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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2026년 4월 25일 15:32

오비히로 초밥 쿠라도 | 8년째 잊히지 않는 홋카이도 오마카세 한 관

#오비히로 초밥#홋카이도 맛집#쿠라도
약 10 분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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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겨울, 홋카이도 오비히로에서 들어간 작은 초밥집

일본에서 초밥을 먹어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아마 공감할 텐데, 한국에서 먹던 초밥이랑 뭔가 다르거든요. 재료가 특별히 다른 것도 아닌데, 한 관 입에 넣는 순간 "어, 이건 좀 다른데?" 하는 느낌이 와요. 그 차이를 처음 느꼈던 가게가 홋카이도 오비히로에 있는 쿠라도라는 작은 초밥집이었습니다.

2016년 겨울이었나, 같이 사는 동네 친구랑 둘이서 홋카이도 오비히로를 간 적이 있거든요. 그때는 뭘 먹어야 하는지도 모르고 그냥 돌아다니다가, 오비히로역 근처에서 저녁에 들어간 곳이 쿠라도였어요. 관광객이 찾아가는 유명한 데가 아니라 동네 골목에 조용히 있는 가게였는데, 홋카이도 맛집을 여러 곳 다녔는데 대부분 기억이 흐릿해진 지금도 그날 먹은 초밥 맛만 이상하게 선명합니다. 한참 지난 얘기라 지금이랑 달라진 게 있을 수 있어요. 그래도 한번 풀어볼게요.

일본어 메뉴판 앞에서 헤맨 10분

쿠라도 일본어 음료 메뉴판, 생맥주 650엔 소주 450엔 가격이 적혀 있다
쿠라도 음식 메뉴판, 오마카세 스시 코스와 장어덮밥 해산물 소바 등이 적혀 있다

자리에 앉으니까 물수건이랑 메뉴판이 나왔는데, 당시에는 번역기 성능이 지금 같지 않아서 일본어 메뉴판 앞에서 한참 헤맸어요. 친구랑 둘이 폰 들고 한 글자씩 찍어가며 해석하느라 주문하는 데만 한 십 분은 걸린 것 같습니다. 오른쪽 페이지는 음료 메뉴인데 프리미엄 생맥주가 650엔, 소주가 450엔부터 시작하고, 왼쪽으로 넘기면 일본주랑 안주 쪽이 나와요. 두 번째 사진이 음식 메뉴 쪽인데, 연어 오차즈케라고 밥 위에 연어를 올리고 뜨거운 차 국물을 부어 먹는 메뉴가 보이고, 그 옆에 특선 장어 오차즈케, 장어덮밥이 있었거든요. 일본 오마카세라고 하는 것도 있었는데, 셰프가 그날 들어온 재료 중 가장 좋은 걸 골라서 쥐어주는 초밥 세트예요. 계절 해산물 소동부리라고 해서 작은 해산물 덮밥도 있었고. 결국 제가 고른 건 메뉴판 가장 왼쪽에 있던 해산물 소바, 차가운 소바 면 위에 해산물이 올라가는 거였는데 그때는 그게 뭔지도 모르고 그냥 첫 번째 글자가 읽을 수 있는 거라서 골랐습니다.

젓가락을 가로로 놓는 이유

쿠라도 테이블 세팅, 하얀 종이 매트 위에 가게 이름이 은색으로 박혀 있고 나무 젓가락이 도자기 받침 위에 가로로 놓여 있다
쿠라도 나무 젓가락 클로즈업, 젓가락에 가게 이름이 적혀 있다

테이블 세팅이 깔끔했어요. 하얀 종이 매트 위에 가게 이름이 은색으로 박혀 있고, 나무 젓가락이 도자기 젓가락 받침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는데, 젓가락에도 가게 이름이 적혀 있더라고요.

