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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을, 친구한테 연락이 왔어요. 칼국수 먹으러 가자고. 대전에 살면 칼국수집은 동네마다 하나씩은 꼭 있어요. 대전이 칼국수로 유명한 도시라 시내에만 칼국수집이 수백 곳이 넘는데, 그날 친구가 찍어둔 데가 있다길래 퇴근하고 바로 합류했습니다. 칼국수는 한국의 대표적인 면 요리 중 하나로, 밀가루 반죽을 얇게 밀어서 칼로 썬 면을 뜨거운 육수에 끓여 먹는 국수예요. 라면이나 떡볶이처럼 딱 떠오르는 음식은 아니어도 한국에서 살다 보면 생각보다 자주 찾게 됩니다. 나는 바지락칼국수, 친구는 얼큰이칼국수를 하나씩 시켰고, 결국 배가 안 차서 보쌈까지 추가한 날이었음. 참고로 그 가게는 지금은 없어졌는데, 그날 먹었던 기억이 꽤 선명해서 한번 꺼내봅니다.
칼국수란?
이름의 뜻
밀가루 반죽을 얇게 밀어서 칼로 직접 썰어 만든 면이라 "칼국수"예요. 기계로 뽑는 면이 아니라 손으로 밀고 칼로 써는 게 포인트입니다.
조리 방식
멸치, 조개, 닭 등으로 우린 뜨거운 육수에 썰어둔 면을 넣고 바로 끓여내요. 가게마다 육수 베이스가 달라서 같은 칼국수라도 맛이 꽤 다릅니다.
면의 식감
라면이나 우동보다 두툼하고 쫄깃해요. 면 자체에 밀가루 특유의 구수한 맛이 남아 있어서 국물이랑 같이 먹으면 씹는 맛이 확실히 있음.
먹는 법
면은 젓가락으로 집어서 먹고, 국물은 숟가락으로 떠먹어요. 면을 먹을 때 소리를 내면서 후루룩 들이마셔도 전혀 이상하지 않고, 오히려 한국에서는 그게 자연스러운 방식입니다.
가격대
한 그릇에 보통 7천 원에서 만 원 사이. 동네마다 칼국수집이 하나씩은 꼭 있을 정도로 흔하고, 점심에 혼자 후루룩 먹기에도 부담 없는 가격이에요.
대표 종류
맑은 육수의 바지락칼국수, 고춧가루가 들어간 매콤한 얼큰이칼국수, 닭육수 베이스의 닭칼국수, 들깨를 갈아 넣은 고소한 들깨칼국수 등 종류가 다양합니다.

이게 얼큰이칼국수예요. 일반 칼국수가 맑은 육수에 면을 끓여 먹는 거라면, 얼큰이칼국수는 거기에 고춧가루 양념을 더해서 매콤하게 만든 버전이에요. 고추장을 풀어 넣는 장칼국수와 비슷하지만 가게마다 양념 베이스가 조금씩 다릅니다. 사진으로 봐도 국물 색이 확 빨간 게 느껴지죠. 위에 김가루랑 통깨가 수북하게 올라가 있고, 국물 사이로 면이랑 대파, 호박 같은 건더기가 살짝살짝 보입니다. 한국에서는 칼국수집 가면 보통 메뉴판에 일반 칼국수랑 얼큰이칼국수가 나란히 있어서 둘 중에 고르는 구조인데, 매운 거 좋아하는 사람은 대부분 얼큰이 쪽으로 가더라고요.

좀 더 가까이 찍어본 건데, 빨간 국물 위로 김가루가 듬성듬성 흩어져 있고 한가운데 통깨가 산처럼 쌓여 있어요. 국물 색만 보면 엄청 매울 것 같은데 실제로는 칼칼한 정도지 혀가 얼얼할 만큼은 아닙니다. 면이 국물 속에 잠겨 있다가 젓가락으로 들어올리면 두툼한 면발에 빨간 국물이 쭉 타고 올라오는데, 그게 꽤 먹음직스러움. 사이사이에 두부랑 대파, 호박 조각이 섞여 있어서 건더기도 넉넉한 편이었어요.

