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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2026년 3월 31일 03:30

떡순튀오 먹는 법 | 떡볶이 순대 튀김 어묵, 한국인이 진짜 자주 먹는 분식 세트

#떡순튀오#떡볶이#순대
약 7 분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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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이었어요. 겨울이라 해가 일찍 졌는데, 지하철역에서 나오니까 바람이 매서웠어요. 저녁을 제대로 차려 먹기엔 귀찮고, 그냥 넘기기엔 배에서 소리가 났어요. 골목을 걷는데 분식집 간판이 보였어요. 유리문 너머로 빨간 떡볶이가 보이는 순간 발이 먼저 들어갔어요.

한국 길거리 음식 하면 삼겹살이나 치킨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을 텐데, 한국 사람들이 진짜 자주 먹는 간식은 따로 있어요. 분식이에요. 떡볶이, 순대, 튀김, 어묵. 이 네 가지를 한꺼번에 시키는 걸 한국에서는 떡순튀오라고 불러요. 떡볶이, 순대, 튀김, 오뎅의 앞글자를 딴 말이에요. 한국 전역에 편의점만큼 분식집이 깔려 있는데, 서울이든 부산이든 시골 동네든, 체인점이든 골목 안 허름한 가게든 떡볶이 파는 집은 반드시 있어요. 가격은 네 가지를 전부 시켜도 만 원, 약 7달러에서 8달러 정도면 배부르게 먹을 수 있어요. 혼자 들어가서 떡순튀오 하나 시키면 그게 저녁이에요.

그날도 그랬어요. 자리에 앉자마자 떡순튀오 세트를 시켰어요. 혼자인데 양이 꽤 나왔어요. 다 먹을 수 있을까 싶었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국물까지 싹 비웠어요.

떡순튀오 세트, 이게 한국 분식의 정석이에요

빨간 쟁반 위에 떡볶이 순대 튀김 어묵이 함께 나온 떡순튀오 세트

빨간 쟁반 위에 네 가지가 한꺼번에 올라왔어요. 이게 떡순튀오 세트예요. 여기는 죠스떡볶이라는 분식 체인점인데, 한국 전역에 매장이 꽤 많아요. 다만 오늘 글은 가게 리뷰가 아니라 한국 분식 자체 이야기니까, 가게 얘기는 여기까지만요.

떡순튀오 세트를 다른 각도에서 촬영한 한국 분식집 테이블

어느 분식집을 가든 이 구성은 똑같아요. 빨간 떡볶이, 맑은 국물 어묵, 순대 한 접시, 튀김 한 바구니. 제가 대전에서도 먹어봤고 서울에서도 먹어봤는데 달랐던 건 맛의 미세한 차이뿐이었어요.

떡볶이 — 빨간 소스에 빠진 쫄깃한 떡

고추장 소스에 잠긴 쫄깃한 쌀떡 떡볶이 클로즈업

먼저 떡볶이부터 집었어요. 빨간 소스에 통통한 떡이 잠겨 있고 위에 과자가 하나 올라가 있어요. 이 과자, 처음엔 왜 올려놨나 싶었는데 소스에 찍어 먹어보니까 바삭한 식감이랑 매콤한 양념이 섞이면서 묘하게 중독성이 있었어요. 근데 국물에 오래 두면 바로 눅눅해져요. 저는 그걸 몰라서 나중에 집었다가 흐물흐물해진 걸 먹었어요.

쌀떡 vs 밀떡, 뭐가 다를까?

이 떡은 쌀떡이에요. 한국 떡볶이에 쓰이는 떡은 두 종류가 있는데, 쌀떡과 밀떡이에요.

쌀떡 vs 밀떡, 뭐가 다를까?

쌀떡

쌀로 만든 떡이에요. 쫄깃하고 찰진 식감이 특징인데,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올라와요. 소스를 잘 흡수하지 않아서 겉은 매콤한데 속은 담백해요. 식으면 금방 딱딱해지기 때문에 나오자마자 바로 먹어야 해요.

