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닭볶음탕 35,000원 | 빨간 국물에 밥 말아먹는 한국식 닭고기 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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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닭볶음탕이 땡긴 날
올해 초 어느 주말에 뭐 먹을지 고민하다가 와이프가 "닭볶음탕 먹은 지 진짜 오래됐다" 하길래, 그 말 듣는 순간 머릿속에 빨간 국물이 확 떠오르더라고요. 닭볶음탕은 닭고기를 감자, 당근, 양파 같은 채소랑 같이 넣고 고추장 양념으로 매콤하게 끓여 먹는 한국식 찜 요리인데, 닭도리탕이라는 옛날 이름으로도 많이 불려요. 집에서도 많이 해먹지만 밖에서 사 먹으면 확실히 양념 깊이가 다르거든요. 우리 동네 대전 쪽에는 닭볶음탕 간판 달고 있는 집이 골목마다 있어서 특별히 멀리 갈 필요도 없었어요. 날이 아직 쌀쌀하던 때라 이런 국물 음식이 딱이었는데, 한국 음식 중에서도 닭볶음탕은 집밥 느낌이 강한 메뉴거든요. 뜨끈한 국물에 밥 말아서 후루룩 먹으면 그날 하루는 그걸로 충분해요. 그래서 점심때쯤 슬리퍼 끌고 나갔습니다.
닭볶음탕, 이렇게 나와요

닭볶음탕은 이렇게 큰 냄비에 빨갛게 끓여서 나와요. 위에 대파가 길게 올라가 있고, 국물 속에 닭고기랑 감자, 당근 같은 채소가 푹 잠겨 있는 형태인데, 테이블 가운데 버너 위에 냄비째 올려놓고 보글보글 끓이면서 먹는 거거든요. 한국 여행 오면 보통 삼겹살이나 치킨, 김치찌개 같은 건 많이들 먹어보잖아요. 근데 닭볶음탕은 의외로 잘 안 건드리는 메뉴더라고요. 관광지 근처에는 닭볶음탕 전문점이 잘 안 보이기도 하고, 이름만 들어서는 어떤 음식인지 감이 안 오니까 그런 것 같아요. 막상 먹어보면 매콤한 국물에 닭고기가 뼈째 들어가 있어서 젓가락으로 뜯어 먹는 재미가 있고, 국물이 자작하게 졸아들면 거기에 밥을 비벼 먹는 게 진짜 핵심이에요. 사진에 보이는 국자로 국물을 떠서 밥 위에 끼얹으면 그게 한 끼 끝나는 거예요.
닭볶음탕 주문 방법 — 소, 중, 대
닭볶음탕은 메뉴판에 소, 중, 대로 나뉘어 있어요. 소가 2인 기준, 중이 3인, 대가 4인 기준인데, 소자 하나를 시키면 닭 한 마리가 통째로 토막 나서 들어가고 거기에 감자랑 채소가 같이 담겨 나오는 세트 구성이거든요. 밥이랑 반찬은 따로 시킬 필요 없이 기본으로 깔려 나옵니다. 이날은 둘이서 소자 하나를 시켰는데, 소자라고 해도 양이 적지는 않아요. 밥이랑 같이 먹으면 둘이서 배부르게 먹고도 남기는 사람이 있을 정도예요.
끓기 전 — 빨간 국물의 정체


가까이서 보면 국물 색이 진짜 빨개요. 고추장이랑 고춧가루가 기름이랑 섞이면서 표면에 붉은 기름막이 떠 있는데, 보글보글 끓고 있으니까 대파가 국물 위에서 이리저리 흔들리더라고요. 아직 젓가락도 안 댔는데 냄새부터 매콤한 게 확 올라와서, 와이프가 "이거 엄청 매운 거 아니야?" 하면서 살짝 긴장하고 있었어요. 한국 매운 음식이 다 그렇듯이 빨간 국물은 색만 보면 겁이 나는데, 닭볶음탕은 고추장 베이스라 실제로는 단맛이 같이 돌거든요. 일단 좀 더 끓여야 감자랑 닭고기에 양념이 제대로 배니까, 이 상태에서 바로 먹는 건 아니고 한 5분 정도 더 보글보글 끓이면서 기다려야 해요.
본격적으로 끓기 시작



한 5분 정도 지나니까 국물이 본격적으로 끓기 시작했어요. 아까는 대파 밑에 숨어 있던 닭고기 덩어리들이 국물이 끓으면서 위로 둥둥 떠오르더라고요. 뼈가 붙어 있는 큼직한 닭다리 부위가 서너 덩이 보이고, 사이사이에 감자랑 양파가 양념을 머금고 색이 점점 진해지고 있었어요.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데 매콤한 냄새가 테이블 주변을 꽉 채워서 옆 테이블 손님이 우리 냄비 쪽을 슬쩍 쳐다보기도 했습니다. 가까이서 보면 닭고기 표면에 양념이 코팅되듯 붙어 있고, 뼈 주변 살이 슬슬 벌어지기 시작하는 게 보이는데, 이 정도면 거의 다 익은 거거든요. 국자로 한번 휘저었더니 바닥에 가라앉아 있던 당근 조각이랑 떡도 같이 올라왔어요. 와이프가 옆에서 "그만 찍고 빨리 먹자" 하는데, 끓고 있는 냄비를 그냥 지나칠 수가 없잖아요.
국자로 건져 올린 닭고기


