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 정원 카페 오뜨몽드 | 드립 커피 리필되는 로스터리 카페
목차
16개 항목
어제(4월 15일) 저녁, 조치원 송은정 보리밥에서 된장보리밥정식을 둘이서 먹고 나온 게 7시 40분쯤이었어요. 배는 빵빵한데 집에 바로 가자니 아쉽고, 그렇다고 뭘 하기엔 애매한 시간이고. 차에 시동만 걸어놓고 멍하니 앉아 있었거든요. 그러고 있으니까 와이프가 옆에서 폰을 만지작거리더니 "여기 가보자" 하는 거예요.
뭔데?
물어볼 틈도 없이 네비 찍어서 보여주길래 그냥 출발했습니다. 세종에서 정원이 예쁜 카페가 있다, 야외 좌석도 있고 드립 커피도 된다, 뭐 그런 걸 본 것 같은데 솔직히 나는 반도 안 읽었어요. 그냥 와이프가 가자면 가는 거지.
그게 세종 연서면에 있는 카페 오뜨몽드였어요.
결론부터 말하면, 와이프 선택이 정답이었습니다. 세종시 조치원 근처, 연서면이라는 조용한 동네에 자리 잡은 로스터리 카페인데, 직접 원두를 볶고, 드립 커피 리필이 되고, 정원은 세종시 아름다운 정원 대상까지 받은 곳이에요. 세종에서 가볼 만한 카페를 찾고 있거나, 조치원 보리밥 먹고 다음 코스가 고민이라면 여기 한번 봐두세요.
입구부터 기대하게 만드는 카페

8시가 다 되어서 문 닫는 카페가 많을 시간이라, 와이프가 근처 카페를 찾자마자 바로 출발했거든요. 어떤 곳인지 확인도 못 하고 급하게 갔는데, 도착해서 입구를 보는 순간 오히려 잘됐다 싶었어요. 붉은 벽돌 담벼락에 "HAUTE MONDE" 글씨, 그 위로 전구 조명이 줄줄이 걸려 있고, 아래에는 튤립이랑 편백나무가 심어져 있었습니다. 와이프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여기 분위기 좋다" 하면서 입구 쪽으로 먼저 걸어갔어요.
아무 정보 없이 왔는데 입구부터 이 정도면, 뭐 기대해도 되겠다 싶었습니다.
밤이 더 예쁜 정원 카페

입구 지나서 안으로 들어서니까 정원이 나오는데, 이게 카페 맞나 싶을 정도였어요. 소나무 여러 그루가 자리 잡고 있고 잔디밭 가운데로 돌길이 쭉 나 있는데, 그 끝에 건물이 보이거든요. 전구 조명이 나무 사이사이로 연결돼 있어서 밤인데도 정원 전체가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왼쪽에는 화분들이 빼곡했는데 뭔가 새로 심을 준비를 하는 것 같았어요.
와이프가 걸어가면서 멈추질 않고 계속 사진을 찍었습니다. 나한테는 한마디도 안 하고. 한국에서 카페는 단순히 커피 마시는 곳이 아니에요. 데이트 코스이기도 하고, 주말 나들이 장소이기도 하고, 그냥 예쁜 공간에 앉아 있는 것 자체가 목적인 곳이기도 하거든요. 커피 맛은 기본이고 정원이나 인테리어, 분위기까지 전부 경쟁하는 시장이라, 서울 외곽이나 시골에도 이런 수준의 카페가 숨어 있는 경우가 꽤 있어요. 이 정원을 보면서 아, 여기가 딱 그런 곳이구나 싶었습니다.
로스터리 카페로 들어가는 길


건물 입구에 검은색 철제 기둥이 양쪽으로 서 있고, 그 위에 "오뜨몽드 ROASTERY CAFE" 간판이 걸려 있었어요. 아, 직접 원두를 볶는 곳이구나. 간판 너머로 보이는 골목길이 또 묘하게 끌리는 분위기였습니다. 벽돌 건물 사이로 좁은 통로가 나 있고 안쪽에 조명이랑 나무들이 보여서, 와이프가 간판 아래로 성큼성큼 먼저 걸어 들어갔어요.
나는 뒤에서 사진이나 찍고 따라갔습니다.


