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태요리 4가지 — 한국 사람은 알지만 외국인은 모르는 한국 생선요리
목차
11개 항목
황태(hwangtae)라는 걸 아시나요. 명태(myeongtae, Alaska pollock)를 겨울 내내 밖에 걸어두고 얼렸다 녹이기를 수십 번 반복하면, 살이 노랗게 부풀면서 전혀 다른 식재료가 돼요. 한국 사람들은 이걸로 찜도 끓이고 국도 만들고 조림도 해먹는데, 밖에서는 이름조차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이 블로그에서 떡볶이(tteokbokki)나 비빔밥(bibimbap) 같은 건 이미 많이 다뤘으니까, 오늘은 좀 다른 걸 보여드릴게요. 2025년 여름, 친구랑 대전(Daejeon)에서 먹었던 황태 요리들이에요.
황태(Hwangtae)란?
황태의 원재료는 명태(myeongtae, Alaska pollock)예요. 한국에서 가장 많이 먹는 생선 중 하나인데, 가공 방법에 따라 이름이 완전히 달라져요.
같은 생선, 다른 이름
• 생태(saengtae) — 잡은 그대로의 신선한 명태
• 동태(dongtae) — 급속 냉동한 명태
• 북어(bugeo) — 바람에 말려서 딱딱하고 납작해진 명태
• 황태(hwangtae) — 겨울 동안 얼렸다 녹였다를 반복해 만든 명태
핵심은 "얼렸다 녹였다"에 있어요. 한국 강원도(Gangwon-do) 대관령(Daegwallyeong) 일대는 겨울밤 영하 15도 아래로 떨어졌다가 낮에 햇볕을 받으면 기온이 올라가요. 이 자연적인 온도차를 이용합니다.
만들어지는 과정
가을에 잡은 명태의 내장을 빼고, 나무 덕장(deokjang, outdoor drying rack)에 한 마리씩 걸어요.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약 3~4개월간 자연 건조가 진행됩니다.
밤에 얼고 낮에 녹는 과정이 하루에 한 번, 수십 번에서 백 번 가까이 반복돼요. 그때마다 생선 살의 세포벽이 터지면서 조직이 팽창합니다.
결과적으로 납작하고 단단했던 명태가 노랗게 부풀어 오르면서 스펀지처럼 부드러운 식감이 돼요. '황(黃)'이 노란색이라는 뜻인데, 완성된 황태는 실제로 연한 황금색을 띠고 있어요.
냉동 기술이 없던 시절 보관 목적으로 시작한 방법인데, 원래 생선과 완전히 다른 맛과 식감이 만들어진 거예요. 국물에 넣으면 육수가 깊어지고, 양념에 졸이면 양념을 통째로 빨아들이고, 구우면 살이 풍성하게 살아납니다. 한국에서는 술 마신 다음 날 해장(haejang, hangover recovery)으로 황태해장국을 끓여 먹을 정도로 일상적인 식재료예요.
다만 이런 기후 조건이 까다로워서 한국 밖에서는 거의 생산되지 않습니다.
💡 한국에서는 명태 하나로 이름이 7개 이상 바뀝니다. 가공 방식, 크기, 시기에 따라 노가리(nogaree, 새끼 명태), 코다리(kodaree, 반건조 명태) 등 전부 다른 이름으로 불러요. 한국어 원어민도 헷갈리는 부분이에요.
이 황태 하나로 한국에서는 찜, 국, 조림, 무침까지 전부 만들어요. 같은 재료가 요리법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사진으로 보여드릴게요.
황태해물찜(Hwangtae-Haemul-Jjim) — 매콤한 양념에 해산물까지 통째로

이날 제일 먼저 나온 게 황태해물찜이었어요. 소 사이즈를 시켰는데 테이블에 올라오자마자 친구가 "이거 둘이서 되냐"고 했어요. 콩나물이 바닥에 수북, 그 위로 황태, 쭈꾸미(jjukkumi, small octopus), 미더덕(mideodeok, sea pineapple)이 쌓여 나왔으니까요.

빨간색이라 매울 줄 알았는데 첫 맛은 달았어요. 단맛이 먼저 깔리고 매운맛은 나중에 올라오는 타입. 황태 살이 양념을 통째로 빨아들여서 씹을 때마다 양념이 배어 나오더라고요. 일반 생선은 양념에 졸이면 살이 부서지는데 황태는 오히려 더 통통해져요.

