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레하레 가수원점 | 대전 빵집에서 식빵부터 케이크까지 한 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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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개 항목
대전이 빵의 도시가 된 이유
대전 하면 요즘 빵 얘기를 빼놓을 수가 없거든요. 주변에서 대전 간다고 하면 꼭 한 마디씩 나와요. "거기 빵집 많잖아." 틀린 말도 아닌 게, 실제로 좋은 베이커리들이 꽤 있더라고요. 한국 빵집은 유럽식 빵에 한국 재료를 섞거나 전혀 예상 못한 조합을 내놓는 경우가 많은데, 대전은 그런 베이커리 문화가 특히 발달한 도시예요. 그 이미지가 이제는 그냥 굳어버린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인지 저도 대전 갈 일이 생기면 괜히 베이커리 하나쯤은 들러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거예요. 여름에 대전 들를 일이 생겨서, 그때 찾아간 곳이 하레하레 가수원점이었어요.
하레하레 가수원점

건물이 꽤 크더라고요. 골목 코너에 딱 자리 잡고 있어서, 멀리서도 저 태양 모양 로고가 먼저 눈에 들어왔어요. 벽돌이랑 콘크리트를 섞은 외관인데, 생각보다 묵직한 느낌이었음. 빵집이라기보다는 무슨 편집샵 같기도 했고요. 저는 근처 공영주차장에 세우고 걸어왔거든요.

유리문 너머로 보이는 내부가 딱 그 느낌이었어요. 생각보다 작다는 거. 이름값이나 건물 외관만 보면 엄청 넓을 것 같은데, 막상 들어가 보면 그렇게 크지는 않더라고요. 진열대 몇 개에 빵들이 오밀조밀 놓여 있고, 사람 열대 명만 있어도 공간이 금방 차는 구조인데. 그래도 트레이 쌓인 거며 손님들이 집게 없이 비닐장갑 끼고 집어가는 방식이 나름 정돈되어 있긴 했어요.
첫 진열대
멜론크림빵과 죽파프리글



들어가자마자 진열대 앞에서 멈칫했어요. 뭘 살지 생각하고 들어간 게 아니었거든요. 멜론크림빵이 한 진열대를 절반 이상 차지하고 있었고, 옆에는 딸기빵도로라는 게 있었는데 딸기랑 크림이 빵 위에 올라간 형태인 거예요. 가격표 보니까 5,000원이라고 적혀 있었고, 멜론크림빵은 3,200원. 단위가 없어서 처음엔 잠깐 헷갈렸는데 천 원 단위더라고요.
옆 진열대로 가니까 계절과일 크로와상이 있었어요. 딸기가 크로와상 위에 얹혀 있고 슈가파우더가 뿌려진 거였는데, 모양이 꽤 과해 보이긴 했어요. 딸기모찌도 있었고. 이것저것 보다 보니까 딸기 시즌에 맞춰 메뉴를 많이 짜놓은 것 같았음.
근데 죽파프리글은 좀 의외였어요. 빵집에서 파 토핑에 마요 드리즐을 얹은 도넛 형태라니. 달달한 것들 틈에 혼자 짭짤하게 끼어 있는데, 옆에 신문지 포장된 샌드위치류랑 묘하게 어울리는 자리였어요.


진열대가 두 구역으로 나뉘어 있었어요. 한쪽은 달달한 빵들 위주인데, 에클레어처럼 생긴 긴 빵이랑 소보로, 소시지빵 같은 게 층층이 쌓여 있었고요. 위쪽 선반에는 뭔가 투박하게 구운 큰 덩어리 빵들이 올라가 있었는데, 저기까지 손이 닿나 싶을 정도로 높이가 있었어요.
야끼소바빵 구역

오픈형 진열대 쪽으로 돌아오니까 여기가 또 달랐어요. 크루아상, 애플파이처럼 생긴 빵, 피자빵, 포장된 식빵, 샌드위치류까지 한 테이블에 다 섞여 있는 거예요. 뭔가 카테고리 없이 그냥 빵이 있는 곳, 그런 느낌? 중간에 쌀 표시가 붙은 포장 빵도 보였는데 쌀로 만든 빵인 것 같았어요. 처음엔 하나만 살 생각이었는데 이쯤 되면 고르기가 더 힘들어지더라고요.