밤에 빛나는 야외 좌석
입구 통로를 지나니까 야외 정원 좌석이 펼쳐졌어요. 잔디밭 위에 철제 테이블이 여기저기 놓여 있고, 벽돌 담장을 따라 편백나무가 줄지어 서 있는데 그 사이사이로 조명이 걸려 있어서 밤인데도 환했습니다. 보통 야외 좌석은 밤이 되면 분위기가 죽는 곳이 많잖아요. 여기는 오히려 밤이 더 나은 것 같았어요. 벽돌 담 아래 바닥 조명, 나무 사이 전구, 빨간 파라솔까지 겹겹이 빛이 깔려 있어서 정원 자체가 하나의 무대 같았거든요. 아치형 구조물 아래 작은 꽃밭도 있고, 구역마다 바닥 패턴도 다르게 깔아놔서 같은 정원인데 앉는 자리에 따라 느낌이 달라질 것 같았습니다.
밤에 야외에서 커피 한잔하기 딱 좋은 분위기인데, 아쉽게도 마감이 빠른 편이라 여유롭게 즐기려면 일찍 와야 해요.
영업시간과 매장 입구

문 앞에 영업시간 안내판이 있었어요. 이것도 카페 분위기에 맞게 꾸며놨습니다. 오전 11시 오픈, 밤 9시 마감, 라스트오더는 8시 30분. 우리가 도착한 게 8시쯤이었으니까 진짜 아슬아슬하게 들어온 겁니다. 와이프한테 "좀만 늦었으면 못 들어올 뻔했다" 했더니, "그러니까 내가 빨리 가자고 했잖아" 하더라고요. 뭐, 맞는 말이긴 해.

매장 입구 유리문에 빨간 리본 장식이 크게 걸려 있고, 앞에 흰색 철제 벤치가 놓여 있었어요. 안쪽으로 빵이 진열된 테이블이랑 카운터가 보이는데, 들어가기 전부터 벌써 기대가 됐습니다.
카운터와 매장 내부



안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들어온 건 카운터 뒤쪽 벽면을 가득 채운 커피잔들이었어요. 나무 선반에 빼곡하게 놓인 잔이 수십 개는 되는데, 하나하나 디자인이 다 다릅니다. 반대편 회색 벽에도 선반이 층층이 걸려 있고 거기에도 찻잔이랑 커피 도구들이 진열돼 있었고요. 카운터 위에는 원두가 담긴 유리 병이 줄지어 있고, 에스프레소 머신이랑 그라인더도 보였어요. 로스터리 카페답게 원두를 직접 다루는 곳이라는 게 카운터만 봐도 느껴졌습니다.
와이프는 잔 구경하느라 주문을 까먹고 있었어요. "여보, 주문 먼저 하자" 했더니 "잠깐만, 이 잔 좀 봐" 하면서 한참을 더 봤습니다.
아 그리고, 여기 고양이 알바생이 있어요. 이름이 '샤인'인데 인스타에서도 꽤 유명한 카페 고양이입니다. 우리가 갔을 때도 매장 안에서 봤는데, 카메라를 꺼내기 전에 어디론가 슥 사라져버려서 사진은 못 찍었어요. 고양이 좋아하는 분들은 운이 좋으면 만날 수 있을 겁니다.
오뜨몽드 음료 메뉴

메뉴판은 카운터 옆에 세워져 있었는데 전부 한글이에요. 크게 보면 커피, 카카오, 허브차, 일반차, 생과일주스, 에이드, 스무디가 있고, 따로 드립 커피 메뉴판이 있었습니다. 드립 쪽은 아프리카, 중남미, 아시아 산지별로 원두가 나뉘어 있어서 종류가 꽤 많았어요. 로스터리 카페라 드립 커피에 힘을 주고 있다는 게 메뉴판만 봐도 느껴졌습니다.

