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에서 마라 먹는 시대 | 하이디라오 마라펀 리뷰
안녕하세요, 오늘도 찾아왔습니다.
오늘 배가 고프긴 했는데, 한 끼를 먹자니 그 정도는 아니고 그냥 뭔가 가볍게 입에 넣고 싶은 정도였어요. 그래서 근처 Emart24에 들렀다가 하이디라오 마라펀을 발견했습니다. 마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봤을 텐데, 저도 예전부터 눈에 밟혀서 이번에 집어 들었어요.
보통은 이런 류의 제품을 집에서 먹고 리뷰를 올렸는데, 오늘은 좀 달랐습니다. 편의점 안에서 바로 끓여 먹었거든요. 한국 편의점은 매장 내에서 조리해서 먹을 수 있는 곳이 많은데, 의외로 이걸 모르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그래서 리뷰하면서 그 부분도 같이 다뤄보려고 합니다.

오늘 고른 건 하이디라오 마라펀, 3,200원. 하이디라오가 중국에서 유명한 훠궈 브랜드인 건 아시는 분들은 아실 텐데, 거기서 나온 간편식 라인이에요. 마라탕은 국물 있는 거고, 마라펀은 당면 위주로 좀 더 걸쭉한 느낌입니다. 편의점 컵라면치고는 살짝 비싼 편인데, 마라탕 한 그릇 만 원 가까이 나가는 거 생각하면 간단히 때우기엔 나쁘지 않은 가격이에요.
제품 정보

뚜껑 상단이에요. 셰프 캐릭터가 당면 위에 걸터앉아 있는 디자인인데, 하이디라오 간편식 시리즈에서 자주 보이는 마스코트예요. 이건 기본 버전이고 더 매운 맛을 원하면 매운맛 버전도 따로 나와 있습니다. 저는 처음 먹어보는 거라 일단 기본부터 가봤어요.

영양정보는 후면에 표기되어 있어요. 총 내용량 100g에 357kcal, 나트륨은 3,710mg으로 꽤 높은 편입니다.

뒷면에 Spiciness Level이라고 1부터 5단계까지 표시되어 있습니다. 이 제품은 2단계로, 5단계 중 2니까 엄청 맵진 않겠다 싶었어요. 나중에 매운맛 버전도 먹어보면 비교해볼게요.
제품 구성

뚜껑 열어보면 구성은 간단해요. 당면 하나, 소스 두 봉지. 컵 안쪽에 '注水线'이라고 적힌 게 보이는데, 물 채우는 선이라는 뜻입니다. 당면은 투명하고 얇은 편인데, 일반 컵라면 면보다 양이 적어 보여서 이걸로 배가 찰까 싶긴 했습니다.

전부 꺼내서 펼쳐봤습니다. 컵, 당면, 소스 두 종류. 이게 전부입니다. 뭔가 더 있을 줄 알았는데 진짜 이게 끝이에요. 3,200원 주고 받은 게 이거라고 생각하니 좀 씁쓸하긴 한데, 일단 맛이라도 있으면 되니까 조리해봅니다.

당면 넣고 소스 두 개 다 올린 모습이에요. 검은 게 액상소스, 옆에 건더기랑 빨간 기름이 섞인 게 건조소스입니다. 그나저나 이 제품, 면이 따로 비닐 포장되어 있더라고요. 보통 한국 컵라면은 면이 그냥 컵 안에 들어있는데, 이건 면까지 별도 포장이라 좀 신기했어요.

좀 더 가까이 찍어봤어요. 액상소스는 검은색인데 꽤 걸쭉해요. 짜장 같기도 하고 두반장 같기도 한 느낌. 건조소스 쪽은 두부 큐브, 파, 깨, 고춧기름이 섞여 있는 게 보여요. 물 붓기 전인데 벌써 마라 향이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한국 편의점 취식 문화

여기서 잠깐 한국 편의점 문화에 대해 설명드릴게요. 한국 편의점은 제품 구매 후 매장 내에서 직접 조리해서 먹는 게 가능합니다. 온수기, 전자레인지, 라면 조리기가 셀프 서비스로 제공되고, 이걸 사용하는 데 별도 비용은 없어요. 매장 안에서 먹는다고 추가 요금 내는 것도 아닙니다.

이렇게 편의점에 비치된 온수기를 이용하면 바로 물을 부어 조리할 수 있어요. 한국 편의점은 90% 이상이 이런 시설을 갖추고 있어서, 출출할 때 집까지 안 가고 그 자리에서 해결할 수 있어서 편합니다.