이 구역부터는 빵집인지 분식집인지 살짝 경계가 흐려지는 느낌이었어요. 달고 짜고 달고 짠 맛이 계속 교차하는 걸 한국에선 '단짠단짠'이라고 하는데, 단짠단짠파빵은 그 이름처럼 치즈가 위에서 눌어붙어서 군침 도는 냄새가 거기서 나고 있었거든요. 4,200원짜리 크럼치즈 반호떡스는 이름도 어리둥절한데 생긴 것도 어리둥절해요. 호떡인지 스콘인지 모를 둥글납작한 게 스무 개쯤 줄 맞춰 쌓여 있었고.
근데 야끼소바빵은 좀 눈에 걸렸어요. 볶은 국수, 그러니까 야끼소바를 빵 사이에 넣은 건데 일본에서 흔한 조합이거든요. 3,800원이고 옆에는 크림소바빵도 있었는데 신제품이라는 스티커까지 붙어 있었어요. 크림 소스에 버무린 소바를 빵에 넣은 거라는데, 한참 들여다봤어요.
카스테라와 밤모스빵


계산대 바로 옆에 이게 있었어요. 하레하레 로고가 하나하나 각인된 카스테라인데, 버터 버전이랑 초코 버전이 나란히 놓여 있었거든요. 단품이 5,600원에서 6,100원 사이, 세트로 사면 12,200원이나 12,700원. 선물용으로 사 가는 사람들이 여기서 많이 집더라고요. 로고 각인 하나로 그냥 빵이 아니라 뭔가 포장된 것처럼 보이는 효과가 있긴 했어요.

이게 하레하레 하면 많이들 얘기하는 추억의 밤모스빵이에요. 5,600원인데, 옆면을 보면 크림이랑 팥인지 딸기잼인지 모를 레이어가 빵 사이에 켜켜이 쌓여 있거든요. 옛날 동네 빵집에서 팔던 맘모스빵 있잖아요. 그 두껍고 묵직한 식빵에 생크림 듬뿍 넣은 거. 그걸 업그레이드한 버전인 셈이죠. 냉장 보관이라는 스티커가 붙어 있어서 집에 가져가도 되는 종류인 거고요.
건강빵 코너
알밤식빵, 캄파뉴, 베이글



반대편 유리 진열장은 분위기가 달랐어요. 거기에 건강빵 코너가 따로 있었거든요. 버터 없음, 계란 없음, 설탕 없음이라고 써붙여 놓은 안내판이 붙어 있었고, 그 아래에 호밀빵이나 바게트 같은 묵직한 빵들이 놓여 있었어요. 크랜베리가 들어간 것도 있었고, 누룽지처럼 구운 것도 있었음. 인기제품 스티커가 붙은 건 아마도 크랜베리치즈캄파뉴였던 것 같았는데, 제가 갔을 때 이미 몇 개 남지 않은 상태였거든요.
공주알밤식빵이 종이 틀에 담겨 줄 서 있었는데, 밤 조각이 반죽 위로 삐죽삐죽 나와 있고 시나몬 향이 거기서 나고 있었거든요. 6,000원. 옆에는 콘치즈캄파뉴가 있었는데, 겉껍질이 두꺼운 시골 스타일 빵인데 여기선 거기에 옥수수랑 치즈를 넣었어요. 잘린 단면 보니까 노란 속살이 꽤 촘촘했고, 이것도 6,000원.
어니언 베이글은 베스트 스티커에 냉동 보관 후 차갑게 드시면 맛있다는 안내까지 붙어 있었어요. 4,600원인데, 검은깨가 반죽에 섞여 있는 게 겉에서도 보이고 생긴 게 묵직하더라고요. 빵집 베이글치고 크기가 작지 않았음.
눈이 멈추는 구역들




멈추려 했는데 못 멈췄어요.
마시멜로 속 가또가 눈에 들어온 거예요. 코코넛 가루가 뒤덮인 둥글납작한 게 쌓여 있는데, 안에 쌀 초코케이크랑 마시멜로가 들어 있다고 안내판에 써 있었어요. 3,800원. 베스트 스티커가 붙어 있으니까 많이 팔린다는 뜻이겠거니 했어요.
옆 트레이에는 방금 구운 것처럼 보이는 긴 빵이 나와 있었는데 참깨가 빼곡하게 붙어 있었고, 바질토마토라고 써 있었어요. 5,900원. 유기농 통일반죽에 바질이랑 토마토를 넣고 크림치즈로 마무리했다는 설명이었는데, 구워진 냄새가 거기서 퍼지고 있었거든요. 이건 진짜 고민했어요.
피낭시에 쪽도 그냥 지나치기가 어려웠는데, 한 접시에 초콜릿이랑 솔티드카라멜이랑 무화과 세 종류가 담겨 있었어요. 개당 2,900원. 버터를 많이 써서 굽는 작고 납작한 직사각형 프랑스 과자인데, 옆에는 올리브 올라간 피자빵도 막 구워져 나왔고요.