메뉴를 따로 정리해뒀어요.
HAUTE MONDE · BEVERAGE MENU
오뜨몽드 음료 메뉴 · ドリンクメニュー · 饮品菜单
에스프레소 · Espresso
5,000원
아메리카노 · Americano
HOT 5,000 / ICE 6,000
5,000~6,000원
더치커피 · Dutch Coffee (Cold Brew)
*이월가격
8,000원
카페라또 · Café Latte
에스프레소 + 밀크, 시럽 등 혼합 아이스 버전
7,000원
카카오라떼 · Cacao Latte
100% Dark Chocolate · HOT / ICE
7,000원
카카오티 · Cacao Tea
카카오닙을 오래 우려낸 차 · HOT / ICE
7,000원
허브차 · Herbal Tea · ハーブティー · 花草茶
카스카라 / 금화규꽃차 / 얼그레이 / 캐모마일 / 페퍼민트 / 레몬그라스
7,000원
일반차 · Tea · お茶 · 茶
페퍼민트 / 자몽 / 대추 / 매실 / 생강 · HOT / ICE
7,000원
생과일주스 · Fresh Juice · フルーツジュース · 鲜榨果汁
키위 / 자몽 · Kiwi / Grapefruit
7,000원
에이드 · Ade · エイド · 气泡饮
레몬 / 자몽 · Lemon / Grapefruit
7,000원
스무디 · Smoothie · スムージー · 冰沙
딸기 / 망고 / 키위 / 베리믹스 · Strawberry / Mango / Kiwi / Berry Mix
7,000원
드립 커피 메뉴 — 산지별 원두 25종 이상