여기서 한 가지 재밌는 게 있어요. 한국에서는 젓가락을 세로로 놓잖아요, 손잡이가 내 쪽을 향하게. 근데 일본은 이렇게 가로로 놓거든요. 이게 단순히 습관 차이가 아니라 문화적인 이유가 있다고 해요. 일본에서는 젓가락 끝이 다른 사람을 향하면 실례라는 인식이 있어서, 가로로 놓아서 끝이 누구도 가리키지 않게 하는 거래요. 또 하나는, 가로로 놓인 젓가락이 내 영역과 음식 사이의 경계선 역할을 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이 음식을 감사히 받겠습니다"라는 뜻이 젓가락 배치에 담겨 있는 셈이죠. 한국은 수저를 세로로 놓는 게 상차림의 기본이니까, 처음 일본 식당에서 가로로 놓인 젓가락을 보면 뭔가 어색한 느낌이 들 수밖에 없어요. 친구는 이걸 모르고 젓가락을 세로로 돌려놓고 먹었는데, 옆 테이블 일본 손님들이 슬쩍 쳐다보던 게 지금도 기억납니다.

첫 번째 접시, 아게다시도후

쿠라도 아게다시도후, 갈색 도자기 그릇에 튀긴 두부가 다시 국물에 잠겨 있고 위에 완두콩 잎이 올려져 있다
아게다시도후 클로즈업, 노릇하게 튀겨진 두부 표면이 보인다
아게다시도후를 젓가락으로 집어 올린 모습, 부드러운 속이 드러난다

제일 먼저 나온 게 이 작은 접시였어요. 갈색 도자기 그릇에 담겨 나왔는데, 처음엔 이게 뭔지 몰랐거든요. 위에 완두콩 잎이 두 장 올라가 있고, 아래에 노릇하게 튀긴 듯한 덩어리가 다시 국물에 잠겨 있었습니다. 젓가락으로 살짝 들어 올려보니까 아게다시도후, 그러니까 두부를 얇은 튀김옷 입혀서 바삭하게 튀긴 다음 따뜻한 다시 국물에 담가 낸 일본식 두부 요리였어요. 한 입 넣었는데 겉은 살짝 바삭한 식감이 남아 있으면서 안쪽은 놀라울 정도로 부드럽더라고요. 다시 국물이 간장 베이스인데 짜지 않고 은은하게 감칠맛이 돌면서 두부 속으로 스며들어 있었습니다. 한국의 두부 요리랑은 결이 완전히 달랐어요. 친구는 이걸 유부인 줄 알고 "유부 맛있다"고 했는데, 유부는 얇은 두부를 튀겨서 주머니처럼 만든 거고 이건 두부 한 덩어리를 통째로 튀긴 거라 좀 다르거든요. 양은 정말 적었는데, 이 한 점으로 이 가게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바로 감이 왔어요.

직원이 테이블에서 완성해주는 샐러드

쿠라도 샐러드, 넓은 흰 접시에 양상추와 토마토가 깔려 있다
직원이 샐러드 위에 바삭한 튀김 부스러기를 올려주는 모습
샐러드 위에 하얀 치즈를 곱게 갈아 뿌려주는 모습
완성된 쿠라도 샐러드 클로즈업, 튀김 부스러기와 치즈가 올라가 있다

그다음에 나온 게 샐러드였어요. 넓은 흰 접시에 양상추랑 토마토가 깔려 있었는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거든요. 직원이 접시를 내려놓더니 위에 바삭바삭한 튀김 부스러기 같은 걸 한 움큼 올려주고, 그 위에 하얀 치즈를 곱게 갈아서 눈 내리듯 뿌려줬어요. 테이블에서 직접 마무리해주는 방식이라 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가까이에서 보면 튀김 조각이 얼마나 얇고 가벼운지 알 수 있는데, 만두피를 튀긴 것 같기도 하고 유바라고 하는 두부 껍질을 바삭하게 튀긴 것 같기도 했어요. 정확히 뭐였는지는 지금도 모르겠는데, 이걸 채소랑 같이 한 젓가락 집으면 아삭한 식감 위에 바삭한 층이 겹쳐지면서 입안이 꽤 재밌어지거든요. 친구는 샐러드에 별 기대가 없었는지 건성으로 한 입 먹더니 "이거 뭐야, 맛있는데?" 하면서 결국 제 것까지 젓가락을 뻗치더라고요. 다만 양이 보기보다 많지는 않아서, 둘이 나눠 먹기엔 좀 아쉬운 크기였습니다.

