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장게장 양념게장, 한국 사람들이 밥도둑이라 부르는 음식 | 직접 먹어본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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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겨울에 형이 "게장 땡긴다, 오늘 내가 쏠게" 하길래 바로 따라나섰어요. 대전 가수원 쪽에 있는 게장집이었는데, 간장게장이랑 양념게장 하나씩 시키고 밥은 일단 두 공기. 결론부터 말하면 둘이서 밥 아홉 공기 먹었어요.

나오자마자 눈에 들어온 건 간장 색깔
뚝배기 뚜껑을 여는 순간 간장 색깔이 먼저 눈에 들어왔어요. 검고 윤기 나는 간장이 자박하게 차 있고, 그 위에 참깨랑 쪽파가 뿌려져 있었거든요. 게딱지를 살짝 들어보니까 안쪽에 주황색 알이 그대로 차 있었어요. 알 찬 거 보니까 오늘 잘 왔다 싶었어요.
간장게장은 생꽃게를 간장 양념에 며칠 동안 숙성시킨 음식이에요. 익히지 않고 날것 그대로 먹는 거라 처음 보는 사람은 좀 놀랄 수 있어요. 근데 한 점 집어서 빨아보면 짭조름하면서 감칠맛이 확 올라와요. 간장이 게살 깊숙이 배어들면서 나오는 그 단짠 조합은 설명으로 전달이 안 돼요. 직접 먹어봐야 아는 맛이에요.

간장게장은 숙성 상태가 맛을 결정해요
옆에서 보니까 간장이 얼마나 자박한지 더 잘 보였어요. 게딱지 가장자리까지 간장이 촉촉하게 올라와 있고, 참깨가 간장 위에 떠 있었거든요. 가까이 들여다보니까 게살이 간장을 머금고 살짝 투명하게 변해 있었어요.
간장게장은 솔직히 식당마다 맛 차이가 심해요. 어떤 데는 비린내에 손도 못 대겠고, 어떤 데는 밥 세 공기도 모자라요. 그 차이가 숙성 과정에서 갈리거든요. 숙성이 덜 되면 게살이 뻣뻣하고 짠맛만 세지는데, 잘 된 건 젓가락으로 살짝 건드려도 살이 부드럽게 발려요. 이날 건 젓가락이 닿자마자 살이 흘러내릴 정도였어요.

간장게장은 손으로 먹는 음식이에요
게장은 젓가락이나 포크로 먹는 음식이 아니에요. 껍데기 사이사이에 살이 붙어 있어서 손으로 직접 쪼개고 빨아먹어야 제대로 된 맛이 나거든요. 그래서 한국 게장 식당에서는 어디를 가든 일회용 비닐장갑을 줘요.
게 다리를 반으로 꺾으면 안쪽에 간장이 밴 살이 촘촘하게 차 있는 게 보이는데, 이걸 입에 물고 쭉 빨아먹는 거예요. 처음엔 좀 당황스러울 수 있는데, 한국 사람들도 게장 먹을 때는 전부 이렇게 먹어요. 오히려 손으로 안 먹으면 살을 반도 못 발라내요.

손으로 누르면 게살이 이렇게 나와요
게 다리를 손가락으로 꾹 누르면 살이 통째로 밀려 나와요. 젓가락으로 아무리 발라봐야 안 나오던 살이 손가락 힘 한 번에 뭉텅이로 올라오거든요. 간장이 속살까지 스며들어 있어서 따로 뭘 찍을 필요도 없어요. 이 상태 그대로 입에 넣으면 부드러우면서 짭짤한 감칠맛이 퍼져요.

게딱지를 절대 버리면 안 돼요
게 다리 살을 다 빨아먹고 나면 딱지가 남는데, 이걸 절대 버리면 안 돼요. 간장게장의 진짜 하이라이트가 여기서부터거든요. 딱지를 뒤집어 보면 안쪽에 게 내장과 알이 간장에 절여져서 걸쭉하게 고여 있어요. 간장이 뚝뚝 흘러내릴 정도로 촉촉한 상태인데, 여기에 흰 쌀밥을 숟가락으로 퍽 떠서 넣고 김 한 장 올려서 비벼 먹는 거예요.
형이 "딱지 먼저 손대면 진다" 하면서 다리부터 먹으라고 했는데, 이유가 있었어요. 딱지 비빔밥을 먼저 해버리면 그것만 계속 먹게 되거든요.

게딱지 비빔밥 — 밥도둑의 진짜 정체
이게 한국 사람들이 말하는 게딱지 비빔밥이에요. 딱지 안에 밥을 넣고 간장에 절여진 내장이랑 알을 같이 비비면, 밥알 하나하나에 감칠맛이 배어들면서 짭짤하고 고소한 맛이 동시에 나요.
게 다리 빨아먹을 때는 "음, 맛있네" 정도였는데 딱지 비빔밥을 한 숟가락 떠서 입에 넣는 순간 좀 멍해졌어요. 아 이거였구나. 밥도둑이라는 말이 이 딱지 비빔밥 때문에 나온 거구나. 밥 한 공기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또 시키게 되는 게 이것 때문이에요. 저는 이날 이후로 확실하게 딱지파가 됐어요.

