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도 외도 보타니아 후기 | 와현 유람선 해금강 코스 완벽 정리
거제도 외도 보타니아(Oedo Botania), 와이프랑 둘이서 직접 다녀왔어요.
일만 하다 보면 가끔은 진짜 쉬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 저도 그래요. 그래서 주기적으로 와이프랑 여행을 다니는 편인데, 문제는 그동안 너무 많은 곳을 다녀버렸다는 거예요. "이번엔 새로운 데 가보자." 그래서 꺼낸 카드가 거제도(Geoje Island)였어요.
한국에 오는 외국인 여행자분들 보면 코스가 너무 정해져 있어요. 서울(Seoul)이면 명동(Myeongdong), 경복궁(Gyeongbokgung), 홍대(Hongdae). 부산(Busan)이면 해운대(Haeundae), 감천문화마을(Gamcheon Culture Village). 제주도(Jeju)면 성산일출봉(Seongsan Ilchulbong), 협재해변(Hyeopjae Beach). 최근엔 경주(Gyeongju)나 전주 한옥마을(Jeonju Hanok Village)까지 알려지면서 그쪽으로 가는 분들도 늘었고요.
물론 다 좋은 곳이에요. 이유 있는 인기니까요.
그런데 사실 한국에는 아직 외국인들한테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관광지가 정말 많아요. 한국 사람들은 잘 가는데, 여행 블로그나 유튜브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곳들. 대부분의 여행기는 결국 같은 장소, 같은 루트의 반복이더라고요.
그래서 오늘은 조금 다른 곳을 소개하려고 해요. 거제도 남쪽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섬, 외도 보타니아(Oedo Botania). 그리고 "바다 위의 금강산"이라 불리는 해금강(Haegeumgang). 사람에 치이지 않고, 진짜 한국의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에요.
자차로 이동했고, 와현 선착장(Wahyeon Port)에서 유람선을 탔어요. 해금강 선상관광부터 외도 상륙까지 한 번에 다 돌았는데, 선착장 5곳 비교, 비용, 계절별 추천, 현장에서만 알 수 있는 팁까지 전부 정리했어요.
같이 가보시죠.
OEDO BOTANIA
외도 보타니아는?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섬인데, 섬 전체가 정원이에요. 유람선에서 내리는 순간 "여기 한국 맞아?" 소리가 절로 나와요.
지중해 어딘가를 통째로 옮겨 놓은 것 같은 풍경. 야자수, 선인장, 이름 모를 열대 꽃들 사이로 하얀 조형물이 서 있고, 그 뒤로 쪽빛 남해 바다가 끝없이 펼쳐져요.
한 부부가 50년 넘게 가꿔온 개인 정원이에요. 섬 꼭대기 전망대에 올라가면 바다와 하늘 경계가 사라지고, 날이 아주 맑으면 일본 쓰시마섬까지 보인다고 해요.
HAEGEUMGANG
해금강은?
이름 뜻이 "바다 위의 금강산". 이름값 제대로 하는 곳이에요.
수만 년 동안 파도와 바람이 깎아 만든 기암절벽이 바다 위로 수십 미터씩 솟아 있어요. 특히 십자동굴은 바위 한가운데가 십자 모양으로 뚫려 있는데, 유람선이 그 사이를 지나가는 순간 입이 딱 벌어져요.
따로 안 가도 돼요. 외도 가는 유람선 타면 해금강을 먼저 선상에서 보고, 그다음 외도에 상륙하는 코스라서 한 번에 두 곳을 다 즐길 수 있어요.
와현 선착장에서 외도까지, 출발 전 알아야 할 것들