밀떡

밀가루로 만든 떡이에요. 쌀떡보다 부드럽고 쫀득한데, 소스가 안까지 스며들어서 한 입 베어 물면 양념 맛이 확 퍼져요. 식어도 쌀떡만큼 딱딱해지지 않아요. 한국에서 어릴 때 학교 앞 분식집 떡볶이가 대부분 밀떡이었는데, 그래서 밀떡을 먹으면 그 시절이 떠오른다는 사람이 많아요.

요즘은 쌀떡이 대세예요. 근데 저는 밀떡이 그리운 쪽이에요. 어릴 때 학교 끝나고 용돈 천 원, 1달러도 안 되는 돈을 들고 분식집에 들어가면 밀떡 떡볶이가 나왔거든요. 쌀떡이 맛있냐 밀떡이 맛있냐는 한국에서 꽤 오래된 논쟁인데, 정답은 없어요. 취향이에요.

떡볶이 소스의 비밀

걸쭉한 고추장 떡볶이 소스가 떡에 코팅된 모습
떡볶이 떡을 젓가락으로 집어올린 클로즈업

떡볶이의 핵심은 이 걸쭉한 빨간 소스예요. 고추장에 설탕, 물엿, 간장을 섞어 만드는데, 달고 매운 맛이 동시에 와요. 매운 음식을 잘 못 드시는 분들이 걱정할 수 있는데, 일반 떡볶이는 그렇게 맵지 않아요. 달콤한 맛이 먼저 오고 매운맛이 뒤에서 살짝 올라오는 정도예요. 매운 걸 아예 못 드시면 짜장떡볶이도 있어요. 빨간색이 아니라 까만색인데, 짜장 소스가 떡에 배어서 맵지 않고 달짝지근해요.

근데 반대로, 매운 걸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떡볶이도 있어요.

매운 떡볶이 챌린지

한국에는 매운 떡볶이를 단계별로 파는 가게가 많아요. 1단계부터 5단계, 심한 곳은 10단계까지 있는데, 높은 단계에 도전하는 걸 챌린지처럼 즐기는 문화가 있어요. 유튜브에 '매운 떡볶이 챌린지'를 검색하면 얼굴이 빨개진 채로 울면서 먹는 영상이 수백 개 나와요.

높은 단계는 진짜 매워요. 일반 떡볶이가 달콤하면서 살짝 매운 수준이라면, 챌린지용은 입안이 타는 수준이에요. 다 먹으면 사진을 벽에 붙여주거나 무료로 해주는 가게도 있어요.

한국 여행 중 도전하고 싶다면 2단계부터 시작하세요. 1단계도 외국인 기준으로는 충분히 매울 수 있어요.

저도 한 번 3단계를 시킨 적이 있어요. 반도 못 먹고 어묵 국물만 들이켰어요. 그날 이후로 챌린지는 안 합니다.

튀김 — 떡볶이 국물에 찍는 순간 다른 음식이 돼요

만두튀김과 오징어튀김이 담긴 한국 분식 튀김 바구니

떡볶이를 먹다가 튀김으로 넘어갔어요. 이날은 만두튀김이랑 오징어튀김이 반반으로 나왔어요. 한국 분식 튀김은 일본식 덴푸라랑 달라요. 덴푸라는 반죽이 얇고 가벼운데, 한국 건 두툼해요. 한 입 물면 바삭한 겉면이 먼저 부서지고 그다음에 속 재료가 씹히는 구조예요.

이 튀김을 그냥 먹어도 되는데, 한국식은 떡볶이 국물에 찍어 먹는 거예요. 저는 처음엔 아까워서 그냥 먹었어요. 근데 옆 테이블 사람이 국물에 푹 담그는 걸 보고 따라 해봤어요. 그 뒤로는 무조건 찍어 먹어요. 바삭함은 사라지는데 대신 매콤달콤한 맛이 스며들어서 완전히 다른 음식이 돼요.

한국 분식 튀김, 종류가 이렇게 많아요

한국 분식 튀김, 종류가 이렇게 많아요

야채튀김 — 양파, 당근, 부추를 섞어 납작하게 튀긴 거예요. 가장 흔하고, 가장 저렴해요.

