, 겉에 특유의 미끌미끌한 점액질이 있어요. 이게 나메코의 특징이라고는 하는데 처음 먹어보면 좀 낯설 수 있어요. 저는 괜찮았는데 같이 갔으면 싫어할 사람도 있었을 듯. 짭조름하면서 부드러운 식감이라 밥이랑 같이 먹으니까 잘 어울렸어요.

셋 다 한 접시에 담아왔어요. 돈까스 나오기 전에 이것저것 집어먹으면서 기다리니까 시간이 금방 갔어요. 셀프 반찬인데 퀄리티가 이 정도면 본 메뉴는 좀 기대해도 되겠다 싶었어요.
통깨를 직접 갈아 만드는 특제 소스

그리고 테이블에 절구가 하나씩 놓여있었어요. 처음에 이게 뭔지 몰랐어요. 장식인가? 싶었는데 안에 통깨가 들어있었어요. 알고 보니 이걸 직접 갈아서 돈까스 소스에 섞어 먹는 거였어요. 타마후지 먹는 방법의 핵심이 이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나무 막대로 빙글빙글 돌리면 되는데, 처음에 힘 조절을 잘 못해서 깨가 통통 튀었어요. 테이블에 좀 흩어져서 손으로 쓸어담았는데 좀 민망했어요. 근데 으깨지기 시작하면서 고소한 향이 확 올라와요. 아 이거 괜찮은데? 싶은 순간이 바로 그때였어요. 다 갈고 나면 소스를 부어서 잘 섞어주면 끝인데, 그냥 시판 소스에 찍어 먹는 거랑 향이 확실히 달라요. 갓 간 깨 특유의 고소함이 소스에 녹아들면서 풍미가 완전히 바뀌어요.
깨는 꼭 직접 가세요
귀찮다고 건너뛰면 진짜 손해예요. 갓 간 깨의 고소함이 소스에 녹아들면서 돈까스 맛이 완전히 달라지거든요. 타마후지에서 이 과정을 빼면 절반만 먹는 거예요.
숙성 돈까스, 첫인상은 평범했어요

숙성 안심 돈까스 3조각 정식을 시켰어요. 1,720엔이었나. 솔직히 처음 나왔을 때 "어? 생각보다 평범한데?" 싶었어요. 빵가루 튀김옷에 채 썬 양배추, 겨자. 한국에서 먹던 돈까스랑 겉모습만 봐서는 뭐가 다른지 모르겠는 구성이었거든요.

두툼한 빵가루가 고르게 입혀져 있고 색이 딱 황금빛이에요. 뭐 이것도 한국 돈까스집에서 많이 본 비주얼이긴 해요. 여기까지는 정말 특별할 게 없었어요.

깨를 다 갈고 소스를 부어 섞으면 이렇게 살짝 걸쭉한 깨소스가 완성돼요. 여기다 돈까스를 푹 찍어 먹는 거예요.
한 입 베어 문 순간, 좀 멈칫했어요

근데 젓가락으로 들어올렸을 때부터 뭔가 달랐어요. 기름기가 없어요. 한국에서 먹던 돈까스는 젓가락에 기름이 살짝 묻어나는 게 보통인데, 이건 번들거리지 않고 보슬보슬한 느낌이었어요. 나중에 매장 안내문 보니까 열전도율이 높은 구리 솥에서 튀긴다고 적혀있었어요. 그리고 빵가루도 시판이 아니라 4일간 숙성시킨 수제 생빵가루를 쓴다고.
한 입 베어 물었는데 좀 멈칫했어요. 겉은 분명히 바삭했어요. 근데 그 안에서 뭔가가 퍼지는 느낌이 있었어요. 육즙이라고 하면 맞는 것 같기도 한데 좀 다르달까. 고기가 흐물거리는 게 아니라 결 사이사이에 뭔가가 배어있어서 씹을 때마다 조금씩 풀어지는 느낌? 설명을 잘 못 하겠어요. 지금까지 먹어본 돈까스에서는 못 느꼈던 식감이었다는 것만 확실해요.
속이 살짝 핑크빛이었는데 덜 익은 건 아니에요. 공식 사이트를 나중에 찾아보니까 35일 숙성 돼지고기를 쓴다고 하더라고요. 숙성이 정확히 어떤 원리로 이런 차이를 만드는 건지는 솔직히 모르겠어요. 전문가가 아니니까. 근데 이 홋카이도 숙성 돈까스는 한국에서 먹던 것과 결이 달랐어요. 한국에도 잘하는 집들이 있고 저도 맛있게 먹어왔는데, 비교라기보다 아예 다른 카테고리 같은 느낌이랄까. 뭐가 더 낫다는 게 아니라 종류 자체가 다른 거예요.
두꺼운 튀김옷인데 고기 맛이 안 묻혀요

