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S25 혜자로운 한상가득도시락2편 후기 | 새벽 2시에 먹은 5,900원 편의점 도시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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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시, 대전에서 편의점 도시락을 사러 나간 이유
2026년 4월, 대전. 새벽 2시쯤 배가 고파서 냉장고를 열어봤는데 뭘 해 먹기엔 애매한 시간이었거든요. 와이프는 바빠서 부탁할 상황도 아니고, 나 혼자 먹겠다고 1인분 밥을 하자니 그것도 부담스럽고. 배달 앱을 켜봤는데 이 시간에 주문 가능한 가게가 하나도 없더라고요. 치킨도 안 되고 중국집도 안 되고, 결국 슬리퍼 끌고 대전 집 앞 GS25까지 5분 걸어갔습니다.
거기서 눈에 들어온 게 혜자로운 한상가득도시락2편이었는데, 지난번에 먹었던 편의점 도시락이 괜찮았던 기억이 있어서 이번에도 한번 집어 들었어요. 5,900원짜리 한국 편의점 도시락 하나랑 음료 하나, 새벽에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는 길은 24시간 편의점밖에 없으니까요.
도시락 겉모습과 라벨 정보

도시락 겉면에는 김혜자 선생님 사진과 함께 "따뜻한 집밥이 그리운 날 든든하게 먹어요"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어요. 새벽 2시에 혼자 이 문구를 읽으니까 묘하게 와닿더라고요. 라벨에 적힌 가격은 5,900원, 용량 479그램, 열량 818킬로칼로리. 지난번에 먹었던 도시락이 5,400원이었으니까 500원 정도 올랐는데, 반찬 구성이 더 다양해진 느낌이라 일단 기대를 안고 집으로 가져왔습니다.
뚜껑을 열어보니

라벨을 뜯고 뚜껑을 여니까 밥 위에 스팸 한 장이 넓게 올라가 있고, 왼쪽에는 빨간 양념 고기가 칸 두 개를 차지하면서 양이 꽤 많아 보여요. 위쪽으로 메추리알 두 알, 김자반(마른 김을 잘게 부숴 양념에 볶은 밑반찬), 양념 입힌 튀김 조각, 숙주나물, 계란부침까지 빈 칸 하나 없이 꽉 찬 모습이에요.
비닐 벗기고 위에서 본 전체 구성


비닐 포장을 벗겨내고 위에서 내려다봤어요. 칸이 열 개인데 전부 채워져 있습니다. 가운데 큰 칸에 밥과 스팸, 왼쪽에 빨간 양념 고기 두 칸, 윗줄에 어묵볶음, 튀김 조각, 볶음김치, 숙주나물, 계란부침, 메추리알, 김자반까지. 5,900원 편의점 도시락치고는 구성이 넉넉해 보이는데 각 칸의 깊이가 얕아서 실제 양은 먹어봐야 알겠다 싶었어요. 집에 와서 전자레인지에 2분 30초 돌리고 식탁에 꺼냈습니다.
반찬 하나씩 먹어본 후기
치킨과 볶음김치, 감자채볶음

왼쪽 칸에 있는 건 닭강정도 아니고 후라이드도 아닌, 딱 그 중간 어딘가의 치킨이에요. 딱딱하지 않고 무르지도 않은 묘한 식감인데, 데워 먹는 치킨이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오른쪽에는 볶음김치와 감자채볶음이 나란히 들어 있는데, 감자채가 칸을 벗어나 김치 쪽으로 탈출해 있더라고요. 들고 오면서 흔들렸나 봐요. 볶음김치는 지난번 도시락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반찬이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기대가 됩니다.
어묵볶음과 메추리알 장조림

어묵볶음 세 조각이 겹쳐서 들어 있고, 그 아래 칸에 메추리알 장조림이 두 알. 어묵은 생선 살을 으깨서 납작하게 성형한 한국식 가공식품인데, 사각형으로 잘라 간장에 졸인 거예요. 깨가 살짝 묻어 있긴 한데 색이 연해서 간이 세지는 않아 보였습니다. 메추리알 장조림은 간장 양념에 졸인 작은 알인데, 두 알이면 한 입에 하나씩이잖아요. 이건 좀 아쉬웠어요.
시금치나물

시금치나물은 시금치를 데쳐서 참기름, 소금, 깨소금으로 무친 한국식 나물 반찬이에요. 이 도시락에서는 간장을 넉넉히 넣었는지 거의 까맣게 색이 나왔고, 짭짤한 쪽으로 간이 세서 단독으로 먹기보다 밥에 올려야 균형이 맞더라고요. 양은 한 젓가락이면 끝이지만, 기름진 반찬 사이에서 입안을 정리해주는 역할은 제대로 해줬습니다.
제육볶음 – 맛은 좋은데 양이 아쉬운 메인

제육볶음은 돼지고기를 고추장 양념에 볶아낸 한국식 매운 고기 반찬이에요. 젓가락으로 한 점 집어 올리니까 쪽파랑 깨가 붙어 있고, 입에 넣는 순간 매콤하면서 짭짤한 양념이 확 퍼지더라고요. 한 점 먹으면 밥 한 숟갈이 자동으로 따라가는 맛인데, 문제는 반찬 칸이 너무 많다 보니 이게 메인 대접을 못 받는다는 거예요. 서너 점이 전부라 두세 입이면 바닥이 보입니다.
케첩 햄볶음 – 밥 도둑 주의