오늘은 거제도 와현에서 배를 타고 출항해요. 와현, 기억해 주세요. 외도 보타니아로 가는 유람선 선착장이 여러 군데 있는데, 저는 그중에서 와현을 골랐어요. 사실 예전에 여행사 패키지로 왔을 때도 와현에서 탔었거든요. 그때 기억이 좋아서 이번에도 여기로 온 거예요. 배에 oedorang.com이라고 적혀 있는 게 보이시죠? 이 배를 타고 바다 한가운데 있는 섬으로 들어갑니다.
참고로 배편보다 1시간 일찍 도착했는데, 주차장이 남아돌더라고요. 와현해변이 바로 앞이라 대기 시간에 바다 구경하면서 시간 보내기 딱 좋았어요.
외도·해금강 유람선이 출발하는 항구는 거제도에 총 5곳이에요. 선착장마다 배 시간, 요금, 코스가 조금씩 다르니까 본인 상황에 맞는 곳을 고르면 돼요.
장승포 선착장
가장 규모가 큰 선착장이에요. 넓은 주차장에 대형 유람선을 보유하고 있어서 단체 여행객도 많이 이용해요. 주변에 숙소와 식당도 많아서 접근성이 좋은 대신, 그만큼 사람도 많아요.
지세포 선착장
해금강 십자동굴까지 선상 관광이 포함된 코스가 인기예요. 배가 크고 깨끗한 편이라는 후기가 많은데, 대신 승선 대기 시간이 좀 걸릴 수 있어요.
와현 선착장 ← 오늘 제가 탄 곳!
외도 보타니아 직원들이 출퇴근할 때 타는 배와 같은 유람선이라 안정성이 좋다는 평이 많아요. 바로 앞에 와현해변이 있어서 배 타기 전후로 해변 산책도 가능하고, 주차장이 넉넉해서 자차 여행자한테 편해요.
구조라 선착장
외도까지 가장 가까운 선착장이에요. 약 10분이면 도착. 무료 주차장이 넓고, 바로 옆에 해물칼국수 맛집이 있어서 밥 먹고 바로 배 타기 좋아요. 멀미가 걱정되는 분들한테 이동 시간이 짧아서 추천.
도장포(해금강) 선착장
바람의 언덕, 신선대 같은 거제도 인기 관광지와 가장 가까운 선착장이에요. 외도+해금강 보고 내려서 바로 바람의 언덕까지 걸어갈 수 있어서 하루 코스 짜기에 좋아요.

와현에서 출발하는 유람선 내부는 이런 형태예요. 파란색 좌석이 양쪽으로 줄지어 있고, 생각보다 넓고 깔끔해요. 비행기 좌석이랑 비슷한 느낌이라 편하게 앉아서 갈 수 있어요. 창문이 양옆으로 크게 나 있어서 앉아서도 바다가 잘 보이고, 천장에 모니터도 달려 있어서 항로나 관광 안내 영상도 틀어줘요. 외도까지는 약 20~30분 정도 걸리는데, 바다 구경하다 보면 금방이에요.
승선 전 꼭 알아야 할 것들
신분증 필수 지참. 어른은 주민등록증·운전면허증·여권 중 하나, 아이는 의료보험증이나 등본 캡처라도 있어야 해요.
요금은 유람선 승선료 + 외도 입장료로 구성돼요. 선착장마다 승선료가 조금씩 다르고, 외도 입장료(성인 11,000원)는 매표소에서 별도 결제예요. 온라인 사전 예약하면 할인받을 수 있어요.
출발 30분 전까지 도착하세요. 늦으면 진짜 못 타요. 환불도 안 돼요.
음식물 반입 금지. 외도 안에서는 물도 사 먹어야 해요. 섬 안에 카페가 있긴 한데 관광지 가격이라 각오하세요.
멀미약은 매표소에서 1,000원에 살 수 있어요. 저는 멀미를 안 하는 편이라 괜찮았는데, 민감하신 분들은 미리 드세요. 갑판에 올라가서 바람 맞으면 한결 나아요.
해금강 선상관광, 바다 위의 금강산

배가 출발하고 나면 이렇게 갑판 위로 나갈 수 있어요. 와현에서 출발하는 유람선은 먼저 해금강 쪽을 돌면서 선상 관광을 한 다음, 외도로 이동하는 코스예요. 바람 맞으면서 바다 한가운데 서 있는 느낌이 꽤 좋아요. 멀리 산과 섬들이 겹겹이 보이고, 갈매기도 배를 따라와요. 새우깡을 사 가지고 온 분들이 갈매기한테 던져주고 있었는데, 배 안에서 한 봉지에 2,000원이에요.
이날 바다가 꽤 잔잔한 편이었어요. 파도가 높은 날이면 갑판 위에 서 있기 힘들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날은 배 안에서 창문으로 봐야 한다는 후기도 봤어요.