여기가 로스터리 카페인 만큼 드립 커피 메뉴가 따로 있었어요. 드립 커피는 인당 한 잔 주문 시 리필이 가능하고, 아이스는 1,000원 추가. 산지별로 원두가 나뉘어 있는데, 커피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은 메뉴판만 보면 뭘 골라야 할지 막막할 수 있어서 좀 정리해봤습니다.
나도 정확히는 모르는데, 드립 커피는 뜨거운 물을 원두 위에 천천히 부어서 내리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에스프레소보다 농도가 연한 대신 원두 맛이 직빵으로 느껴진다는 거였어요. 그래서 원두 산지에 따라 맛이 확 달라지는데, 메뉴판에 적힌 "Cup Note"가 그 원두에서 느낄 수 있는 향미를 표현한 거예요. "자두, 천도복숭아, 애플사이다"라고 적혀 있으면 과일 같은 산미가 난다는 뜻이지, 진짜 과일이 들어간 건 아닙니다. 산미가 싫으면 초콜릿이나 캐러멜, 고구마 같은 노트가 적힌 원두를 고르면 부드럽고 고소한 쪽이라 무난해요.
DRIP COFFEE MENU
드립 커피 · ドリップコーヒー · 手冲咖啡
리필 가능 · Refill OK · おかわり可 · 可续杯 / ICE +1,000원
중남미 · Central & South America · 中南米 · 中南美
콜롬비아 후일라 수프리모 · Colombia Huila Supremo
8,000원
Cup Note: 아몬드, 예가, 황설탕, 초콜릿 — 고소하고 달콤한 쪽
브라질 NY2 FC 레드 버번 · Brazil NY2 FC Red Bourbon
8,000원
Cup Note: 호두, 다크초콜릿, 카카오닙스 — 묵직하고 쓴맛 베이스
과테말라 안티구아 산 로렌조 · Guatemala Antigua San Lorenzo
8,000원
Cup Note: 모과, 바닐라, 페퍼민트, 황설탕, 초콜릿
과테말라 SHB EP · Guatemala SHB EP Decaf
8,000원
Cup Note: 호박, 황설탕, 오가닉, 초콜릿 — 디카페인
코스타리카 돈 마요 따라주 · Costa Rica Don Mayo Tarrazú
8,000원
Cup Note: 브라운넛, 초콜릿, 캐러멜 — 부드러운 단맛
온두라스 카푸카스 산 페드로 · Honduras Capucas San Pedro
8,000원
Cup Note: 망고, 오렌지, 바닐라, 키라과
엘살바도르 핀카 군타페티다 · El Salvador Finca
8,000원
Cup Note: 살구, 군밤, 그라놀라바, 사탕수수
페루 엘 세드로 · Peru El Cedro
8,000원
Cup Note: 청포도, 사과, 밀크초콜릿, 레몬티
하와이 코나 엑스트라 팬시 · Hawaii Kona Extra Fancy
12,000원
Cup Note: 청사과, 청감, 메이, 아몬드, 미감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No.1 · Jamaica Blue Mountain No.1
12,000원
Cup Note: 청사과, 호두, 미감, 백수보, 조청 — 프리미엄 원두
아프리카 · Africa · アフリカ · 非洲
에티오피아 G1 구지 우라가 솔로모 · Ethiopia G1 Guji Uraga
8,000원
Cup Note: 자두, 천도복숭아, 애플사이다 — 과일 산미 강한 쪽
에티오피아 G1 예가체프 코케 허니 · Ethiopia Yirgacheffe Kochere Honey
8,000원
Cup Note: 열대과일, 핵과류, 오렌지, 블루베리, 꿀
에티오피아 G1 예가체프 아리차 · Ethiopia Yirgacheffe Aricha
8,000원
Cup Note: 딸기, 체리, 복숭아, 황설탕, 포도, 캔디
에티오피아 G1 예가체프 게레나 아바야 게이샤 · Ethiopia Gelana Abaya Geisha
8,000원
Cup Note: 자두, 크랜베리, 복숭아, 왕설탕, 포도, 캔디
케냐 키린야가 카이나무이 AA TOP · Kenya Kirinyaga AA TOP
8,000원
Cup Note: 자몽, 건살구, 군고구마 — 산미와 단맛 균형
르완다 부산제 버번 · Rwanda Busanze Bourbon
8,000원
Cup Note: 플로럴, 황도, 체리, 블루베리, 열대과일, 조청
부룬디 A 나야기시루 풀리 · Burundi A Nayagishiru Fully
8,000원
Cup Note: 메론골드자몽, 대추, 단감, 고구마
카메룬 블루마운틴 오쓰 엘락 · Cameroon Blue Mountain
8,000원
Cup Note: 배, 망고, 바나나, 오렌지, 코라시
카메룬 블루마운틴 오쓰 허니 · Cameroon Blue Mountain Honey
8,000원
Cup Note: 라즈베리, 블랙베리, 감귤, 허브, 캐모마일, 꿀
아시아 & 기타 · Asia & etc. · アジア他 · 亚洲及其他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만델링 G1 · Indonesia Sumatra Mandheling G1
8,000원
Cup Note: 삼나무, 땅차, 다크초콜릿 — 흙냄새와 묵직한 바디
파푸아뉴기니 쿠아 블루마운틴 · Papua New Guinea Kua Blue Mountain
8,000원
Cup Note: 포도, 체리, 다크초콜릿, 구운아몬드
태국 치앙라이 요르 커피 · Thailand Chiang Rai Yor Coffee
8,000원
Cup Note: 레몬, 오렌지, 다크초콜릿, 카카오, 황설탕
예멘 바이트 알자다비 내추럴 · Yemen Bait Al-Jadabi Natural
9,000원
Cup Note: 다크초콜릿, 코코아, 대추야자, 건크랜베리 — 희귀 산지
코피 루왁 · Kopi Luwak
30,000원
Cup Note: 캐러멜, 초콜릿 — 사향고양이 원두, 프리미엄
원두 가격(200~250g): 20,000~90,000원 · 원두 단가에 따라 가격 변동 가능
이 중에서 우리가 고른 건 과테말라 안티구아 산 로렌조랑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코케 허니, 두 잔이었어요.
드립 커피 한 잔에 8,000원이 기본이고, 하와이 코나나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같은 프리미엄 원두는 12,000원, 코피 루왁은 30,000원까지 올라갑니다. 드립 커피가 처음이라면 중남미 쪽에서 고르는 걸 추천해요. 콜롬비아 후일라나 코스타리카 따라주 같은 원두는 초콜릿이나 캐러멜 계열이라 산미에 민감한 사람도 부담 없이 마실 수 있거든요. 반대로 과일처럼 상큼한 맛을 좋아한다면 아프리카 에티오피아 쪽이 확실합니다. 뭐, 리필이 된다는 것도 큰 장점이에요. 한 잔 값으로 두 잔을 마실 수 있으니까요.
넓고 분위기 다른 실내 공간




