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회 | 해삼 멍게 소라까지 들어간 한국식 매콤 해산물 냉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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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시작되면 생각나는 음식, 물회
요즘 한낮에 반팔 입어도 될 만큼 더워졌거든요. 이맘때쯤 되면 꼭 한 번은 찾게 되는 음식이 있는데, 물회예요. 신선한 생선회를 매콤새콤한 양념장에 버무리고 차가운 육수를 부어서 먹는 건데, 얼음까지 동동 띄워서 나오니까 첫 숟갈에 더위가 싹 가시는 느낌이에요. 사실 이건 꽤 오래전 얘기예요. 한 십 년도 넘은 것 같은데, 여름 초입에 친구랑 대전 신탄진 근처에서 먹었던 물회가 아직도 잊히질 않아요. 오늘은 그때 얘기를 좀 해보려고 합니다.
물회 나오기 전 — 사이드 메뉴부터

물회가 나오기 전에 사이드 메뉴가 먼저 나왔는데, 크림소스를 끼얹은 조개찜이었어요. 하얀 접시에 바지락이 수북하게 담겨 있고 위에 걸쭉한 크림소스가 흘러내리고 있었거든요. 물회집에서 이런 게 나올 줄은 몰랐는데, 친구가 먼저 하나 집어서 까더니 "이거 맛있다" 하면서 혼자 척척 까먹고 있더라고요.

다슬기라는 작은 민물 달팽이도 같이 나왔는데, 마른 고추랑 같이 조려져 있어서 짭짤하면서 살짝 매콤한 맛이었어요. 이쑤시개로 쏙 빼서 먹는 건데, 손이 자꾸 가는 게 신기했어요. 근데 양이 좀 아쉬웠어요. 한 접시가 금방 바닥나서 물회 나오기 전에 할 게 없어지더라고요.
드디어 나온 물회 — 첫인상

드디어 물회가 나왔어요. 투명한 유리 대접에 채 썬 당근, 오이, 적양배추, 배, 깻잎, 양배추가 빙 둘러 담겨 있고, 물회 재료가 가운데에 모여 있었는데 매콤한 양념장을 버무린 해산물이랑 생선회 위에 깨를 솔솔 뿌려놨더라고요. 색감이 워낙 화려해서 젓가락 대기 전에 한참 쳐다봤어요. 여기에 차가운 육수를 부어서 비벼 먹으면 물회가 완성되는 건데, 그 얘기는 뒤에서 할게요.
물회가 뭔가요?
물회가 뭔가요?
한국식 얼음 해산물 비빔국
베이스 — 신선한 생선회
광어, 우럭 같은 흰살 생선을 얇게 썰어서 초고추장이라는 고추장에 식초를 섞어 만든 매콤새콤한 양념에 버무려요. 해삼이나 멍게 같은 해산물이 함께 올라가기도 합니다.
채소 — 색색깔 고명
오이, 당근, 양배추, 적양배추, 깻잎, 배 같은 채소와 과일을 가늘게 채 썰어서 대접 가장자리에 빙 둘러 담아요. 아삭한 식감이 회랑 섞이면서 한 입마다 달라지는 맛이 포인트예요.
육수 — 얼음장처럼 차갑게
멸치나 다시마로 우린 차가운 육수를 부어서 완성해요. 얼음을 동동 띄워서 나오는 곳도 많고, 이 시원한 국물이 더운 날 물회를 찾게 되는 가장 큰 이유예요.
먹는 법 — 비벼서 후루룩
밥이나 소면을 넣고 양념째 쓱쓱 비벼서 숟가락으로 떠먹으면 돼요. 국물까지 싹 비우는 게 정석입니다.
여름이 시작되면 한국 사람들이 가장 먼저 찾는 계절 음식
물회 해산물 — 해삼, 멍게, 조개살

좀 더 가까이에서 찍어봤어요. 가운데 까만 덩어리가 해삼인데, 물컹물컹한 식감이 호불호가 꽤 갈리는 녀석이에요. 그 옆에 주황빛으로 양념에 버무려진 게 멍게인데, 바다 냄새가 입안에서 확 퍼지는 맛이라 이것도 처음 먹는 사람은 깜짝 놀랍니다. 같이 간 친구가 딱 그랬어요. 멍게를 처음 먹어보는 놈이었는데, 하나 집어 넣더니 눈이 동그래지면서 "이게 뭐야 이 맛" 하길래 좋다는 건지 싫다는 건지 물어봤더니 "…둘 다"라고 하더라고요. 조개살은 얇게 썰려서 양념 사이에 숨어 있었는데, 씹으면 쫄깃하면서 단맛이 살짝 올라와서 셋 중에는 제일 무난했어요. 해삼, 멍게, 조개살 이 세 가지가 채소 사이사이에 박혀 있으니까 숟가락 뜰 때마다 뭐가 걸릴지 모르는 게 나름 재미있었습니다.
소라와 배