배가 해금강에 가까워지면 이런 거대한 절벽이 눈앞에 나타나요. 사진으로 봐도 대단한데 실제로 보면 스케일이 완전히 달라요. 수만 년 동안 파도와 바람이 깎아 만든 바위가 바다 위로 수십 미터씩 솟아 있고, 그 틈 사이로 소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있어요. 유람선이 절벽 바로 앞까지 다가가기 때문에 이 압도적인 해금강 풍경을 아주 가까이서 볼 수 있어요.
솔직히 말하면 저는 해금강이 이번이 세 번째라 "우와" 소리까지는 안 나왔어요. 근데 처음 보는 분들은 다를 거예요. 배 위 사람들이 일제히 카메라를 들어 올리는 순간, 아 여기가 바다 위의 금강산이구나 하고 실감하게 돼요. 선장님이 안내 방송으로 바위마다 이름이랑 전설을 설명해주시는데, 그 특유의 톤이 귀에 꽤 남아요.

이게 해금강에서 유명한 사자바위예요. 왼쪽에 따로 떨어져 서 있는 바위를 보면, 사자가 입을 벌리고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형상이에요. 보이시나요? 한번 알고 보면 확실히 눈에 들어와요.
예전에는 유람선이 십자동굴 안쪽까지 들어갔다 나왔다고 하는데, 요즘은 안전 문제로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소형 보트는 들어가는 것 같았는데, 별도 상품인 것 같아요.
외도 보타니아 상륙, 섬 전체가 정원이었어요

해금강 선상 관광을 마치고 나면 드디어 외도에 도착해요. 배에서 내리면 "어서오십시오 Welcome to OEDO BOTANIA"라고 적힌 간판이 반겨줘요.
명찰, 절대 잃어버리지 마세요
배에서 내릴 때 명찰을 받아요. 거기에 내가 탑승한 배편 정보가 적혀 있어요. 외도 관광을 마치고 돌아갈 때 이 명찰을 반납하고 같은 배를 타야 해요. 다른 배를 잘못 타면 내가 출발했던 항구가 아닌 전혀 다른 곳에 내리게 돼요.
거제도 안에 선착장이 5곳이나 있거든요. 잘못하면 차를 세워둔 곳에서 한참 떨어진 항구에 내리는 거예요. "다음 배 타면 되지 않나?" 싶겠지만, 안 돼요. 주어진 2시간 안에 관광 끝내고 반드시 같은 배를 타야 해요.

선착장에서 올라가면 이렇게 하얀 아치형 문이 나와요. 여기서부터 본격적으로 외도 보타니아 탐방이 시작되는데, 보시다시피 오르막길이에요. 외도가 큰 섬은 아니지만 섬 자체가 언덕 지형이라 오르막과 계단이 꽤 많아요.
저는 괜찮았는데, 와이프는 올라가면서 좀 힘들어했어요.
체력·복장 관련 솔직한 얘기
거동이 불편하신 분이나 연세가 많으신 어르신, 유모차를 끌고 가야 하는 분들은 방문이 쉽지 않을 수 있어요. 엘리베이터나 경사로 같은 편의시설이 없거든요. 중간중간 벤치는 있어서 쉬어갈 순 있는데, 기본적으로 2시간 동안 언덕을 오르내려야 해요.
운동화 필수. 슬리퍼나 힐은 포기하세요. 돌바닥이랑 계단이 많아요. 그리고 여름에 가실 분들은 양산이나 모자, 손풍기 꼭 챙기세요. 그늘이 생각보다 많지 않아서 한여름엔 진짜 쪄 죽어요. 물도 미리 못 가져가니까 현금 좀 챙겨가세요. 섬 안에 자판기가 있는데 카드가 안 되는 곳도 있어요.
시기는 봄이나 가을이 최고예요. 봄엔 꽃이 한창이라 색감이 미쳤고, 가을엔 단풍이 야자수랑 섞여서 또 다른 느낌이에요. 여름은… 솔직히 더위와 싸워야 해요. 겨울보다는 봄·가을을 강력 추천합니다.

조금만 올라가면 바로 이 풍경이 펼쳐져요. 뒤를 돌아보면 방금 타고 온 배가 보이고, 그 너머로 거제도 본섬의 산줄기가 바다 위에 길게 이어져 있어요. 하얀 난간 아래로 방파제와 소망의 등대도 보이고요. 아직 입구인데 벌써 이 정도 뷰예요.