다 먹고 비워진 샐러드 접시, 드레싱 자국만 남아 있다

비워버렸어요. 접시 바닥에 드레싱 자국만 남았는데, 집게로 긁어 먹을까 잠깐 고민했을 정도로 드레싱까지 맛있었거든요. 일본 음식이 이런 부분에서는 확실히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게, 재료 하나하나의 퀄리티가 진짜 좋아요. 채소도 싱싱하고 소스 하나까지 대충 만든 느낌이 없었습니다. 근데 한국 사람 위장으로는 솔직히 좀 배고프거든요. 한국에서 이 가격이면 반찬이 다섯 가지는 깔리고 밥에 국까지 나오잖아요. 여기는 예쁜 접시에 한 점, 또 예쁜 접시에 두 점, 이런 식이라 눈은 즐거운데 배는 계속 신호를 보내고 있었어요. 친구가 옆에서 "이거 양이 이게 전부야?" 하길래 나도 할 말이 없었습니다.

어묵의 개념을 바꿔버린 사츠마아게

쿠라도 전체 테이블 위에 놓인 접시들 전경
초록색 잎 모양 접시 위에 격자 칼집이 들어간 사츠마아게 구이와 와사비
사츠마아게 클로즈업, 노릇하게 구워진 겉면과 칼집 사이로 속살이 보인다

그다음에 나온 게 초록색 잎 모양 접시 위에 올려진 구이였어요. 노릇하게 겉면이 구워져 있고, 칼집이 격자무늬로 들어가 있어서 처음엔 생선 구이인 줄 알았거든요. 옆에 와사비가 조그맣게 한 덩이 올려져 있었고, 뒤쪽에 좀 더 작은 크기로 구워진 것도 하나 붙어 있었습니다.

한 입 잘라서 먹어보니까 어묵이었어요. 사츠마아게라고 하는 일본식 어묵인데, 생선살을 곱게 갈아서 반죽한 다음 겉을 노릇하게 구운 거예요. 한국 어묵이랑은 식감이 꽤 다르더라고요. 한국 어묵은 탄력이 있고 쫄깃한 느낌이잖아요. 이건 그것보다 훨씬 부드럽고, 생선살 자체의 맛이 진하게 느껴졌어요. 겉은 살짝 바삭하게 그을려져 있는데 안쪽은 촉촉하고 포슬포슬한 식감이었습니다. 와사비를 살짝 찍어 먹으면 코끝이 확 뚫리면서 어묵의 고소한 맛이 더 또렷해지거든요. 이게 어묵이라고요? 하고 친구한테 물었던 기억이 나요. 한국에서 생각하는 어묵의 이미지랑 너무 달라서 좀 놀랐었습니다.

오마카세 스시 5관, 이게 2인분이라고?

쿠라도 오마카세 스시 5관, 빨간 긴 접시 위에 참치 오징어 가리비 성게알 초밥이 한 줄로 올려져 있다

그리고 드디어 본품이 나왔어요. 일본 오마카세, 셰프가 그날 들어온 재료 중 가장 좋은 걸 골라서 쥐어주는 초밥 세트거든요. 빨간 긴 접시 위에 한 줄로 가지런히 올려져 있었습니다. 왼쪽부터 참치, 그 옆에 칼집이 들어간 흰살 생선, 가리비인 것 같은 투명한 흰 초밥, 또 다른 흰살 생선, 그리고 맨 오른쪽에 김으로 감싼 성게알 군함말이까지. 가운데에 가리라고 하는 생강 절임, 초밥 사이사이에 입안을 정리해주는 역할을 하는 얇은 생강 조각이 조그맣게 놓여 있고, 위쪽에 간장 종지가 세팅돼 있었어요.

근데 이게 2인분이었거든요. 다섯 관이 전부. 한 사람당 두 관 반인 셈인데, 접시를 보는 순간 친구랑 눈이 마주쳤습니다. "이게 다야?" 하는 표정이 서로 똑같았어요. 한국에서 초밥 먹으면 접시에 수북하게 나오는 데 익숙하잖아요. 그래서 솔직히 좀 당황스러웠는데, 알고 보니 이게 끝이 아니었거든요. 뒤에 또 나오더라고요.