계산대 가까운 쪽에 파란 컵에 담긴 게 눈에 띄었어요. 호두스콘인데, 하레하레 로고가 인쇄된 컵에 담긴 채로 구워져 있었거든요. 컵에 2020년 대전 베이커리 우수 제품으로 선정됐다는 문구도 박혀 있었고요. 생긴 게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파는 컵 같기도 해서 잠깐 헷갈렸어요.
아그작 러스크는 투명 돔 컵에 담겨 있었는데, 색이 전부 짙었어요. 4,800원. 두 번 구워서 바삭하게 만든 빵 조각인데, 이걸 컵에 담아 파는 경우는 흔하지 않아서 눈에 걸렸어요. 그 옆에는 하레하레 스티커가 붙은 투명 봉지에 두툼하게 슬라이스된 빵이 세워져 있었고요. 단면에 건포도 같은 게 박혀 있는 게 파네토네처럼 생긴 거였어요. 창가 쪽이라 빛을 받아서 단면이 잘 보이는 자리였는데, 그게 오히려 더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거예요.



길쭉한 빵 가운데를 칼로 갈라서 흰 생크림을 통으로 채워 넣은 게 트레이에 줄 서 있었어요. 크림이 넘칠 것 같은 양인데, 옆면 결이 크루아상처럼 겹겹이 구워진 게 보였어요. 이름은 따로 못 봤는데 생긴 것만으로도 주변 사람들이 집어 드는 게 눈에 들어왔거든요.
완두앙금빵은 3,500원. 반죽을 칼집처럼 여러 갈래로 갈라서 구워냈는데 그 사이사이에 완두 앙금이 초록빛으로 차 있었어요. 위에 아몬드 슬라이스까지 얹혀 있어서 색이 꽤 선명하더라고요. 팥 앙금을 넣어 구운 단팥빵 있잖아요, 그걸 완두콩 버전으로 만든 거라고 보면 돼요. 소시지빵은 크기가 컸어요. 소시지 끝부분이 빵 밖으로 삐죽 나와 있고 위에는 퀴노아 같기도 하고 거칠게 빻은 곡물 같기도 한 알갱이가 촘촘하게 구워져 있었어요.
식빵 구역




식빵 종류만 따로 모아놓은 구역이 있었어요. 통밀식빵은 4,500원인데 통밀가루 70%짜리라고 가격표에 써 있었고, 색이 확실히 달랐어요. 일반 식빵보다 훨씬 짙은 갈색이고 묵직해 보이는 거예요. 쌀식빵은 5,000원으로 밀 대신 쌀로 만든 식빵인데, 여섯 개짜리 덩어리로 구워져서 한 칸씩 뜯어 먹는 형태였어요. 우유식빵은 4,800원. 옆면이 울퉁불퉁하게 부풀어 오른 게 다른 것들보다 크기가 제일 컸는데, 저기서 제일 기본에 가까운 식빵인 셈이에요.
식빵 하나만 사러 왔어도 고르는 데 시간이 걸렸을 것 같은 구역이었어요.
케이크 진열장



딸기 시즌이라 그런지 케이크가 전부 딸기 위주였어요. 딸기밭이 39,000원, 초코딸기밭이 40,000원, 쌀로만든 딸기밭은 30,000원인데 쌀로만든 쪽은 글루텐프리 표시가 붙어 있었고요. 케이크 옆면에 딸기 단면이 층층이 보이는 구조라 유리 너머로도 속이 다 보이는 거예요.
그 옆에 비건 케이크가 두 종류 있었는데, 비건생크림케이크가 35,000원, 비건초코생크림케이크가 36,000원이었어요. 계란도 우유도 없다고 표시가 붙어 있었는데, 생긴 건 일반 케이크랑 거의 차이가 없었어요. 오트밀 계열 크림을 썼다고 재료 표기에 나와 있었고요. 케이크를 살 생각은 없었는데 유리 앞에서 좀 서 있게 되는 구역이긴 했어요.





케이크 종류가 생각보다 많았어요. 동물 모양 케이크가 몇 개 있었는데, 뭉뇨쥬는 35,000원이고 하얀 크림으로 동글동글하게 만든 위에 딸기랑 블루베리가 붙어 있었어요. 옆에 토끼는 36,000원인데 귀까지 달린 캐릭터 케이크였고, 망고생크림케이크는 34,000원으로 노란색이 확 눈에 띄었어요.
청룡케이크는 36,000원인데 파란 용 장식이 케이크 위에 올라가 있는 거예요. 올해 용띠 해라고 만든 건지 그냥 디자인인지는 모르겠지만, 시선은 거기서 제일 오래 머물렀어요. 소콜라하트는 29,000원. 케이크들 중에서는 제일 저렴한 편인데 유리그릇처럼 생긴 그릇째로 올라가 있었어요.
샌드위치 코너