여기서 쑥갓을 한 움큼 올렸어요. 쑥갓은 향이 강한 잎채소인데, 대전 쪽 얼큰이칼국수에는 이렇게 쑥갓을 듬뿍 얹어서 먹는 게 거의 기본이에요. 빨간 국물 위에 초록 잎이 수북하게 쌓여 있으니까 색감 대비가 확 살고, 국물에 살짝 담갔다가 면이랑 같이 먹으면 매콤한 맛 사이로 쑥갓 특유의 향긋한 향이 올라옴. 나는 이거 없으면 얼큰이칼국수가 좀 허전한데, 친구는 원래 쑥갓을 잘 안 먹는 놈이라 처음에 이걸 왜 넣냐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국물에 섞여서 먹으니까 괜찮았는지 결국 자기 그릇에도 올려서 먹고 있었어요.

젓가락으로 면을 들어올려봤는데, 면발 굵기가 제각각이에요. 어떤 가닥은 두툼하고 어떤 가닥은 얇아요. 칼국수가 기계로 뽑아내는 면이 아니라 사람이 반죽을 밀대로 펴서 칼로 직접 썰어 만드는 손칼국수이기 때문에 이렇게 굵기가 들쭉날쭉합니다. 이게 단점이 아니라 오히려 칼국수의 특징임. 한 젓가락 안에서도 굵은 면은 쫄깃하게 씹히고 얇은 면은 국물을 잔뜩 머금고 있어서 식감이 한 가지가 아니에요. 빨간 국물이 면발 사이사이에 끼어서 타고 올라오고, 쑥갓 잎도 같이 딸려 나오는데 이 상태로 후루룩 넣으면 됩니다.

한번 비벼놓은 상태. 면이랑 쑥갓이 국물에 섞이면서 아까보다 색이 더 진해졌어요. 계란도 풀어져 있는 게 살짝 보이는데, 이쯤 되면 그냥 젓가락 잡고 먹기만 하면 됨.

내가 시킨 건 바지락칼국수였어요. 얼큰이칼국수랑 나란히 놓으면 확 차이가 나는 게, 국물이 완전 맑습니다. 바지락은 한국에서 흔하게 쓰이는 작은 조개인데, 이걸 껍데기째 넣고 육수를 우려내서 칼국수를 끓인 거예요. 국물 자체가 조개에서 나온 거라 감칠맛이 있으면서도 깔끔한 맛이에요. 면 사이사이에 바지락 껍데기가 섞여 있어서 먹으면서 조개를 하나씩 까먹는 재미도 있음. 면을 먹다가 바지락 껍데기가 나오면 젓가락으로 조개살만 쏙 빼서 먹고, 껍데기는 빈 그릇이나 뚜껑에 모아두면 됩니다. 얼큰이칼국수가 매콤하고 자극적인 쪽이라면 바지락칼국수는 담백하고 시원한 쪽이라, 한 테이블에서 둘 다 시켜서 비교해보면 같은 칼국수인데 방향이 완전 다르다는 게 느껴집니다.

가까이서 보면 바지락 크기가 꽤 있어요. 껍데기가 벌어지면서 안에 조개살이 드러나 있는 게 보이는데, 이게 국물에 잠겨서 익으면서 육수를 만들어냅니다. 바지락은 한국 서해안에서 많이 잡히는 조개라 가격이 비싸지 않고, 그래서 칼국수집에서도 부담 없이 넉넉하게 넣을 수 있는 재료임. 먹는 방법은 간단한데, 면을 먹다가 껍데기 사이에 있는 조개살을 젓가락으로 쏙 빼서 먹으면 돼요. 살이 작아서 한 입에 쏙 들어가는데 씹으면 짭조름하면서 바다 맛이 확 올라옵니다. 솔직히 조개살 자체로 배를 채우는 건 아니고, 이 조개가 국물에 녹아들면서 내는 감칠맛이 핵심이에요. 면을 다 먹고 나서 국물만 숟가락으로 떠먹어보면 그 차이가 확실히 느껴집니다.

더 가까이 찍어봤는데, 껍데기가 벌어진 사이로 조개살이 통통하게 들어차 있어요. 면이랑 조개가 엉켜 있는 이 상태가 바지락칼국수의 전형적인 모습이에요.