올라가다가 갑자기 이게 나타났어요. 나무를 깎아서 만든 거대한 공룡 조형물인데, 크기가 장난이 아니에요. 제 키의 몇 배는 되는 것 같았어요. 사람들이 여기서 다 멈춰요. 저도 한참 서서 이리저리 각도 바꿔가면서 찍었는데, 흐린 날이었는데 오히려 초록색이 더 진하게 나오더라고요.

야자수가 언덕을 따라 쭉 늘어서 있는 이 풍경. 솔직히 동남아 어딘가인 줄 알았어요. 외도가 바다 한가운데 있는 섬이라 본토보다 기후가 따뜻하대요. 그래서 야자수나 아열대 식물들이 이렇게 잘 자라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한국에서 이런 풍경은 제주도 말고는 본 적이 없었는데, 외도는 제주도랑도 또 달라요. 작은 섬에 식물들이 빼곡하게 차 있으니까 밀도가 다르다고 해야 하나. 정글 속을 걷는 기분이었어요.

길 옆에 수선화가 한가득 피어 있었어요. 가까이서 보면 더 예쁘거든요. 걷다가 자꾸 쪼그려 앉게 돼요. 외도 보타니아가 1년 내내 꽃이 지지 않는 곳으로 유명하다고 하는데, 직접 와보니까 과장이 아니었어요. 저는 봄에 갔는데 수선화가 한창이었고, 여름에는 수국, 가을에는 란타나랑 부시세이지, 겨울에는 동백이 핀다고 해요.

이 길이 진짜 좋았어요. 개인적으로 외도 보타니아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구간. 양쪽으로 초록이 가득한데 그 사이를 걸어가는 느낌이 영화 속 장면 같았어요. 오른쪽에는 노란 꽃들이 줄지어 피어 있고, 위를 올려다보면 야자수가 하늘을 덮고 있고.
근데 문제가 하나. 한 걸음마다 사진 찍고 싶어서 도무지 앞으로 안 나가져요. 저만 그런 게 아니라 앞에 가는 사람들도 다 그래요. 멈추고, 찍고, 또 멈추고. 저는 평일 비수기에 가서 그나마 여유로웠는데, 주말이나 공휴일에 가면 각 선착장에서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올 테니 꽤 북적일 거예요. 가능하면 평일에 가세요. 진심.

이 나무 보자마자 "여기서 사진 찍어야 해" 했어요. 거대한 나무가 딱 반으로 갈라져 있는데, 그 사이에 딱 한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있어요. 거기 서서 찍으면 나무가 안아주는 것 같은 사진이 나와요. 줄 서서 찍는 사람들도 있었거든요. 지나치지 마세요.

아까 그 나무 반대편에서 보면 이런 모습이에요. 앞쪽에 동글동글한 꽃봉오리들이 쭉 올라와 있고, 양쪽으로 빨간 단풍나무랑 야자수가 같이 서 있어요. 단풍이랑 야자수가 한 프레임에? 좀 이상하죠? 근데 외도에서는 이게 자연스러워요. 온대 식물이랑 아열대 식물이 한 공간에 공존하는 게 이 섬만의 매력이에요.

여기는 선인장 가든. 분위기가 갑자기 확 바뀌어요. 방금까지 초록 정글이었는데 갑자기 모래밭에 선인장이 쭉 늘어서 있으니까 멕시코 어딘가에 온 것 같은 느낌. 한 섬 안에서 이렇게 분위기가 계속 바뀌니까 지루할 틈이 없어요.

돌바닥 길을 따라 올라가면 양쪽으로 둥글게 다듬어진 초록 나무들, 빨간 단풍, 하얀 조각상이 어우러져 있어요. 이날따라 구름이 예쁘게 떠 있어서 진짜 그림이었어요.
인생샷 타이밍 팁
사람이 많은 시간대에 가면 이 길에서 사진 찍기가 좀 힘들어요. 가능하면 오전 첫 배를 타세요. 사람이 적을 때 이 길을 걸으면 이 섬을 혼자 가진 것 같은 기분이 들 거예요. 주말·공휴일은 어떤 시간대든 인산인해라는 후기가 많으니, 평일 비수기 방문이 최적이에요.
비너스 가든부터 꼭대기 전망대, 그리고 하산까지

드디어 나왔어요. 비너스 가든(Venus Garden). 외도 보타니아의 하이라이트.
하얀 기둥이 반원형으로 세워져 있고, 그 사이사이에 조각상들이 서 있어요. 왼쪽에는 분수가 있고요. 버킹엄 궁의 후정을 모티브로 만들었다고 하더라고요. 2020년에 새롭게 단장했다는데, 관리 상태가 진짜 좋았어요.
처음 봤을 때 그리스 신전 같기도 하고, 이탈리아 어느 궁전의 정원 같기도 하고. 근데 뒤를 돌아보면 남해 바다가 보여요. 유럽 같은데 바다는 한국이고. 그 조합이 묘해요.