이건 햄을 얇게 썰어서 케첩 비슷한 소스에 볶아낸 반찬이에요. 먹어보면 달콤한 것보다 짭짤한 쪽이 먼저 옵니다. 밥 없이 이것만 집으면 짠 편이라, 밥을 크게 한 숟갈 떠서 같이 넣어야 간이 맞는 스타일이에요. 아까 제육볶음도 밥을 많이 잡아먹었는데 이것도 마찬가지라, 반찬은 열 칸인데 밥은 한 칸이니까 후반에 밥이 모자라겠다는 예감이 슬슬 들기 시작했습니다.
양념만두 – 솔직히 이건 별로

양념만두인데, 솔직히 이건 별로였어요. 만두 자체는 평범한 고기만두인데 거기에 매콤달콤한 소스를 끼얹어 놓은 게 조합이 안 맞더라고요. 그냥 만두로 냈으면 간장에 찍어 먹기라도 했을 텐데. 찾아보니까 이 양념만두가 다른 혜자로운 도시락 시리즈에도 들어가 있던데, 넣을 자리에 차라리 볶음김치를 더 넣어줬으면 싶었습니다.
밥 위의 스팸, 그리고 밥이 부족해지는 순간


밥 위의 스팸. 스팸은 돼지고기로 만든 캔 햄으로, 한국에서는 밥 위에 올려 먹거나 김치찌개에 넣는 국민 반찬 같은 존재예요. 데우고 나니까 가장자리에 기름이 살짝 돌면서 짭짤한 냄새가 올라오는데, 밥과 같이 한 입 베어 물면 그냥 맛있습니다. 근데 딱 한 장이라 아껴 먹어도 서너 입이면 끝이었습니다.
젓가락으로 집어보면 두께가 꽤 있어요. 그동안 먹던 스팸보다 짠맛이 덜한 느낌인데, 도시락용으로 염도를 조절한 건지 아니면 다른 제품을 쓴 건지는 모르겠지만 강하지 않아서 오히려 좋았습니다. 도시락 전체가 짠 편이라 스팸마저 짰으면 부담스러웠을 텐데, 밥이랑 먹으면 고소한 맛이 먼저 올라와요.
제육볶음 마지막 한 점

제육볶음 마지막 한 점. 맛은 여전히 좋은데 진짜 이게 끝이에요. 밥은 아직 반 넘게 남았는데 제일 맛있는 반찬이 먼저 떨어지니까 허무하더라고요.
닭강정 – 편의점 치고는 만족

닭강정을 하나 집어 올렸습니다. 바삭한 식감은 아니에요. 전자레인지로 돌렸으니 당연하겠죠. 눅눅하기보다는 부드럽게 씹히는 편이라 불쾌하진 않았고, 안쪽에 닭고기도 제법 들어 있어요. 양념이 달짝지근하게 배어 있어서 편의점 도시락 반찬으로는 충분했습니다.
양념만두, 다시 한번 – 역시나

양념만두, 마지막으로 한번 더 집어봤는데 역시 소스가 문제예요. 만두 껍질에 소스가 스며들어서 축축하고, 속은 그냥 평범한 고기라 전체적으로 밋밋하기만 합니다. 이 칸만 다른 반찬이었으면 전체 만족도가 확 올라갔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어요.
소비기한과 품질 관리 – 편의점 도시락이 안심되는 이유

도시락 라벨에는 제조일시와 소비기한이 적혀 있어요. 이 도시락은 2026년 4월 26일 오전 8시에 만들어졌고, 소비기한은 4월 28일 오전 8시까지. 이 시간이 지나면 편의점 계산대에서 바코드가 찍히지 않아 결제 자체가 불가능해요. 진열대에 있는 도시락은 전부 기한 내 제품이라는 뜻이니까, 냉장 보관만 제대로 되어 있다면 품질 걱정은 크게 안 해도 됩니다. 라벨 색깔이 시간대에 따라 빨간색이나 파란색으로 바뀌는데, 편의점 직원들이 유통기한을 관리하는 방식이에요.
혜자로운 한상가득도시락2편, 다 먹고 난 총평
새벽 2시든 4시든 재고만 있으면 살 수 있고, 집에서 전자레인지 2분 30초면 따뜻한 밥 한 끼가 나온다는 거. 물가가 오르긴 했지만 5,900원이면 밖에서 사 먹는 한 끼보다는 아직 저렴한 편이에요. 열 가지가 넘는 반찬을 한 번에 맛볼 수 있다는 건 이 시리즈만의 강점이고, 소비기한이 지나면 결제가 막혀서 오래된 식품을 살 걱정도 없다는 게 안심이 되는 부분입니다.
반찬이 많다는 건 내가 원하지 않는 반찬도 섞여 있을 수 있다는 뜻이에요. 이번에 양념만두가 딱 그랬습니다. 주관적인 입맛 차이지만, 열 칸 중 한두 칸이 이런 식으로 걸릴 수 있다는 건 감안해야 하고, 반찬이 많으니까 각각의 양이 맛보기 수준인 것도 사실이에요. 제육볶음처럼 맛있는 반찬이 서너 점에서 끝나버리면 아쉬울 수밖에 없거든요. 근데 혜자로운 한상가득이라는 이름 자체가 여러 가지를 조금씩 담겠다는 취지니까, 그 의도대로는 충실히 해냈다고 봐요.
새벽 3시, 빈 도시락을 정리하며
다 먹고 빈 용기를 싱크대에 올려놓았는데 시계를 보니 새벽 3시가 넘어 있었어요. 밥 하기 싫어서 슬리퍼 끌고 나갔던 게 불과 한 시간 전인데, 배는 든든하고 설거지할 것도 없고. 불 끄고 이불 속으로 들어가면서 내일은 밥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아마 내일도 이럴 거라는 걸 저도 알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