면을 좀 먹은 상태인데, 국물이 처음보다 뿌옇게 변했어요. 면에서 밀가루 전분이 풀려나오면서 국물 농도가 점점 진해지는 게 칼국수의 특징입니다. 먹을수록 국물이 걸쭉해져서 나중에는 처음이랑 맛이 좀 달라져요.
바지락칼국수 vs 얼큰이칼국수
바지락칼국수
육수
바지락(조개)을 껍데기째 넣고 끓여서 우려낸 맑은 육수
맛
담백하고 시원한 맛. 조개에서 나오는 감칠맛이 국물 전체에 퍼져 있음
매운 정도
안 매움. 맵지 않은 음식을 찾는 사람에게 적합
건더기
바지락 껍데기, 호박, 대파. 조개살을 하나씩 까먹는 재미가 있음
국물 변화
면에서 전분이 풀려나오면서 먹을수록 국물이 뿌옇고 걸쭉해짐
얼큰이칼국수
육수
멸치나 조개 육수에 고춧가루 양념을 더해 빨갛게 끓인 국물
맛
매콤하고 칼칼한 맛. 혀가 얼얼할 정도는 아니고 감칠맛 위에 매운맛이 올라오는 느낌
매운 정도
중간. 한국 음식 중에서는 순한 편이지만 매운 음식에 익숙하지 않으면 좀 느껴질 수 있음
건더기
두부, 호박, 대파, 계란. 쑥갓을 올려 먹으면 향긋한 맛이 더해짐
국물 변화
처음부터 진한 편이라 먹는 동안 맛이 크게 변하지 않음
같은 칼국수집에서 둘 다 시킬 수 있는 경우가 많으니, 일행이 있다면 하나씩 시켜서 비교해보는 걸 추천합니다.

칼국수 둘이서 한 그릇씩 먹었는데 솔직히 좀 부족했어요. 칼국수집은 면 요리만 파는 곳도 있지만, 이렇게 보쌈이나 수육 같은 고기 메뉴를 사이드로 같이 파는 곳도 꽤 있습니다. 친구가 메뉴판 보다가 보쌈도 있네 하길래 바로 하나 추가했어요. 보쌈은 돼지고기 앞다리살이나 목살 덩어리를 통째로 삶아서 얇게 썬 다음, 김치나 쌈 채소에 싸서 먹는 한국식 수육 요리예요. 테이블 위에 보쌈 접시가 깔리니까 칼국수만 있을 때랑 분위기가 확 달라지더라고요. 가운데 김치가 국물째 담겨 있고 양쪽으로 고기가 펼쳐져 있는데, 이거 보자마자 친구가 아 이거 소주 먹어야 되는 거 아니냐고 했는데 둘 다 차 끌고 와서 그냥 참았습니다.

고기 옆에 놓인 김치가 좀 독특했어요. 일반 김치가 아니라 국물이 자박하게 잠겨 있는 김치인데, 보쌈김치라고 해서 보쌈이랑 같이 먹으려고 따로 담그는 겁니다. 이 김치를 고기 위에 올려서 한 입에 같이 먹으면 돼지고기 기름기를 김치의 신맛이 잡아주면서 국물이 입안에서 팡 터져요. 근데 솔직히 김치 국물이 좀 짜긴 했어요. 고기랑 같이 먹으면 괜찮은데 김치만 단독으로 먹기엔 간이 좀 셌음.

고기만 따로 보면 이런 모습이에요. 삶은 돼지고기를 얇게 썰어놓은 건데, 살코기 부분이랑 비계 부분이 층층이 붙어 있습니다. 잘 삶아진 보쌈은 비계가 투명하게 말랑말랑해지면서 느끼하지 않고, 살코기는 부드럽게 결대로 찢어져야 하거든요. 이날 고기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어요. 살코기 부분이 살짝 퍽퍽한 느낌이 있었는데, 칼국수집에서 사이드로 시킨 보쌈이니까 전문점 수준을 기대하긴 어려운 것 같습니다.

새우젓이에요. 작은 새우를 소금에 절여서 발효시킨 한국식 젓갈인데, 보쌈 먹을 때 빠지면 안 되는 소스 같은 존재임. 고기 한 점 집어서 이 새우젓에 살짝 찍어 먹으면 짭짤하면서 감칠맛이 확 올라옵니다. 양이 조금만 나와서 아껴 먹어야 했는데 친구가 초반에 듬뿍 찍어 먹는 바람에 후반에는 거의 바닥났어요.