매장 안은 생각보다 넓었어요. 입구 쪽 홀에는 나무 테이블이 여유 있게 배치돼 있고, 가운데 둥근 테이블 위에 오뜨몽드 자체 드립백 커피 박스랑 꽃이 놓여 있었습니다. 유리창 너머로 아까 본 정원 조명이 그대로 보여서 안에서도 바깥 분위기를 즐길 수 있었어요. 와이프가 창가 자리를 가리키면서 "저기 앉으면 정원이 다 보이겠다" 하길래, 맞은편 좌석 쪽을 먼저 둘러봤습니다.
안쪽으로 더 들어가면 천장에 흰 천이 드리워진 온실 같은 공간이 나와요. 창가를 따라 화분이 빼곡하고 긴 원목 테이블이 놓여 있었는데, 여기는 분위기가 확 달라서 식물원 안에 앉아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반대편에는 통유리창 앞으로 좌석이 쭉 이어져 있고 큰 분재 화분이 공간을 나누고 있었는데, 좌석마다 의자 스타일이 다 달랐어요. 어떤 데는 쿠션 깔린 라탄 의자, 어떤 데는 원목 윈저 체어.
손님이 거의 없는 시간이라 우리 둘이서 자리를 골라 앉을 수 있었는데, 선택지가 많으니까 오히려 어디 앉을지 고민이 됐어요. 와이프가 온실 쪽을 보면서 "낮에 오면 여기가 진짜 예쁘겠다" 하는데, 나도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드립 커피 추출 과정


주문하니까 사장님이 바로 말코닉 그라인더로 원두를 갈기 시작했어요. 손님이 우리밖에 없어서 촬영해도 되냐고 여쭤봤더니 편하게 찍으라고 해주셨습니다. 갓 간 원두가 드립 필터 위에 담겨 있는 걸 보니까 색이 두 잔이 확연히 다르더라고요. 한쪽은 좀 더 진하고 한쪽은 밝은 갈색. 같은 커피인데 산지에 따라 이렇게 다르구나 싶었습니다.


드립 커피에서 중요한 게 물 온도 조절이랑 붓는 속도, 양 컨트롤이라고 알고 있는데, 나는 전문가가 아니라 정확한 건 모르겠어요. 근데 이 집에서는 그걸 자동 드립 머신이 해주더라고요. 필터에 원두를 세팅해 놓으면 위에서 물이 일정한 속도로 천천히 내려오면서 추출이 되는 방식이었는데, 옆에 시모넬리 에스프레소 머신이랑 나란히 놓여 있는 게 꽤 본격적인 장비 구성이었습니다.
사람이 손으로 내리는 핸드드립도 매력이 있겠지만, 기계가 균일하게 내려주면 맛이 흔들리지 않으니까 그것도 나름 장점이겠다 싶었어요. 물이 원두 위로 떨어지면서 천천히 스며드는 걸 가만히 보고 있으니까 그것 자체로 구경거리였습니다.
추출 완료, 두 잔의 색이 이렇게 다르다