양념게장 — 같은 게장인데 완전히 다른 음식
간장게장만 있는 게 아니에요. 같은 생꽃게를 고추장 양념에 버무린 게 양념게장인데, 이건 간장게장이랑 아예 다른 음식이에요. 빨간 양념이 게 다리 사이사이까지 범벅이 되어 있고, 참깨랑 쪽파가 위에 뿌려져 있는데 비주얼부터 확 달라요.
입에 넣는 순간도 달라요. 간장게장은 조용하게 감칠맛이 올라오는 타입인데, 양념게장은 입에 넣자마자 매운맛과 단맛이 동시에 치고 들어와요. 밥을 부르는 방식도 달라요. 간장게장은 게딱지 비빔밥으로 밥을 잡아먹는다면, 양념게장은 빨간 양념이 묻은 게살을 밥 위에 탁 올려서 같이 먹는 식이거든요. 양념이 밥에 묻는 순간 그냥 비빔밥이 돼요.
요즘 SNS에서 외국인들이 간장게장 먹는 영상이 엄청 돌아다니는데, 처음 먹는 사람한테는 사실 양념게장을 먼저 추천해요. 간장게장은 숙성도에 따라 맛 차이가 하늘과 땅이라 운이 안 좋으면 비린맛에 실망할 수 있거든요. 양념게장은 솔직히 어디서 먹어도 어느 정도 평타는 쳐요. 일단 양념게장으로 입문하고, 괜찮으면 간장게장으로 넘어가는 게 실패 확률이 낮아요.

양념게장 클로즈업 — 양념 농도가 진해요
좀 더 가까이서 보면 양념 농도가 얼마나 진한지 보여요. 게 껍데기 표면에 양념이 두껍게 코팅되어 있고, 빨간 양념 사이로 하얀 게살이 통통하게 드러나 있거든요. 양념게장은 간장게장보다 살이 좀 더 단단하게 느껴지는데, 매콤한 양념이 게살 겉면을 감싸고 있어서 씹으면 매운맛이 먼저 오고 그다음에 게살의 단맛이 따라와요.

양념게장도 손으로 쪼개서 먹어요
먹는 방식은 간장게장이랑 똑같아요. 비닐장갑 끼고 손으로 쪼개서 빨아먹는 건데, 양념이 워낙 진하게 묻어 있어서 살을 꺼내면 흰 게살 위에 빨간 양념이 덕지덕지 붙어 나와요. 간장게장이 게 자체의 맛을 즐기는 거라면, 양념게장은 양념과 게살이 섞이면서 나오는 그 조합을 즐기는 거예요. 밥 없이 이것만 먹어도 안주로 충분한데, 밥 없이 버티기가 쉽지 않아요.
간장게장 먹다가 중간에 양념게장으로 넘어가면 입맛이 리셋돼요. 그러면 밥이 또 한 공기 들어가요.


게장집 밥은 이렇게 나와요
게장 식당에서 밥을 시키면 이렇게 나오는 곳이 많아요. 그냥 흰 쌀밥이 아니라 밥 위에 반숙 계란후라이가 올라가 있고 밑에는 김이 깔려 있는 형태예요. 이걸 간장게장 간장에 비벼 먹어도 되고, 게딱지 안에 퍽 떠서 넣고 비벼 먹어도 돼요. 계란 노른자가 터지면서 간장이랑 섞이면 고소함이 한 단계 올라가거든요.

솔직한 아쉬운 점
아쉬운 점도 있었어요. 이 집은 반찬이 좀 빈약했거든요. 보통 게장 맛집이라고 하면 계란찜이나 된장찌개, 젓갈류가 기본으로 깔리는 곳이 많은데, 여기는 그런 구성이 약했어요. 게장 자체는 만족스러웠지만, 전체 밥상으로 보면 살짝 허전했어요. 그리고 게장은 나트륨이 꽤 높은 음식이라 짠 음식이 약한 분은 밥을 넉넉히 시켜두는 게 좋아요.
간장게장이든 양념게장이든
한국에 와서 간장게장을 안 먹어보고 돌아가면 진짜 아깝다고 말하고 싶어요. 처음엔 날것이라 망설여질 수 있는데, 한 입만 먹어보면 그 고민이 바보같았다는 걸 알게 돼요.
개인적으로는 간장게장이 압도적으로 좋아요. 양념게장은 어디서 먹어도 비슷한 맛이 나는데, 간장게장은 잘 만든 집의 그 깊고 깔끔한 감칠맛을 한 번 알아버리면 양념게장이 눈에 안 들어와요.
형이 계산하면서 "야, 밥값이 게장값보다 많다" 했어요. 밥 추가가 한 공기에 1,000원이었는데, 아홉 공기면 9,000원이거든요. 근데 그게 아까운 게 아니라 그만큼 먹게 만드는 게장이 무서운 거예요.
이 글에서 참고한 정보
BC카드가 2024년에 발표한 외국인 카드 결제 데이터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에서 가장 많이 결제한 음식 순위에서 간장게장이 3위를 차지했다. 2022년에는 6위였으며, 2년 만에 3위까지 상승한 것은 SNS 먹방 영상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경향신문)
조선일보에 실린 일본인 기자 에노모토 야스타카의 칼럼(2025.03.27)에 따르면, 일본인들은 간장이 일식의 기본 조미료이고 해산물을 날것으로 먹는 문화가 있어 간장게장에 대한 거부감이 거의 없다고 한다. 양념게장보다 간장게장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한다. (조선일보)
2025년 경남 통영농협이 농협 최초로 간장게장과 양념게장을 미국에 수출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 내 H마트에 공급하는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농민신문)
코리아데일리(2025.11.02) 보도에 따르면, LA 코리아타운의 간장게장 전문점들이 성업 중이며, 일부 식당은 손님의 절반 이상이 중국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코리아데일리)
식품의약품안전처 자료 기준으로 간장게장 250g에 나트륨 함량은 3,221mg이다. WHO 하루 나트륨 섭취 권장 상한선은 2,000mg이므로, 과다 섭취에 주의가 필요하다. (아이뉴스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