무말랭이. 무는 한국에서 흔하게 쓰이는 흰색 뿌리채소인데, 이걸 잘게 썰어서 말린 다음 고춧가루 양념에 버무린 반찬이에요. 아삭하면서 달큰한 맛이 나는데, 보쌈이랑 직접 같이 먹기보다는 고기 사이사이에 입가심으로 집어 먹는 용도에 가깝습니다. 이건 뭐 딱히 특별할 건 없었고 그냥 무난했어요.

젓가락으로 한 점 집어봤는데, 살코기랑 비계가 층층이 붙어 있는 단면이 그대로 드러나 있어요. 뒤쪽에 친구가 상추에 뭔가 싸고 있는 게 살짝 찍혔는데, 보쌈은 이렇게 고기를 상추나 깻잎 위에 올리고 김치랑 새우젓을 얹어서 한 입에 먹는 거예요. 고기 두께가 생각보다 넉넉하게 썰려 있어서 한 점만 먹어도 입안에 꽉 차더라고요.

이게 보쌈 먹는 방법이에요. 상추 잎을 손바닥 위에 넓게 펴고, 고기 한두 점 올린 다음 그 위에 빨간 보쌈김치를 얹어서 한 입에 쏙 넣으면 됩니다. 친구한테 사진 찍게 잠깐 들고 있으라고 했더니 빨리 찍으라고 난리였어요. 손 위에서 김치 국물이 자꾸 흘러내리고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보쌈김치를 항아리에서 젓가락으로 집어올린 모습인데, 아까 접시에 올려져 있던 것보다 이게 더 정확한 색감이에요. 배추에 고춧가루 양념이 빨갛게 범벅이 되어 있고 국물이 자박하게 차 있는 게 보입니다. 보쌈집에서 나오는 김치는 일반 밥상 김치랑은 좀 달라서, 숙성 정도가 딱 고기랑 먹기 좋게 맞춰져 있어요.

쑥갓이 바구니에 따로 나왔어요. 아까 얼큰이칼국수에 올렸던 그 쑥갓인데, 이 집은 칼국수뿐만 아니라 보쌈 먹을 때도 쌈 채소로 같이 내주더라고요. 대전 쪽은 진짜 쑥갓을 안 빼놓는다니까요.

상추는 보쌈의 기본 쌈 채소예요. 푸릇푸릇한 잎이 바구니에 수북한데, 이 위에 고기 올리고 김치 얹고 한 입에 넣는 게 앞에서 보여드린 쌈 방식입니다. 옆에 김치 항아리랑 쑥갓 바구니가 나란히 놓여 있는 게 보이는데, 이렇게 쌈 재료가 넉넉하게 나오는 건 좋았어요. 다만 고기 양 자체가 둘이서 나누기엔 약간 아쉬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칼국수 두 그릇에 보쌈까지 먹었는데 둘이서 3만 원 안쪽이었어요. 칼국수가 한 그릇에 만 원 정도였고, 보쌈을 추가해서 그 정도 나온 거였습니다. 배는 확실히 찼는데 친구가 나오면서 한마디 하더라고요. 칼국수는 맛있었는데 보쌈은 고기가 좀 퍽퍽하지 않았냐고. 나도 솔직히 그 생각은 했는데 먹을 때는 김치랑 같이 먹느라 그냥 넘어간 거였어요. 돌아오는 길에 다음엔 보쌈 전문점에서 따로 먹자는 얘기를 했는데, 결국 그 약속은 아직까지 안 지켜지고 있습니다.
칼국수집은 한국 어느 도시를 가든 쉽게 찾을 수 있어요. 검색 앱에서 '칼국수'라고 치면 근처 가게가 바로 뜨고, 대부분 만 원 안팎이라 부담 없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 메뉴판에서 바지락칼국수랑 얼큰이칼국수 중 고르는 구조인 곳이 많은데, 매운 걸 못 먹으면 바지락 쪽으로, 매콤한 게 좋으면 얼큰이 쪽으로 가면 됩니다.
지금 그 가게는 없어졌으니까 다시 갈 수도 없는데, 가끔 칼국수 먹으러 갈 때마다 그날 생각이 나긴 해요. 얼큰이칼국수에 쑥갓 올려서 먹었던 거, 친구가 쑥갓 싫다면서 결국 자기 그릇에도 넣었던 거. 뭐 대단한 날은 아니었는데 그냥 그런 날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