이건 소라를 얇게 슬라이스한 거예요. 동그랗게 썰린 단면에 검은 테두리가 선명한 게 소라 특유의 모양이거든요. 씹으면 쫄깃쫄깃하면서 고소한 맛이 꽤 오래 남아요. 옆에 노랗게 채 썰어 놓은 건 배인데, 아삭하면서 단맛이 있어서 매콤한 양념이랑 같이 비비면 입안이 정리되는 느낌이에요. 물회에 과일이 들어가는 게 처음엔 좀 의아했는데, 한 번 섞어 먹어보니까 이게 없으면 오히려 허전할 것 같았어요.
멍게와 해삼 — 호불호 갈리는 물회 재료


가운데를 클로즈업해서 찍어봤어요. 주황색으로 울퉁불퉁한 게 멍게, 까맣고 미끈미끈한 게 해삼인데, 위에 통깨가 솔솔 뿌려져 있어서 나름 비주얼은 그럴듯했어요. 근데 솔직히 처음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좀 당황스러운 비주얼이긴 합니다. 친구도 처음에 "이거 먹는 거 맞아?" 했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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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게
바다의 파인애플이라 불리는 녀석
생김새
겉은 울퉁불퉁한 주황색 껍데기로 덮여 있고, 안쪽 살만 발라서 먹어요. 물회에는 양념에 버무린 상태로 올라옵니다.
맛
첫 입에 바다 향이 입안 가득 확 퍼져요. 달콤한 듯하면서 뒷맛이 씁쓸한, 독특한 감칠맛이 있어요. 좋아하는 사람은 중독되고, 싫어하는 사람은 젓가락도 안 대요.
식감
부드럽고 살짝 물컹한 느낌. 씹는 맛보다는 혀 위에서 녹는 느낌에 가까워요.
호불호 지수
★★★★★ 극과 극
한국 사람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식재료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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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삼
바다의 인삼이라는 별명을 가진 녀석
생김새
까맣고 미끈미끈한 표면에 오돌토돌한 돌기가 붙어 있어요. 물회에서는 한입 크기로 잘라서 올라옵니다.
맛
사실 맛 자체는 거의 없어요. 담백하다 못해 무미에 가까운데, 양념이랑 같이 먹으면 그 양념 맛을 고스란히 흡수해요.
식감
이게 핵심이에요. 쫀득하면서 물컹한, 딱히 비교할 게 없는 식감이거든요. 좋게 말하면 독특하고, 나쁘게 말하면 징그럽다는 사람도 있어요.
호불호 지수
★★★★☆ 식감이 관건
맛보다 식감에서 갈리는 편이에요. 못 먹겠다는 사람은 대부분 그 물컹한 느낌 때문이에요.
물회 채소 — 깻잎, 양배추, 당근, 과일까지
깻잎 — 외국인이 힘들어하는 한국 채소

깻잎을 채 썰어서 한쪽에 수북하게 올려놨는데, 이게 한국 사람한테는 너무 익숙한 채소예요. 고기 먹을 때도 쌈으로 싸 먹고, 반찬으로도 나오고, 이렇게 물회에도 빠지지 않죠. 근데 이게 호불호가 있어요. 한국 사람들은 향긋하다고 느끼는데, 외국인한테는 좀 강한 향이라 처음에 거부감을 보이는 경우가 많아요. 나중에 와이프가 처음 한국 왔을 때도 깻잎 냄새 맡고는 "이거 약초 아니야?" 하면서 접시 한쪽으로 밀어놨었는데, 지금은 깻잎 없으면 서운해할 정도가 됐어요. 적응하는 데 반년은 걸렸다고 하더라고요. 물회에서는 이 깻잎 향이 매콤한 양념이랑 섞이면서 비린내를 잡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빼고 먹으면 맛이 확 달라져요.
양배추와 당근

양배추랑 당근은 뭐 따로 설명할 것도 없죠. 가늘게 채 썰어서 올려놨는데, 비벼 먹을 때 아삭한 식감을 더해주는 역할이에요. 이 둘이 없으면 해산물이랑 양념만 남아서 금방 물릴 텐데, 씹히는 게 있으니까 한 그릇을 끝까지 질리지 않고 먹을 수 있었어요.
사과와 오이