성게알, 인생이 바뀐 한 관

쿠라도 성게알 군함말이 클로즈업, 김으로 감싼 밥 위에 주황색 성게알이 올려져 있다

성게알이에요. 우니라고 하는 건데, 김으로 밥을 감싼 군함말이 위에 주황색 성게알이 올려져 있었어요. 이게 딱 한 관 나왔거든요. 친구는 성게알 특유의 비린내를 못 먹는 사람이라 쳐다보지도 않았고, 자연스럽게 제 앞으로 왔습니다. 솔직히 저도 기대는 안 했어요. 한국에서 회 먹을 때 성게알 나오면 늘 패스하던 사람이었으니까. 근데 코스에 포함된 거라 안 먹기도 좀 그래서, 눈 딱 감고 한 입에 넣었는데 비린내가 없었어요. 진짜로. 바다 냄새가 아니라 바다의 단맛이라고 해야 할까, 크리미하면서 혀 위에서 녹아내리는데 뒤에 살짝 감도는 단맛이 있더라고요. 그 순간 "아, 이게 성게알이구나" 하고 처음 알았습니다. 친구한테 "야 이거 진짜 비린내 없다, 한 입만 먹어봐" 했는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라고요. 지금도 아쉬워요. 이 맛을 그때 같이 나눴으면 좋았을 텐데.

오마카세 초밥 한 관씩 뜯어보기

쿠라도 참치 초밥을 젓가락으로 집어 올린 모습, 진한 루비색 참치가 밥 위에 두툼하게 올려져 있다

빨간 접시 위에 참치가 올라가니까 색 대비가 확 살더라고요. 진한 붉은색 살결에 윤기가 흐르고, 밥알 위에 두툼하게 올려져 있었습니다. 입에 넣으면 씹는다는 느낌보다 녹는다는 표현이 더 맞아요. 근육 결 사이사이에 지방이 살짝 끼어 있는 부위인 것 같았는데, 차갑지도 않고 미지근하지도 않은 딱 그 온도에서 생선의 고소한 맛이 올라왔거든요.

칼집이 들어간 오징어 초밥을 젓가락으로 들어 올린 모습, 격자 칼집 사이로 간장이 스며들어 있다
투명한 흰색 가리비 초밥을 젓가락으로 집은 모습, 매끈한 표면이 빛나고 있다

그 옆에 있던 칼집 낸 흰살 초밥은 오징어였어요. 표면에 잔잔하게 격자 칼집이 들어가 있어서 간장이 사이사이에 스며들도록 되어 있었는데, 이 칼집 덕분에 식감이 질기지 않고 부드러웠습니다. 씹을 때마다 살짝 탄력이 있으면서도 이가 편하게 들어가는 그 느낌. 바로 옆에 있던 투명한 흰 초밥은 가리비인 것 같았는데, 표면이 매끈하고 촉촉하게 빛나고 있었거든요. 한 입 넣으니까 단맛이 먼저 오고, 그 뒤에 바다 향이 은근하게 퍼지더라고요. 둘 다 흰색 계열이라 비슷해 보이는데 맛은 완전히 다른 방향이었어요.

칼집 없이 결을 살린 오징어 초밥, 반투명한 흰색이 빨간 접시와 대비된다

맨 끝에 있던 건 칼집 없이 결을 살린 채 얇게 올린 오징어였는데, 쫀득한 식감이 입안에 한참 남았어요. 편의점 얘기 꺼냈던 친구도 이때쯤엔 조용해져 있었습니다.

기대 없던 아보카도 롤의 반전

쿠라도 아보카도 롤, 긴 흰 접시 위에 초록색 아보카도 롤이 한 줄로 나열되어 있고 위에 바삭한 튀김채와 소스가 뿌려져 있다

그다음에 나온 게 아보카도 롤이었어요. 긴 접시 위에 한 줄로 예쁘게 늘어서 나왔는데, 솔직히 이때는 별 기대가 없었거든요. 아보카도가 한국에서는 인기 있는 과일이 아니잖아요. 호불호 엄청 갈리고, 저도 그때까지 아보카도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습니다. 친구도 접시 보더니 "이거 아보카도야? 패스" 하면서 젓가락을 내려놨을 정도예요.

아보카도 롤 클로즈업, 종잇장처럼 얇게 저민 아보카도가 겹겹이 감싸고 있다
아보카도 롤 단면, 밥알과 해산물 속재료가 빈틈 없이 채워져 있다
아보카도 롤 측면에서 찍은 사진, 초록색 그러데이션이 균일하게 보인다

가까이서 보니까 퀄리티가 장난이 아니었어요. 아보카도를 종잇장처럼 얇게 저며서 한 장씩 겹쳐 올렸는데, 초록색 그러데이션이 균일하게 나오더라고요. 위에 올라간 바삭한 튀김 부스러기는 하나하나 크기가 고르고, 소스도 지그재그로 정확하게 뿌려져 있었습니다. 속재료가 밥 사이로 살짝 보이는데 해산물이 빈틈 없이 촘촘하게 채워져 있었거든요. 단면을 보면 밥알 하나하나가 뭉치지 않고 살아 있는 게 보여서, 기대 없이 시작했지만 눈으로 먼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수준이었어요.