단면을 보면 튀김옷이 꽤 두꺼워요. 보통 이러면 고기 먹는 건지 빵 먹는 건지 모르게 되잖아요. 근데 이상하게 여기는 바삭함이 먼저 오고 그 다음에 고기 맛이 확실하게 따라왔어요. 두 가지가 싸우지 않고 순서대로 오는 느낌이에요. 이게 어떻게 되는 건지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구리 솥이랑 4일 숙성 수제 빵가루의 조합이 만드는 차이가 아닐까 싶어요. 고기 결은 뭉개지지 않고 섬유질이 그대로 살아있는데 부드러웠어요. 숙성이 이런 차이를 만드는 거구나 싶긴 했는데 확신은 못 하겠어요.
핑크빛 단면, 35일 숙성의 증거

더 가까이서 보면 고기 안쪽의 핑크빛이 보여요. 매장 안내문에는 구리 솥의 열전도율 덕분에 고기 안까지 열이 고르게 전달된다고 적혀있었어요. 실제로 먹어보면 바깥은 완전히 익었는데 안쪽은 촉촉함이 살아있는 게 느껴져요. 이 색이 나오려면 타이밍이 정확해야 할 텐데, 70년 넘게 돈까스만 튀겨온 집이니까 가능한 거겠죠.

깨소스에 푹 찍어서 먹으면 고소한 향이 돈까스 맛이랑 섞이면서 풍미가 한 층 더 깊어져요. 아까 깨 갈다가 테이블 지저분해진 거 생각하면 좀 웃기긴 한데, 안 갈았으면 이 맛을 못 느꼈을 거예요.
밥, 된장국, 양배추 — 정식 구성 이야기

밥은 정식에 기본 포함인데 흰쌀밥, 오곡밥, 타키코미고항(솥밥) 중에 고를 수 있어요. 저는 흰쌀밥으로 했는데 윤기가 있고 찰졌어요. 홋카이도 쌀이라 그런지 밥 자체만 먹어도 괜찮았어요. 돈까스 한 조각에 밥 한 숟가락, 이게 자연스럽게 반복되는데 돈까스 기름기가 밥이랑 만나면서 느끼하지 않고 잘 넘어갔어요. 리필 된다고 해서 하나 더 달라고 했어요. 양이 좀 부족한 감이 있어서 밥으로 채운 면이 있었는데, 밥이 맛있으니까 그게 또 나쁘지 않았어요.

된장국은 바지락 아카다시랑 흰된장 시로다시 중에 선택인데, 저는 뭘 골랐는지 기억이 잘 안 나요. 아마 바지락이었을 거예요. 소박한 맛이었는데 기름진 돈까스 먹다가 한 모금 마시면 입안이 정리되는 느낌이에요. 자극적이지 않고 그냥 조용히 입맛을 리셋시켜주는 역할. 돈까스, 밥, 된장국. 이 세 가지가 한 상에 있으면 그게 완벽한 한 끼예요.
양배추 샐러드도 리필 돼요