쭈꾸미 머리가 통째로. 빨판까지 그대로 올라와 있어요. 한국에서는 해산물을 이렇게 원형 그대로 내는 게 흔한 일이에요.
쭈꾸미와 미더덕 — 황태해물찜 속 해산물

가까이서 보면 일반 문어(muno, octopus)보다 훨씬 작고 다리가 가늘어요. 양념에 졸여져서 쫄깃한 식감이 제대로 살아있었는데, 친구는 이것만 골라 먹더라고요.

초록빛 도는 게 미더덕인데, 한국 아니면 접하기 힘든 해산물이에요.
🦑 미더덕(Mideodeok)이 뭐예요?
영어로 sea pineapple 또는 sea squirt. 바위에 붙어 자라는 해산물인데, 한국 남해안(Namhaean, southern coast of Korea)에서 주로 채취해요. 찜이나 탕에 넣어 먹습니다.
깨물면 안에서 바닷물 같은 즙이 팍 터져요. 한국 사람들끼리도 호불호가 갈리는 식재료인데, 해산물을 좋아한다면 도전해볼 만합니다.

콩나물 사이 황태 살. 양념에 졸여도 부서지지 않고 오히려 부풀어 있죠. 황태로 요리할 때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이에요.

바닥 콩나물도 무시 못 해요. 매운 양념 국물을 흡수해서 이것만 밥에 올려도 반찬이 됐어요.
남은 양념 국물의 활용

거의 다 먹으면 접시 바닥에 빨간 양념 국물이 자작하게 남는데, 한국에서는 이걸 안 버려요. 밥을 넣고 비벼 먹어요. 친구는 이 국물비빔밥이 본 요리보다 맛있다고 했는데, 부정하기 어려웠어요.
황태해장국(Hwangtae-Haejangguk) — 방금 그 매운 맛을 정리해주는 국물
매운 해물찜을 먹고 나니까 맑은 국물이 당기더라고요. 그래서 시킨 게 황태해장국이에요.
🍺 해장(Haejang)이 뭐예요?
"숙취를 풀다"라는 뜻이에요. 한국에서는 술 마신 다음 날 뜨거운 국물을 먹는 문화가 오래전부터 있었어요. 황태해장국, 뼈해장국(ppyeo-haejangguk, pork bone soup), 콩나물해장국(kongnamul-haejangguk, bean sprout soup) 등 종류가 다양합니다.
한국 도시에는 새벽까지 여는 해장국 전문점이 많아요. 술자리 끝나면 바로 해장국집으로 가는 게 하나의 루틴처럼 자리잡았어요.

그날 술을 마신 건 아니었는데, 해장국은 술 안 마셔도 그냥 맛있어요. 뚝배기(ttukbaegi, Korean earthenware pot)에 맑은 국물이 보글보글 끓고 있고, 팽이버섯(paengi-beoseot, enoki mushroom)이랑 부추가 올라가 있어요. 해물찜과 정반대. 맑고, 기름기가 거의 없습니다.

황태 살이 국물을 잔뜩 머금고 부풀어 있어요. 딱딱한 건어물이었던 게 국물 안에서 이렇게 변해요. 젓가락으로 집으면 결대로 찢어지는데, 생선이라기보다 부드러운 두부에 가까운 식감이었어요.

집어 올리면 이 정도 두께. 납작한 건어물이었다는 게 안 믿기죠. 뒤에 보이는 조림 철판이랑 같이 시키면 조합이 좋아요. 맑은 국물 한 숟갈, 조림 한 점, 밥 한 숟갈. 이게 계속 반복돼요.
고추냉이간장에 찍어 먹는 황태

고추냉이간장(gochunengyi-ganjang, wasabi soy sauce). 해장국에서 황태를 건져서 여기 찍어 먹으면 또 다른 맛이 돼요. 담백했던 황태에 와사비의 알싸한 향이랑 간장의 짭조름함이 더해지면서 맛이 확 달라지더라고요.