아보카도 롤을 젓가락으로 집어 올린 모습, 단면에 밥알과 크림치즈 속재료가 보이고 형태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젓가락으로 하나 집어 들어서 찍은 사진인데, 바깥쪽 아보카도가 얇게 감싸고 있고 단면에 밥알이 촘촘하게 보이면서도 형태가 흐트러지지 않고 그대로 유지되고 있었거든요. 위에 올라간 바삭한 튀김채까지 그대로 붙어 있어서, 만든 사람 손이 꽤 정교하다는 게 눈에 보였습니다.

아까 말했듯이 아보카도가 한국에서는 호불호 심하게 갈리는 과일이잖아요. 그래서 진짜 기대 없이 한 입 물었는데, 이게 입안에서 녹는 순간 생각이 바뀌었어요. 아보카도 특유의 밋밋한 느낌이 아니라 부드러우면서 치즈 같은 고소한 맛이 퍼지더라고요. 밥이랑 같이 씹히면서 식초의 산미가 살짝 올라오는데, 그게 느끼함을 딱 잡아주는 거예요. 한국에서 먹던 아보카도랑 같은 재료가 맞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일본에서 먹는 초밥이 이렇게까지 다를 수 있구나 하는 걸, 이 한 입에서 처음 느꼈거든요.

젓가락 위의 초밥들

참치 초밥을 젓가락으로 집어 올린 클로즈업, 선명한 루비색 참치 결과 윤기가 보인다

참치를 젓가락으로 집어 올렸는데 색부터 달랐어요. 선명한 루비색에 결이 촘촘하게 들어가 있고, 표면에 윤기가 흘러서 조명 아래에서 반짝거렸거든요. 밥 위에 올려진 두께도 넉넉해서 밥알이 거의 안 보일 정도였습니다.

오징어 초밥을 젓가락으로 집어 올린 클로즈업, 반투명한 흰색 표면에 촘촘한 칼집이 보인다

오징어는 반투명한 흰색이 인상적이었어요. 칼집이 촘촘하게 들어가 있어서 젓가락에 걸렸을 때 살짝 휘어지면서도 끊어지지 않더라고요. 표면이 매끈하게 빛나는 게 신선하다는 걸 눈으로 바로 알 수 있었습니다.

홋카이도 가리비 초밥을 젓가락으로 집어 올린 클로즈업, 유백색의 도톰한 가리비살이 올려져 있다

홋카이도 가리비였어요. 통통하게 올라간 살이 젓가락 위에서 무게감이 느껴질 정도로 도톰했어요. 색이 유백색인데 반투명하게 빛이 비치는 게, 시장이나 횟집에서 흔히 보던 가리비랑은 결 자체가 달랐습니다.

싹 비운 접시, 그리고 솔직한 아쉬움

쿠라도에서 다 먹고 난 뒤 빈 접시들, 빨간 접시에 가리만 남아 있고 흰 접시에는 소스 자국만 남아 있다

싹 비웠어요. 빨간 접시에는 가리 한 점만 덩그러니 남아 있고, 흰 접시에는 소스 자국만 지그재그로 남아서 오히려 그림처럼 보이더라고요. 초록 잎 접시도 텅 비어 있었고, 간장 종지까지 깨끗합니다. 둘이서 하나도 안 남기고 전부 먹었어요.

솔직히 맛에 대해서는 아쉬운 소리를 할 게 없었거든요. 아게다시도후부터 샐러드, 어묵 구이, 오마카세 스시, 아보카도 롤까지 하나도 빠지는 게 없었습니다. 한 접시가 나올 때마다 셰프가 대충 안 만든다는 게 보였거든요. 근데 딱 한 가지, 양이요. 한국 사람 기준으로는 진짜 부족했어요. 먹는 내내 감탄하다가도 접시가 비워질 때마다 "벌써?" 하는 아쉬움이 반복됐습니다.