추출이 끝나니까 아래 비커에 커피가 고여 있었어요. 위에서 보면 필터 안에 원두가 동그랗게 부풀어 올라 있는데, 가운데 거품이 남아 있는 게 신선한 원두라는 증거라고 합니다. 두 잔의 색이 확실히 달랐어요. 한쪽은 진한 갈색이고 한쪽은 좀 더 맑은 호박색. 아메리카노는 에스프레소에 물을 타는 거라 맛이 비교적 균일한데, 드립은 원두 차이가 그대로 잔에 드러나니까 두 잔을 나란히 놓고 비교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완성된 드립 커피를 얼음 컵에 담아주셨는데, 컵마다 원두 이름이 적힌 라벨을 붙여주셨어요. "과테말라 안티구아 산 로렌조 엘 쿠보 핀카 메디나 SHB", "에티오피아 G1 예가체프 코케 허니 내추럴". 이렇게 적혀 있으니까 두 잔이 헷갈릴 일이 없었습니다.
사소한 건데 이런 디테일이 좋았어요.
아메리카노만 마시던 사람의 첫 드립 커피 비교
솔직히 나는 평소에 아메리카노만 마시던 사람이거든요. 드립 커피를 제대로 비교해서 마셔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확실히 달랐습니다.
DRIP COFFEE · 시음 후기
Tasting Note · テイスティングノート · 品鉴笔记
과테말라 안티구아 산 로렌조
Guatemala Antigua San Lorenzo SHB
첫 모금에 부드러운 단맛이 먼저 들어오고, 중간에 은은한 초콜릿 같은 고소함이 깔리더니, 뒷맛이 깔끔하게 빠졌어요. 씁쓸함이 거의 없고 끝이 개운한 쪽이라, 와이프한테 먼저 건넸는데 "이건 커피 맞아?" 하면서 놀라더라고요. 드립 커피 입문용으로 딱 좋겠다 싶었습니다.
에티오피아 G1 예가체프 코케 허니 내추럴
Ethiopia G1 Yirgacheffe Kochere Honey Natural
이쪽은 첫 맛부터 확연히 달랐어요. 과일 같은 산미가 먼저 치고 들어오는데 시큼한 게 아니라 상큼한 쪽이고, 중간에 꿀 같은 단맛이 살짝 올라오다가 뒷맛에서 은은한 꽃향이 남았습니다. 같은 커피인데 이렇게까지 다른 건 처음이었어요. 와이프가 "이거 내 거" 하면서 가져가버렸습니다.
와이프가 외국인이라 한국 카페에 갈 때마다 같이 비교하게 되는데, 우리가 흔히 마시는 아메리카노에서는 쓴맛 아니면 산미, 그 정도만 느껴지잖아요. 근데 드립 커피는 첫 맛, 중간 맛, 뒷맛이 미묘하게 다 달라서 한 모금씩 넘길 때마다 변하는 게 신기했거든요. 뒷맛이 깔끔하게 빠지면서 입안에 잡내가 안 남는 것도 아메리카노와는 확실히 차이가 있었습니다.
이래서 사람들이 드립 커피를 찾는구나. 이번에 좀 이해가 됐어요.
지역 베이커리와 협업한 빵 진열대

카운터 옆에 빵 진열대가 쫙 깔려 있었어요. 안내판을 보니 세종명가빵빵이라는 지역 베이커리와 협업해서 빵을 들여놓는 구조였습니다. 뒤쪽 선반에는 오뜨몽드 자체 원두 캔이 줄지어 있고, 그 앞으로 빵이 종류별로 진열돼 있었어요.