김말이튀김 — 당면을 김으로 말아서 튀긴 건데, 분식 튀김 중 인기가 가장 높아요.

고구마튀김 — 고구마를 두껍게 썰어 튀긴 거예요. 달달해서 아이들이 특히 좋아해요.

오징어튀김 — 오징어에 두꺼운 반죽을 입혀 튀긴 거예요. 씹는 맛이 좋아요.

만두튀김 — 만두를 기름에 한 번 더 튀긴 거예요. 겉은 바삭, 속은 촉촉해요.

새우튀김 — 제대로 된 분식집에서 볼 수 있어요. 다른 튀김보다 비싼 편이에요.

포장마차에 가면 이 튀김들이 기름 빠지는 망 위에 종류별로 깔려 있어요.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골라 담으면 되는데, 하나에 500원에서 1000원 사이예요.

김말이튀김, 분식 튀김의 에이스

김말이튀김 단면이 보이는 한국 분식 튀김 클로즈업

가까이에서 보면 반죽 두께가 느껴져요. 초록빛이 비치는 게 김말이튀김인데, 제가 분식 튀김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거예요. 당면을 김으로 돌돌 말아서 튀긴 건데, 겉은 바삭하고 안에서 당면이 쫄깃하게 늘어나요. 떡볶이 국물에 푹 담갔다가 먹으면 바삭함 대신 촉촉하고 매콤한 맛으로 바뀌어요. 떡볶이가 주인공이라면 김말이는 없으면 안 되는 존재예요.

어묵 — 매운맛을 잡아주는 맑은 국물

맑은 육수에 담긴 어묵탕 한국 분식집 어묵 국물

떡볶이를 먹다가 매운맛이 올라오면 손이 가는 게 이거예요. 어묵. 한국에서는 오뎅이라고도 불러요. 맑은 국물에 어묵이 잔뜩 담겨 있는데, 이 국물이 진짜예요.

멸치랑 다시마로 우려낸 육수에 어묵을 넣고 끓이면 감칠맛이 빠져나오면서 국물이 깊어져요. 겨울에 이 국물 한 모금 마시면 속이 확 풀리는데, 저는 이 맛을 집에서 재현해보려고 몇 번 시도했어요. 멸치도 사고, 다시마도 사고, 어묵도 같은 거 사서 끓였는데 그 맛이 안 나요. 아마 분식집 냄비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끓으면서 우러나는 시간의 맛이 있는 것 같아요. 30분 끓인 거랑 열두 시간 끓인 건 다를 수밖에 없겠죠.

어묵 모양마다 먹는 법이 달라요

네모 어묵 돌돌 말린 어묵 동그란 어묵 여러 종류가 꽂혀있는 어묵탕

어묵 모양이 다 달라요. 네모난 것, 돌돌 말린 것, 동그란 것. 납작한 건 국물을 많이 머금고, 말린 건 안쪽에 국물이 고여 있어서 베어 물면 뜨거운 육수가 터져 나와요. 처음 먹는 분들한테 하나만 말해두면, 말린 어묵은 한 번에 크게 베어 물지 마세요. 안에 뜨거운 국물이 있어서 입천장을 데일 수 있어요. 저는 데여봤어요.

순대 — 돼지 피로 만든 한국식 소시지

한 줄로 썰린 순대와 간 내장 소금장이 함께 나온 순대 접시

순대예요. 한 줄로 썰어서 나왔는데, 옆에 간이랑 내장이 같이 올라와 있고 아래쪽에 소금장이 보여요. 소금에 고춧가루를 섞은 건데, 순대는 이걸 찍어 먹는 게 기본이에요.

순대가 뭐냐면, 돼지 내장에 당면, 채소, 돼지 피를 넣고 쪄낸 음식이에요. "피로 만든 소시지"라고 하면 멈칫하는 분들이 있을 텐데, 유럽에도 비슷한 게 있어요. 영국에는 블랙 푸딩, 스페인에는 모르시야, 프랑스에는 부댕 누아르. 개념은 비슷한데, 한국 순대는 안에 당면이 들어가서 훨씬 쫄깃하고 담백해요.