양배추는 테이블에 놓인 참깨 드레싱을 뿌려먹는 방식이에요. 드레싱이 고소하면서 살짝 달달해서 양배추랑 잘 어울렸어요. 돈까스만 계속 먹으면 느끼해질 수 있는데 이게 중간중간 잡아줬어요. 양배추도 리필 되고 드레싱도 테이블에 있으니까 눈치 안 보고 마음껏 뿌려도 돼요. 돈까스 한 조각, 양배추 한 젓가락, 밥 한 숟가락. 이 루틴이 자연스럽게 반복되면서 어느새 접시가 비어있었어요.
타마후지 메뉴 가격과 솔직한 단점
솔직히 가격은 좀 있어요. 제가 먹은 숙성 안심 돈까스 3조각이 1,720엔이면 한국 돈으로 1만 5천 원이 넘는 건데, 한국에서 이 가격이면 양도 많고 반찬도 여러 가지 나오는 돈까스집이 수두룩하잖아요. 양도 적은 편이에요. 3조각이 정말로 3조각이라서 밥으로 배를 채운 감이 확실히 있었어요.
타마후지 주요 메뉴 가격 (세금 포함)
숙성 안심 돈까스 정식 3조각 — 1,720엔
숙성 안심 돈까스 정식 4조각 — 1,970엔
숙성 등심 돈까스 정식 180g — 2,060엔
숙성 등심 돈까스 정식 240g — 2,250엔
도로 우마 로스카츠 정식 180g — 2,460엔
호쾌 로스카츠 정식 400g — 3,120엔
굴튀김 정식 5개 — 1,930엔
굴·새우 정식 — 2,150엔
※ 2,000엔 ≈ 약 18,000~19,000원 수준 (2025~2026 환율 기준)
이건 타마후지만의 문제가 아니라 일본 외식이 대체로 그렇긴 해요. 퀄리티는 확실한데 양이랑 가격은 한국이랑 비교하면 아쉬운 부분이 있어요. 옆 테이블에서 240g 등심 정식을 시켰던데 양이 좀 더 많아보이긴 했어요. 다음에 오면 저건 꼭 시켜볼 거예요.
정식 시키면 밥은 흰쌀밥, 오곡밥, 타키코미고항 중에 고를 수 있고 된장국도 바지락 아카다시, 흰된장 시로다시 두 종류에서 선택이에요. 밥이랑 양배추는 리필 되니까 양이 부족하다 싶으면 밥으로 채우면 됩니다. 평일 점심에는 런치 전용 메뉴가 따로 있어서 좀 더 저렴하게 먹을 수 있다고 하는데 저는 저녁에 가서 못 먹어봤어요. 전체 메뉴는 공식 사이트(tamafuji.do-kyu.com)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타마후지 치토세점 찾아가는 법
찾아가는 법 & 운영 정보
주소: 北海道千歳市錦町3-5-4
영업시간: 오전 11:00 ~ 밤 9:00 (라스트오더 8:45)
정기휴무: 연중무휴 (12월 30일~1월 1일 제외)
주차: 24대 가능
차 있으면 신치토세공항에서 10분이에요. 주차장이 24대분 있어서 렌터카 여행이면 편합니다. 대중교통이면 치토세역 동쪽 출구로 나와서 15분 정도 걸어야 하는데, 아까 말한 것처럼 길이 좀 심심해요. 저녁에는 진짜 어둡고 한적해서 처음 가는 사람은 좀 불안할 수 있어요. 제가 7시쯤 들어갔으니까 여유 있게 먹긴 했는데, 8시 넘어서 가시는 분들은 좀 서두르셔야 할 것 같아요.
그래서 접근성만 따지면 삿포로 시내 지점을 추천해요. 홋카이도 돈까스 맛집으로 타마후지를 찾는 분들 대부분은 삿포로 지점이 더 편할 거예요. 구글지도에 「とんかつ玉藤 千歳店」 치면 치토세점이 바로 나옵니다.
집에 와서 며칠 지나고 동네 돈까스집에서 저녁 시켜먹었어요. 원래 좋아하던 집인데 맛있었어요. 근데 자꾸 비교하게 되는 게 좀 짜증났어요. 그냥 맛있게 먹으면 되는 건데 "그때 그 식감은 아닌데" 이런 생각이 자동으로 드는 거예요. 이러려고 먹었나 싶기도 하고. 뭐 시간 지나면 괜찮아지겠죠. 근데 누가 홋카이도 간다고 하면 아마 이 집 얘기는 할 것 같아요. 삿포로 시내 지점이면 접근성도 괜찮으니까, 일정 중에 한 끼 정도 숙성 돈까스로 먹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