케이크 구역 지나고 나서 샌드위치 코너가 나왔는데, 이쪽이 또 꽤 넓었어요. 신문지 느낌 포장지에 컬러 띠가 둘러진 치아바타 샌드위치들이 트레이 가득 쌓여 있었고, 오른쪽에는 투명 용기에 담긴 버거 스타일 샌드위치들이 따로 줄 서 있었어요. 빵집인데 샌드위치 종류만 이렇게 많다는 게 좀 의외였거든요.
치아바타 샌드위치는 치킨비비큐치아바타, 새우바질페스토치아바타, 닭가슴살치아바타, 모짜치아바타 이렇게 종류가 나뉘어 있었어요. 포장지 절반을 벗겨서 단면이 보이게 진열된 것들은 속 재료가 다 달랐는데, 치킨비비큐는 불에 구운 닭고기 느낌이 나는 짙은 색이었고, 새우바질페스토는 새우랑 치즈가 층층이 보였어요.
모짜치아바타는 두 가지 형태가 있었는데, 신문지 포장된 것과 동그란 빵에 담아서 투명 케이스에 넣은 것. 케이스에 담긴 건 양상추가 빵 밖으로 삐져나올 정도로 가득 채워져 있어서 뚜껑이 간신히 닫힌 것처럼 보였어요.
비어햄 샌드위치는 투명 케이스에 잘린 단면이 보이게 담겨 있었는데, 압착 돼지고기 햄인 비어햄에 달걀, 양상추, 톤치마가 들어간 거예요. 잘린 단면에서 분홍빛이 선명하게 보이는 거예요. 빵집이라고 생각하고 왔는데 여기서 점심을 해결할 수도 있겠다 싶은 구역이었어요.
쿠키와 선물 포장




포장지에 "프랑스 파리 세계베이킹컵 챔피언의 집"이라는 문구가 박혀 있는 게 눈에 들어왔어요. 초코 코팅된 납작한 쿠키랑 아몬드 슬라이스가 올라간 둥근 쿠키가 하레하레 로고 투명 봉지에 담겨 있었는데, 포장 자체가 선물로 바로 줄 수 있는 형태였어요.
그 옆에는 초코르뱅, 로얄쇼콜라, 코코넛쿠키 이렇게 개별 포장된 쿠키들이 검은 트레이 위에 빽빽하게 쌓여 있었고요. 쌀가루 50% 표시가 붙은 것들도 섞여 있었는데, 하레하레 로고가 쿠키 표면에 직접 찍혀 있는 것들도 있었어요. 각인이 선명해서 포장 안 열어도 어디 제품인지 바로 보이는 거예요.
한쪽에는 쿠키세트 박스가 따로 진열돼 있었어요. 5구짜리랑 8구짜리 두 종류인데, 파란 박스 안에 각기 다른 종류 쿠키들이 개별 포장돼서 나란히 들어가 있었어요. 대전 기념품이나 선물 목적으로 사는 사람들이 주로 여기서 고르는 것 같았어요.
결국 고른 것들



결국 죽파프리글이랑 모카번 두 개를 골랐어요. 달달한 것들 사이에서 혼자 짭짤하게 버티고 있던 게 오히려 눈에 더 들어왔거든요. 모카번은 종이 봉투에 담겨 나왔는데, 봉투에 "공중부양 모카번"이라고 적혀 있었어요. 봉투 문구치고는 꽤 자신 있는 이름이더라고요.
밖으로 나오니까 햇볕이 생각보다 강했어요. 여름이라 그런지 가게 안이랑 온도 차이가 꽤 났고, 파란 하레하레 쇼핑백 들고 주차장까지 걷는 길에 땀이 좀 났어요.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안에 앉아서 먹을 공간이 마땅치 않았어요. 들어가는 입구 쪽에 의자가 몇 개 있긴 했는데, 오가는 사람들 사이라 거기 앉아서 먹기는 좀 어중간한 느낌이었거든요. 결국 봉투 들고 밖에서 서성이다 차로 돌아왔어요.
차에 타서 죽파프리글 봉투를 열었어요. 짭조름한 파 냄새가 올라오는데, 조수석에 있던 와이프가 "이게 뭐야" 하면서 한 입 뺏어 먹었거든요. 한국 빵집에 올 때마다 이런 조합을 신기해하는데, 이번엔 아무 말 없이 또 한 입 가져갔어요. 칭찬인지 아닌지 모르겠는 반응이었는데, 뭐 그걸로 충분한 거였어요.
모카번은 집에 가서 먹었는데, 이름이 공중부양인 게 이유가 있는지 식감이 꽤 가볍더라고요. 겉은 살짝 구워진 느낌인데 속은 부드러웠어요. 카페 모카 맛은 은은하게 나고, 진한 커피향을 기대하면 좀 다를 수도 있어요.
한 바퀴 도는 데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어요. 빵 구경하다 보면 그렇게 되더라고요, 어딜 가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