쿠라도 가격 정보와 현재 영업 상황

당시 정확한 금액은 기억이 안 나는데, 지금 기준으로 쿠라도의 코스 가격을 보면 6,000엔 코스가 6품, 8,000엔 코스가 8품, 11,000엔 코스가 8품 이상으로 구성돼 있고, 오마카세 스시 5관은 단품으로 1,520엔이에요. 저녁 평균 예산이 5,000엔 안팎이니까, 둘이서 술 포함해서 만 엔 조금 넘게 나왔을 거예요. 2016년 당시 환율 감안하면 1인당 한국 돈 5~6만 원 정도였을 것 같습니다.

오비히로 맛집으로 검색하면 잘 안 나오는 작은 가게인데, 찾아보니 쿠라도는 지금도 같은 자리에서 영업 중이더라고요. 오비히로역에서 걸어서 12분 거리,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17시 30분에서 22시까지 열고 일요일은 쉰다고 해요. 전화번호는 0155-66-5858입니다.

8년이 지나도 남아 있는 맛

결국 그날 밤 편의점에서 삼각김밥 두 개를 사서 숙소로 돌아왔어요. 삼각김밥 뜯으면서 친구가 "아까 그 성게알 맛 잊히지가 않는다"고 하길래, 나도 그랬거든요. 한국에도 좋은 초밥집이 정말 많아요. 횟감이나 초밥으로 알아주는 곳도 많고, 퀄리티 면에서 일본 못지않은 데도 분명 있거든요. 근데 초밥이라는 음식이 태어난 나라에서 장인이 직접 쥐어주는 한 관은, 같은 재료인데도 어딘가 결이 다르더라고요. 한국 초밥이 못하다는 게 아니라, 원조라는 나라의 장인정신이 만들어내는 차이라고 해야 할까. 그걸 이 작은 가게에서 처음 느꼈어요. 숙소 불 끄고 누웠는데 친구가 어둠 속에서 한마디 하더라고요. "우리 내일 점심도 여기 가자." 결국 다음 날은 못 갔지만, 8년이 지난 지금도 그 말이 생각나요.

자주 묻는 질문

쿠라도는 오비히로역에서 얼마나 걸리나요?

오비히로역 남쪽 출구에서 걸어서 약 12분이에요. 큰 도로를 따라 직진하면 되는데, 골목 안쪽에 있어서 간판을 잘 봐야 합니다. 차로 가면 3분 정도이고 가게 앞에 주차장이 있어요.

예약 없이 가도 되나요?

단품 주문은 예약 없이 가능한데, 코스를 먹으려면 전날까지 예약해야 해요. 토요일 저녁은 만석인 경우가 많아서 코스가 아니더라도 미리 전화하는 게 편합니다. 전화번호는 0155-66-5858이에요.

영업시간이랑 휴무일은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17시 30분에서 22시까지 영업하고, 라스트 오더는 21시 30분이에요. 일요일은 정기 휴무인데, 가끔 비정기 휴무도 있다고 하니까 방문 전에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가격대가 어느 정도인가요?

저녁 기준 1인 평균 5,000엔 안팎이에요. 코스는 6,000엔짜리가 6품, 8,000엔짜리가 8품, 11,000엔짜리가 8품 이상으로 구성돼 있고, 오마카세 스시 5관은 단품으로 1,520엔입니다. 술을 포함하면 1인당 7,000~8,000엔 정도 나올 수 있어요.

한국어 메뉴판이 있나요?

없어요. 일본어 메뉴판만 있는데, 요즘은 스마트폰 카메라 번역 기능이 잘 되니까 메뉴판을 비추면 바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2016년에 갔을 때는 번역기 성능이 안 좋아서 한 글자씩 찍어가며 해석했는데,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을 거예요.

아이랑 같이 가도 되나요?

좌석이 48석 규모이고 개인실도 있어서 가족 단위 손님도 괜찮을 것 같아요. 다만 저녁 전문 이자카야 분위기라 어린 아이보다는 초등학생 이상이 편할 것 같습니다.

신용카드 결제가 되나요?

네, 주요 신용카드 대부분 사용 가능하다고 되어 있어요. 현금 없이 가도 됩니다.

작성일 2026년 4월 25일 15:32
수정일 2026년 4월 25일 15: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