비너스 가든을 위에서 내려다본 모습이에요. 노란 꽃으로 만든 문양이 화단 안에 그려져 있고, 하얀 난간을 따라 산책로가 쭉 이어져 있어요. 이걸 보면서 든 생각이, 이걸 정말 개인이 만든 거라고? 원래 초등학교 분교 운동장이었던 곳을 이렇게 바꿔놓은 거라는데, 50년이라는 시간의 무게가 이 한 컷에 다 담겨 있는 것 같았어요.

반대쪽에서 본 비너스 가든. 같은 장소인데 보는 각도에 따라 계속 다르게 보여요. 여기서 팁 하나. 비너스 가든은 양쪽 길 다 걸어보세요. 한쪽만 걷고 지나가는 분들이 많은데, 반대편에서 보는 풍경이 또 달라서 아까워요.

가까이서 보면 이런 디테일이 숨어 있어요. 노란 꽃 울타리 안에 자갈로 만든 문양이 하나하나 다 달라요. 눈높이를 좀 낮추고 천천히 걸어보세요. 대충 보고 지나가면 이런 걸 다 놓쳐요. 정원사분들이 돌아다니면서 계속 관리하고 계시더라고요.

비너스 가든을 지나서 더 올라가면 이런 공간이 나와요. 하얀 조각상 세 명이 손을 맞잡고 빙글빙글 도는 모습인데, 뒤로 노란 꽃, 보라색 꽃, 초록 잔디가 계단식으로 쭉 올라가요. 이쯤부터 날이 개기 시작했어요. 흐린 날 봤던 외도랑 맑은 날 외도가 완전히 다른 곳 같았어요.

하얀 철제 아치문이 있길래 뭔가 싶어서 들어가 봤어요. 작은 허브 정원 같은 공간인데, 사람들이 잘 안 들어와요. 다들 큰 길만 따라가거든요. 근데 여기 들어가면 조용하고, 초록 사이로 햇살이 들어오는 게 진짜 예뻐요. 시간 여유가 있으면 이런 샛길도 들어가 보세요.

이 사진은 제가 외도에서 찍은 것 중에 제일 좋아하는 거예요. 빨간 단풍나무 아래로 노란 꽃들이 깔려 있고, 뒤쪽으로 나선형으로 깎인 초록 나무들이 층층이 올라가요. 빨강, 노랑, 초록, 보라가 한 프레임에 다 들어와요. 보정 안 했어요. 카메라보다 눈으로 봤을 때가 열 배는 더 강렬했어요.

꽃 이름은 하나도 모르겠는데 노란 것, 보라색 것, 주황색 것이 뒤섞여서 자기들끼리 알아서 예쁘게 피어 있어요. 이 정도 규모를 매일 관리하는 분들이 계시다는 거잖아요. 솔직히 대단하다 싶었어요.

위쪽으로 올라오면 섬 전체가 내려다보여요. 저 아래에 비너스 가든 하얀 기둥이 보이고, 그 너머로 바다, 그리고 거제도 산줄기까지. 분홍 철쭉이 앞에 피어 있어서 자연 액자처럼 풍경을 감싸고 있었어요.
여기서 좀 서 있었어요. 사진 찍으려고 올라온 건데 카메라 내려놓고 그냥 보고만 있었어요. 와이프도 옆에서 말없이 서 있었고. 이런 순간이 여행에서 진짜 남는 순간이잖아요.

꼭대기 전망대에 도착. 여기가 외도 보타니아의 가장 높은 곳이에요. 망원경도 있고, 난간에 기대서 바다를 볼 수 있어요. 올라오느라 더웠는데 바람이 꽤 불어서 그게 또 좋았어요. 저 멀리 섬들이 점점이 떠 있는데, 날이 아주 맑으면 일본 쓰시마섬까지 보인다고 해요. 이날은 거기까진 안 보였지만 충분했어요.