거품이 올라오면서 보글거릴 때가 적기예요. 황태해장국은 식으면 맛이 반으로 줄어요. 저는 처음엔 밥을 따로 먹다가 마지막에 남은 국물에 말아서 마무리했어요. 친구는 처음부터 말았는데, 방법은 자유.
황태조림(Hwangtae-Jorim) — 이건 밥 위에 올리기만 하면 돼요

이날 먹은 것 중 제일 단순한 요리. 철판 위에 황태를 통째로 올리고 고추장(gochujang) 양념을 발라 졸인 건데, 다른 재료 없이 황태만 들어가요. 황태 자체의 맛을 가장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메뉴였어요.

머리 부분. 지느러미까지 양념이 묻어있고 철판 위에서 가장자리가 눌어붙어 있어요. 이 바삭한 가장자리를 제일 먼저 뜯었어요.

살 부분은 윤기 나게 양념이 코팅돼 있어요. 단맛이 앞에, 매운맛이 뒤에. 매운 음식 약한 분도 이건 먹을 만합니다.
부위별로 다른 식감

꼬리 쪽. 살이 얇아서 양념이 더 깊이 배어있었어요. 머리 쪽은 두툼하고 촉촉, 꼬리 쪽은 얇고 바삭. 같은 한 마리인데 부위마다 다르더라고요.

찜이랑 나란히 놓으면 같은 황태인데 완전히 다른 음식이에요. 찜은 촉촉하고 해산물 풍미가 섞여있고, 조림은 짭조름하면서 양념이 진해요. 밥이랑은 조림이 더 잘 맞았어요.

한 점 집어서 밥 위에 올리면 끝. 한국어에 "밥도둑(bap-doduk, rice thief)"이라는 말이 있어요. 반찬이 맛있어서 밥이 자기도 모르게 사라진다는 뜻인데, 친구한테 밥 좀 남기라고 했을 때는 이미 늦은 뒤였어요.
황태무침(Hwangtae-Muchim) — 입맛 정리

잘게 찢은 황태를 고춧가루 양념에 버무린 반찬(banchan, Korean side dish). 오이, 당근이 섞여있고 깨가 올라가 있어요. 메인이 아니라 사이사이에 집어먹는 용도인데, 새콤하고 쫄깃해서 매콤한 찜이나 짭조름한 조림 뒤에 먹으면 입안이 깔끔해집니다.
보리밥에 전부 올려서 비비면 한 끼

밥은 보리밥(bori-bap, barley rice). 양푼(yangpun, large metal bowl)에 보리밥, 무채나물, 김가루, 고추장(gochujang)이 올라가 있고 이걸 비벼서 먹어요. 흰쌀밥 대신 보리밥을 주는 건 한국의 소박한 정식(jeongsik, Korean set meal) 스타일이죠. 여기에 황태 요리를 한 점씩 올려가면서 먹으면 한 끼가 끝납니다.

다른 날 다시 간 상차림. 한 번 먹고 며칠 뒤에 또 갔어요. 황태조림이랑 해장국이 깔려있는 게 보이죠. 황태 하나로 이만큼 상이 차려져요.

다 먹은 뒤. 접시가 비었어요.
솔직한 후기
찜이랑 조림은 매운 편이에요. 고추장 기반 양념이라 매운 음식에 약한 분은 좀 힘들 수 있어요. 친구도 찜 먹다가 물을 세 번은 마셨어요. 그래도 단맛이 같이 깔려있어서 못 먹을 정도는 아니에요. 처음이라면 해장국부터 시작하는 걸 추천합니다.
📌 황태 요리 한눈에 보기
• 황태해물찜(hwangtae-haemul-jjim) — 매콤한 양념 + 해산물. 양이 많고 자극적인 맛.
• 황태해장국(hwangtae-haejangguk) — 맑고 담백한 국물. 매운 거 못 먹어도 괜찮아요.
• 황태조림(hwangtae-jorim) — 고추장 양념에 졸인 밥반찬. 밥이 모자랄 수 있어요.
• 황태무침(hwangtae-muchim) — 새콤매콤한 반찬. 입맛 정리용.
한국에서 삼겹살이나 치킨만 먹지 말고 이런 것도 한번 찾아보세요. 황태 전문점은 서울에도 있고 강원도 쪽에 가면 더 많아요. 메뉴판에 "황태"가 보이면 일단 들어가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