소금빵 3,500원, 크로아상 3,800원, 초코머핀이랑 버터머핀 각 4,500원, 초코스콘과 버터스콘 4,500원, 도넛쌀쉬폰 8,500원, 몽블랑 7,500원. 종류가 꽤 다양했어요. 동네 카페 베이커리치고는 평균적인 가격대인데, 늦은 시간이라 이미 빠진 종류도 있었고 몽블랑은 두 개밖에 안 남아 있었습니다. 빵까지 노리고 있다면 오후 일찍 오세요.
세종시 아름다운 정원 대상 수상

마감 시간이 다 돼서 커피를 들고 나오는 길에 입구 기둥에 붙어 있는 동판을 발견했어요. 2022년 세종특별자치시 아름다운 정원 경연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상패였습니다. 작품명이 "오뜨몽드정원"이라고 적혀 있었는데, 아까 들어오면서 본 그 정원이 상을 받을 만하다는 게 납득이 갔어요.
밤에 와서 조명 분위기로만 본 게 아쉬웠습니다. 낮에 오면 소나무랑 잔디밭, 꽃밭이 훨씬 잘 보일 텐데. 그건 다음에 올 이유로 남겨두기로 했어요.
4월의 튤립,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나오면서 입구 벽돌 담 앞에 심어져 있던 튤립을 다시 봤어요. 들어올 때는 어두워서 색이 잘 안 보였는데, 가까이 가니까 빨강, 분홍, 노랑이 섞여 있고 꽃잎 위에 물방울이 맺혀 있었습니다. 4월이라 딱 튤립 시즌이었거든요.
와이프가 여기서 또 한참을 멈추고 사진을 찍었는데, 솔직히 나도 이건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어요.
주차장까지 이어지는 소품과 조명



주차장으로 돌아가는 길도 볼거리가 있었어요. 빨간 영국식 전화 부스가 벽 옆에 세워져 있고, 철사로 만든 눈사람 조형물이 연못가에 서 있었습니다. 콘크리트 담벼락 위로 철제 장식이 이어지고, 리스 장식이랑 초록 가랜드에 불이 들어와 있었고요. 빨간 벤치 옆 항아리랑 화분도 눈에 들어왔는데, 정원 곳곳에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숨어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밖으로 나오니까 주차장 위로도 전구 조명이 길게 이어져 있어서, 차에 타는 순간까지 분위기가 끊기지 않았어요. 바닥에 고인 빗물에 조명이 반사되는 게 나름 운치 있었습니다.
보리밥 먹고 급하게 찾아간 카페였는데, 솔직히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요. 정원도 그렇고, 커피도 그렇고, 뭐 하나 대충 한 게 없었습니다. 나는 원래 커피는 아메리카노 한 잔이면 충분한 사람이었거든요. 근데 어제 드립 커피 두 잔을 나란히 놓고 마셔보니까, 같은 커피인데 이렇게 다를 수 있구나 하는 걸 처음 느꼈어요. 리필까지 되니까 8,000원이 아깝지도 않았고.
다음에는 낮에 올 거예요. 정원 대상까지 받은 곳을 밤에만 보고 가긴 너무 아까우니까. 와이프도 차에 타자마자 "다음에 또 오자"고 했는데, 아마 조만간 진짜 다시 올 것 같습니다.
오뜨몽드 · HAUTE MONDE
카페 정보 · Cafe Info · カフェ情報 · 咖啡厅信息
📍 세종특별자치시 연서면 대첩로 148-6
🕐 매일 11:00 – 21:00 (라스트오더 20:30)
📞 0507-1423-0000
🅿️ 전용 주차장 있음 (무료)
💰 아메리카노 5,000~6,000원 / 드립커피 8,000원~ (리필 가능) / 코피 루왁 30,000원
📌 2013년 오픈 · 2022년 세종시 아름다운 정원 대상 수상
🐱 고양이 알바생 '샤인' 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