사과도 이렇게 성냥개비처럼 가늘게 채 썰어서 넣어줬어요. 아까 배도 있었는데 사과까지 들어가니까 단맛이 꽤 풍부해지더라고요. 매콤한 양념 사이사이에서 과일의 시원한 단맛이 치고 올라오는 게, 입안을 계속 리셋해주는 느낌이에요. 뒤쪽에 연두색으로 채 썬 건 오이인데, 이건 뭐 아삭한 식감 담당이죠. 물회에서 채소랑 과일이 이렇게 많이 들어가는 줄 처음에는 몰랐는데, 먹어보면 이것들이 다 제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죠.
적양배추와 양파

적양배추랑 양파도 채 썰어서 한쪽을 차지하고 있었어요. 적양배추는 보라색이 워낙 선명해서 물회 전체 색감을 살려주는 역할이 크고, 양파는 하얗게 채 썰린 게 옆에 살짝 보이는데 비벼 먹으면 알싸한 맛이 올라와서 양념하고 잘 어울리더라고요.
물회 먹는 법 — 육수 붓고 비비기

자 이제 물회 먹는 법을 보여드릴게요. 차가운 육수를 쭉 부어서 쓱쓱 비벼버렸어요. 아까 그 예쁘게 담겨 있던 모양은 온데간데없고, 매콤한 빨간 국물 속에 채소랑 해산물이 뒤엉켜서 완전히 다른 음식이 된 거예요. 솔직히 비주얼은 비비기 전이 훨씬 나은데, 맛은 이 상태가 진짜입니다. 숟가락으로 한 번 크게 떠보면 해삼이랑 멍게, 사과, 깻잎이 한꺼번에 걸려 올라오는데 그게 입안에서 한 번에 섞이면서 매콤하고 시원한 맛이 확 터져요. 친구가 비비는 거 보더니 "아까 그 예쁜 게 왜 이렇게 되냐"고 하길래, 원래 이렇게 먹는 거라고 했더니 좀 아까워하더라고요.

국자로 밑바닥부터 크게 뒤집어가며 비볐어요. 양념이 아래로 가라앉아 있어서 위에서만 섞으면 안 돼요. 이렇게 몇 번 뒤집으니까 당근, 사과, 깻잎 전부 빨간 양념을 두르고 나와서 이제야 제대로 된 물회 모양이 됐어요. 다만 양념이 좀 짰어요. 국물을 부으면 희석되긴 하는데, 처음 한두 숟갈은 입안이 얼얼할 정도로 짠맛이 먼저 치고 들어왔습니다.
물회 소면 — 남은 국물에 말아 먹는 마무리

물회를 어느 정도 먹고 나면 소면이라는 가느다란 밀가루 면을 따로 주문해서 남은 국물에 말아 먹는 게 정석이에요. 접시에 한 입 크기로 동그랗게 말아서 나오는데, 위에 통깨가 살짝 뿌려져 있었어요. 이걸 물회 국물에 풍덩 넣고 쓱쓱 비벼서 먹으면, 아까 그 매콤한 국물이 면에 쫙 배면서 또 다른 한 끼가 되는 거예요. 친구는 물회보다 이 소면이 더 좋다고 했어요. 국물에 해산물 맛이 다 우러나 있어서 그냥 양념장에 비빈 소면이랑은 차원이 다르긴 했어요.
소면을 국물에 넣으면


소면 양이 생각보다 많았어요. 처음에 욕심부려서 한꺼번에 다 넣었다가 후반에는 좀 질리더라고요. 반만 넣고 나머지는 나중에 추가하는 게 나았을 텐데, 그때는 그걸 몰랐음. 빨간 국물 위에 하얀 소면 뭉치가 둥둥 떠 있는 게 보이는데, 밑에 가라앉아 있던 채소 조각이랑 해산물까지 같이 건져 올려지니까 물회를 두 번 먹는 기분이었어요.
둘이서 4만 원, 그리고 돌아오는 길
나오면서 친구한테 어땠냐고 물었더니 "멍게 빼고 다 맛있었다"고 하더라고요. 결국 멍게는 끝까지 적응 못 한 거예요. 나는 오히려 그 멍게가 제일 좋았는데, 같은 그릇을 놓고 먹어도 사람마다 건져 먹는 게 다르니까 그게 물회인 것 같아요. 둘이서 물회에 소면까지 추가해서 4만 원 정도 냈던 걸로 기억하는데, 해산물이 이만큼 들어간 걸 생각하면 아깝지 않았어요. 돌아오는 길에 둘 다 말이 없었는데, 배가 불러서 그런 건지 시원한 국물에 나른해져서 그런 건지 모르겠어요. 참고로 그때 갔던 가게는 지금은 없어졌는데, 대전 쪽에 물회 하는 집은 여전히 많으니까 검색하면 금방 나올 겁니다. 요즘도 더워지기 시작하면 그때 그 물회가 생각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