한국 편의점 내부 취식 공간은 이런 식으로 되어 있어요. 창가 쪽에 긴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고, 여기 앉아서 먹으면 됩니다. 큰 매장은 테이블이 10개 이상 있는 곳도 있어요. 한국은 진짜 셀프 서비스의 끝판왕이에요. 직접 조리하고, 직접 먹고, 직접 치우고. 다 알아서 해야 하는데 그게 또 익숙해지면 편합니다.
조리 과정

물을 부었습니다. 뜨거운 물이 들어가니까 고춧기름이 둥둥 떠다니면서 진짜 중국음식점 분위기가 나기 시작해요.

가까이서 보면 이런 느낌이에요. 고춧기름이 표면에 퍼지면서 빨간 기름막이 생기고, 깨랑 건더기들이 둥둥 떠다녀요.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면서 마라 특유의 얼얼한 향이 코를 찌르기 시작합니다. 3분 기다리는 동안 계속 이 냄새 맡고 있으니까 빨리 먹고 싶어지더라고요.

3분 지났습니다. 뚜껑 열어보니 색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표면에 고춧기름이랑 깨가 둥둥 떠 있고, 마라 특유의 기름진 국물이 컵 가장자리까지 빨갛게 물들어 있습니다. 화자오 향이 코끝을 찌르는데, 편의점 안에 이 냄새 퍼지면 민폐 아닌가 싶을 정도로 향이 강해요. 근데 그게 또 식욕을 자극합니다.

면 건져봤습니다. 카메라 포커스가 안 맞아서 사진이 좀 아쉬운데, 그래도 느낌은 전달될 거예요. 당면이 국물을 머금으면서 투명하던 게 갈색으로 변했어요. 양이 적어 보였던 거랑 달리 불으니까 제법 볼륨이 생기더라고요.

건더기 클로즈업입니다. 두부 큐브가 제법 도톰하게 들어있어요. 한국 컵라면이 국물 맛은 좋은데 건더기가 부실한 경우가 많거든요. 근데 이 제품은 두부도 그렇고 야채 건더기도 형태가 살아있는 편이에요. 다만 이게 3,200원이라는 걸 생각하면 이 정도는 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맛 후기
맛은 상당히 괜찮았습니다. 한국 음식 자체가 매운 걸 기본으로 깔고 가고, 장문화가 발달해서 발효된 깊은 맛에 익숙하잖아요. 그래서인지 마라도 한국 사람 입맛에 잘 맞는 편이에요.
다만 마라는 단순히 매운 게 아니라 향이 독특해요. 화자오에서 나오는 그 얼얼한 향, 처음 맡으면 약재 냄새 같기도 하고 뭔가 씁쓸하면서도 톡 쏘는 느낌이 있어요. 후추랑도 다르고, 고춧가루 매운맛이랑도 결이 달라요. 그래서 마라 자체를 못 먹는 사람도 꽤 있습니다. 맵기 때문이 아니라 이 향이 안 맞아서요.
저는 한국 사람이라 한국인 관점에서 썼는데, 외국인들은 이 맛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기도 해요. 한국의 매운맛은 고추 베이스라 혀가 얼얼하기보다는 화끈하게 타는 느낌이거든요. 근데 마라는 혀가 저릿저릿 마비되는 느낌에 가까워요. 이 감각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한테는 맵다기보다 이상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편의점 뒷정리

다 먹고 나면 쓰레기 버리는 곳도 따로 있어요. 왼쪽부터 캔/유리병/페트, 라면 국물, 일반 쓰레기 순으로 분리되어 있습니다. 국물 다 못 먹었으면 라면 국물 전용 버리는 곳에 부으면 돼요. 라면 국물은 나트륨 덩어리라 건더기랑 면만 먹고 국물은 버리는 걸 추천합니다.
총평
정리하자면, 하이디라오 마라펀은 맛은 괜찮은데 가격 대비 구성은 아쉬운 제품이에요. 3,200원이면 한국 컵라면 두 개 살 돈인데, 맛으로는 합격이지만 양으로는 좀 부족합니다. 한 끼 때우기보다는 출출할 때 간식 느낌으로 먹기 딱 좋아요.
마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시도해볼 만하고, 마라를 안 먹어본 분들이라면 입문용으로 나쁘지 않아요. 매운맛 2단계라 부담 없는 수준이거든요. 다만 마라 특유의 향이 있어서 이게 안 맞으면 아무리 맛있어도 소용없습니다. 그건 먹어봐야 알아요.
그리고 오늘 편의점에서 직접 끓여 먹었는데, 한국 여행 오시는 분들은 이 문화 꼭 경험해보세요. 편의점에서 라면 사서 그 자리에서 바로 조리해 먹는 거,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은근 재밌습니다. 추가 비용도 없고요.
다음엔 매운맛 버전으로 다시 찾아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