전망대 근처에서 철쭉이 한창이었어요. 연분홍에 진분홍 점이 박혀 있는 게 가까이서 보면 정말 섬세해요. 평소에 꽃 사진 안 찍는데 여기서만 한 열 장은 찍은 것 같아요.

전망대에서 반대쪽을 보면 외도의 동쪽이에요. 여기는 정원으로 꾸미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 절벽 아래로 파도가 부딪히고, 바위 끝에 작은 바위섬들이 튀어나와 있어요. 같은 섬인데 한쪽은 유럽식 정원이고 반대쪽은 거친 자연 절벽이라니. 이 대비가 외도를 더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아요.

이제 내려올 차례. 위에서 내려다보면 이게 한눈에 다 들어와요. 왼쪽에 비너스 가든의 하얀 기둥, 가운데 둥글게 다듬어진 나무들, 오른쪽 계단식 정원, 그리고 그 뒤로 펼쳐진 바다와 거제도 산. 작은 섬 하나에 이 모든 게 다 들어가 있다는 게 지금 봐도 신기해요. 올라올 때는 힘들었는데, 이 뷰 보는 순간 다 괜찮아졌어요.

내려가는 길에 주황색 기와지붕 건물이 보여요. 초록 덩굴 사이로 살짝 보이는 이 건물, 지중해 해안 마을 같지 않아요? 내려가면서 보는 풍경도 올라갈 때랑 또 달라요. 올라갈 때는 정원에 집중하게 되는데, 내려갈 때는 바다와 섬 전체가 눈에 들어오거든요.

선착장 쪽으로 내려오니까 배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어요. 한 척은 사람을 내려주고 있고, 또 한 척은 바다에서 대기 중이에요. 각각 다른 항구에서 온 배들이에요. 여기서 아까 말한 명찰이 중요한 거예요. 저 배들 중에 내가 타고 온 배를 찾아서 타야 하거든요.