한국 순대 vs 유럽 블러드 소시지

한국 순대

돼지 내장에 당면, 채소, 돼지 피를 넣고 쪄낸 음식이에요. 당면이 들어가서 쫄깃한 식감이 특징이고, 소금장이나 떡볶이 소스에 찍어 먹어요. 맛은 담백한 편이에요.

유럽 블러드 소시지

돼지 피에 지방, 곡물, 향신료를 넣어 만든 소시지예요. 나라마다 이름이 달라요. 영국은 블랙 푸딩, 스페인은 모르시야, 프랑스는 부댕 누아르. 한국 순대보다 지방이 많고 향신료 맛이 강한 편이에요.

저는 순대를 소금장보다 떡볶이 국물에 찍어 먹는 걸 더 좋아해요. 소금장은 순대 자체의 맛이 살고, 떡볶이 국물은 매콤한 맛이 입혀져서 완전히 다른 느낌이에요. 둘 다 해보고 본인 취향을 찾으면 돼요.

분식집 순대와 수제 순대의 차이

분식집 순대 단면에 당면이 촘촘하게 박혀있는 모습
순대를 젓가락으로 집어올린 클로즈업

이건 수제 순대는 아니에요. 분식집 순대는 대부분 공장에서 만든 거예요. 수제 순대는 전통시장에서 파는데, 속 재료가 더 투박하고 두께도 들쭉날쭉해요. 맛도 확실히 달라요. 근데 솔직히, 떡볶이랑 같이 먹는 이 순대도 충분해요.

같이 나온 간이랑 내장은 호불호가 확실해요. 좋아하는 사람은 이게 없으면 섭섭하고, 싫어하는 사람은 안 봐요. 싫으면 주문할 때 "부속 빼주세요"라고 하면 돼요. 그러면 부속 대신 순대를 조금 더 넣어줘요. 저는 간은 좋아하는데 내장은 잘 안 먹는 편이에요.

하나씩 들어봤어요

이쑤시개에 꽂은 어묵을 들어올린 모습
순대 단면을 보여주는 클로즈업 당면이 가득 찬 모습
오징어튀김을 들어올린 모습 반죽 사이로 오징어 다리가 보이는

어묵은 이쑤시개에 꽂아서 한 입에. 순대는 단면이 보이게 들어봤는데 당면이 촘촘하게 박혀 있어요. 오징어튀김은 반죽 사이로 하얀 다리가 삐져나와 있고요. 이렇게 하나씩 들어서 먹는 게 분식의 재미예요. 젓가락으로 점잖게 먹는 것보다 이쑤시개로 콕콕 찍어 먹는 게 분식집 분위기에 맞아요.

분식은 그냥 일상이에요

분식은 예약해서 먹는 것도 아니고, 옷 차려입고 가는 곳도 아니에요. 동네 어딘가에 항상 있고, 배고프면 그냥 들어가는 거예요.

근데 이 소박한 음식이 한국 사람들한테는 꽤 깊이 박혀 있어요. 학교 끝나고 친구들이랑 동전 모아서 떡볶이 시켜 먹던 기억. 겨울에 포장마차에서 어묵 국물로 손 녹이던 기억. 야근하고 나와서 혼자 순대 한 접시 시키던 밤. 분식은 그냥 음식이 아니라 그때그때의 장면이에요.

그날 저도 그랬어요. 퇴근길에 별생각 없이 들어간 분식집에서, 빨간 쟁반 위에 올라온 떡순튀오를 혼자 다 비우고 나왔어요. 배는 불렀는데 기분이 좋았어요. 분식이 그래요. 대단한 이유 없이 들어가서, 생각보다 많이 먹고, 기분 좋게 나오는 거.

한국에 오면 한 번은 들어가 보세요. 그리고 어묵 국물은 꼭 마셔보세요. 그게 진짜예요.

작성일 2026년 3월 31일 03:30
수정일 2026년 3월 31일 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