"안녕히 가십시오. Good bye!" 올 때 "어서오십시오"였던 간판이 돌아갈 때는 이렇게 바뀌어 있어요. 이 간판 보니까 괜히 아쉽더라고요.
2시간이 이렇게 빨리 갈 줄 몰랐어요. 솔직히 처음에는 작은 섬이라 금방 다 볼 줄 알았거든요. 근데 막상 돌아보니까 시간이 모자랐어요. 못 들어간 샛길도 있고, 카페에서 쉬면서 바다 보는 시간도 갖고 싶었는데. 참고로 외도 보타니아 안에 카페가 두 군데 있어요. 하나는 중간쯤에 있는 비너스 가든 카페, 하나는 정상 근처에 있는 "오! 아름다운"이라는 카페인데, 팥빙수랑 더치커피가 시그니처라고 하더라고요. 뷰는 진짜 좋다는데, 저는 시간이 빠듯해서 못 들렀어요. 다음에 가면 거기서 꼭 앉아보려고요.
추천 시기
봄(3~5월)과 가을(9~11월)이 최고예요. 봄엔 수선화, 튤립, 철쭉이 한창이고, 가을엔 단풍이 야자수랑 어우러져서 독특한 풍경이 나와요. 여름은 솔직히 쪄 죽어요. 양산, 손풍기, 얼음물 없으면 힘들어요. 겨울은 꽃이 적어서 봄·가을보다 아쉬울 수 있어요.
추천 요일
평일 비수기가 최적이에요. 저는 평일에 갔는데 사람이 그저 그랬어요. 주말이나 공휴일에 가면 5개 선착장에서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오니까 인산인해가 될 거예요. 사진 찍기도 힘들고, 좁은 길에서 사람이랑 부딪히면서 걸어야 할 수도 있어요.
비용
유람선 승선료 + 외도 입장료가 합쳐져야 갈 수 있어요. 승선료는 선착장마다 다르고(대인 기준 대략 15,000~22,000원선), 외도 입장료는 성인 11,000원이에요. 온라인 사전 예약하면 할인되는 경우가 많으니 미리 검색해보세요. 섬 안에서 카페나 간식을 사 먹으면 추가 비용이 들어요. 현금 챙기세요.
소요 시간
배 타고 가는 시간 + 해금강 선상관광 + 외도 관람 2시간 + 돌아오는 시간 합치면 왕복 약 3~4시간 잡으셔야 해요. 거기에 주차하고 매표하는 시간까지 더하면 반나절은 외도에 쓴다고 생각하세요.
유의사항
외도 보타니아 전 지역이 금연, 금주 구역이에요. 화단 안에 들어가서 사진 찍는 것도 금지고, 식물이나 돌 채취하면 퇴장당할 수 있어요. 음식물 반입도 안 돼요. 반려동물도 입장 불가예요.
다시 오고 싶은 곳
돌아오는 배에서 와이프한테 물어봤어요. "또 오고 싶어?" 대답이 바로 나오더라고요. "봄에 다시 오자. 꽃 더 필 때." 저도 같은 생각이었어요. 2시간이 아쉬웠던 건 그만큼 좋았다는 뜻이니까요.
거제도까지 왔는데 외도 보타니아를 안 가면, 솔직히 아까워요. 배 타고 들어가야 하는 게 좀 번거로워 보일 수 있는데, 막상 가보면 그 번거로움이 오히려 이 섬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쉽게 갈 수 없으니까 도착했을 때 더 감동인 거겠죠.
다음에 오면 카페에서 커피 한잔 하면서 바다 좀 보고, 샛길도 더 들어가보고, 좀 더 여유롭게 걷고 싶어요.
자주 묻는 질문 (FAQ)
Q. 외도 보타니아 입장료는 얼마인가요?▼
외도 입장료는 성인 11,000원, 중·고등학생 8,000원, 어린이(25개월~초등학생) 5,000원이에요. 유람선 승선료는 별도이고, 선착장마다 가격이 달라요. 승선료는 대인 기준 약 15,000~22,000원선이에요. 온라인 사전 예약하면 할인받을 수 있으니 미리 확인해보세요.
Q. 외도 유람선은 어디서 타나요?▼
거제도에 선착장이 5곳 있어요. 장승포, 지세포, 와현, 구조라, 도장포(해금강) 선착장이에요. 각 선착장마다 배 시간과 요금이 다르니 출발 전에 확인하세요. 멀미가 걱정되면 외도까지 약 10분으로 가장 가까운 구조라 선착장을 추천해요.
Q. 외도 보타니아 관광 소요시간은 얼마나 되나요?▼
섬 안에서의 자유 관람시간은 약 2시간이에요. 여기에 배 타고 가는 시간, 해금강 선상관광 시간, 돌아오는 시간까지 합치면 왕복 약 3~4시간이 걸려요. 주차하고 매표하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반나절은 잡으셔야 해요.
Q. 외도 보타니아 가기 좋은 계절은 언제인가요?▼
봄(3~5월)과 가을(9~11월)이 가장 좋아요. 봄엔 수선화, 튤립, 철쭉이 한창이고, 가을엔 단풍이 야자수와 어우러져서 독특한 풍경이 나와요. 여름은 무척 덥고 습해서 체력 소모가 크고, 겨울은 꽃이 적어서 봄·가을보다 아쉬울 수 있어요.
Q. 외도 보타니아에 음식물 반입이 가능한가요?▼
외부 음식물 반입은 금지예요. 섬 안에 카페 2곳과 간식 판매대가 있어요. 더치커피, 팥빙수, 아이스크림, 우동 같은 간단한 메뉴를 판매해요. 다만 관광지 가격이라 좀 비싼 편이고, 일부 자판기는 카드가 안 되니까 현금을 챙겨가시는 게 좋아요.
Q. 배멀미가 심한데 괜찮을까요?▼
바다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남해 쪽이라 파도가 심하지 않은 편이에요. 그래도 걱정되시면 유람선 매표소에서 멀미약을 1,000원에 살 수 있어요. 배 안에만 있으면 울렁거릴 수 있으니 갑판에 올라가서 바람을 맞으면 한결 나아요. 멀미가 심한 분은 외도까지 약 10분이면 도착하는 구조라 선착장을 이용하시는 것도 방법이에요.
Q. 유모차나 휠체어로 관람이 가능한가요?▼
솔직히 어려워요. 섬 자체가 언덕 지형이라 오르막과 계단이 많고, 엘리베이터나 경사로 같은 편의시설이 없어요. 거동이 불편하신 분이나 유모차를 끌고 가야 하는 분들은 방문 전에 이 부분을 꼭 고려하셔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