국자로 건져 올리니까 닭다리 한 덩이가 통째로 올라왔어요. 크기가 국자에 거의 꽉 찰 정도인데, 양념 국물이 주르륵 흘러내리면서 살이 뼈에서 반쯤 벌어져 있는 게 보이거든요. 이 정도면 젓가락으로 톡 건드리기만 해도 살이 쉽게 떨어져요. 닭볶음탕이 푹 잘 끓었는지 확인하는 방법이 이건데, 국자로 들어 올렸을 때 살이 저절로 벌어지면 다 된 거예요. 아직 뼈에 꽉 붙어 있으면 좀 더 끓여야 하고요. 이날은 양념이 속까지 잘 배어서 살 색이 겉은 붉고 안쪽은 노르스름하게 익어 있었어요. 와이프한테 먼저 접시에 덜어줬는데, 본인 국자로 냄비에서 더 큰 덩어리를 또 건지고 있더라고요.
닭볶음탕 먹는 법 — 개인 접시에 덜어서

개인 접시에 덜어낸 모습이에요. 닭볶음탕은 냄비에서 바로 먹는 게 아니라 이렇게 각자 앞접시에 건져 와서 먹는 구조거든요. 닭고기 두세 덩이에 감자, 대파가 같이 담겨 있고 빨간 국물이 접시 바닥에 자작하게 고여 있는데, 여기서 젓가락으로 살을 뜯어서 밥이랑 같이 먹으면 돼요. 뼈가 있어서 손으로 들고 뜯는 사람도 많은데, 저는 젓가락으로 발라 먹는 쪽이에요. 와이프는 처음부터 손으로 들고 뜯더라고요. 뼈 주변 살이 제일 맛있다면서.
오래 끓일수록 진국 — 졸아든 국물의 맛

한참 먹다 보니까 국물이 처음보다 확 졸아들었어요. 처음에는 닭고기가 국물에 잠겨서 안 보였는데, 이쯤 되면 닭다리랑 날개 부위가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양념이 걸쭉하게 고기 표면에 달라붙어 있는 상태가 돼요. 닭볶음탕이 진짜 맛있어지는 건 이 타이밍이거든요. 국물이 졸면서 단맛이랑 매운맛이 농축되고, 감자는 반쯤 녹아서 국물에 섞이니까 걸쭉함이 더해지는 거예요. 처음에 떠먹었을 때랑 이때 떠먹었을 때 맛이 완전히 다릅니다. 솔직히 처음 나왔을 때는 좀 싱겁다 싶었는데, 졸아든 다음에는 간이 딱 맞더라고요. 와이프도 "아까보다 지금이 훨씬 맛있다"고 하면서 밥에 국물을 계속 끼얹고 있었어요. 닭볶음탕 국물에 밥을 말아서 비벼 먹는 게 이 음식의 마무리 공식인데, 이때 감자가 녹아서 걸쭉해진 국물이 밥알에 착착 감겨요.
밑반찬 — 기본 제공, 리필 무료

닭볶음탕이 단품 메뉴라고 반찬이 안 나오는 건 아니에요. 김치, 시금치나물, 감자샐러드, 가지무침, 단무지, 오이소박이까지 여섯 접시가 깔렸거든요. 한국 식당에서는 메인 메뉴를 주문하면 밑반찬, 그러니까 메인 요리와 함께 나오는 작은 반찬들이 기본으로 같이 나오고 다 먹으면 리필도 돼요. 추가 비용은 없습니다. 솔직히 반찬 가짓수는 가게마다 천차만별인데, 여기는 여섯 가지면 나쁘지 않은 편이에요. 다만 양이 좀 적더라고요. 접시가 작아서 한두 젓가락이면 바닥이 보이는 것도 있었어요. 리필하면 되긴 하는데 매번 부르기가 좀 번거롭잖아요.
반찬 하나씩 살펴보기






반찬을 하나씩 보면, 오이소박이는 오이를 칼집 내서 매콤한 양념을 채워 넣은 건데 아삭한 식감이 살아 있어서 닭볶음탕 먹다가 입안이 얼얼해질 때 한 조각 집으면 개운해져요. 단무지는 무를 달콤한 간장에 절인 건데, 여기는 좀 두껍게 썰어서 나왔더라고요. 쫀득한 식감이 괜찮았는데 단맛이 좀 강한 편이긴 했어요. 가지무침은 참기름이랑 깨가 살짝 뿌려져 있고 당근채가 섞여 있는데, 물컹한 식감이 호불호가 갈리는 반찬이에요. 와이프는 가지를 안 좋아해서 이건 손도 안 대더라고요. 감자샐러드는 한국식으로 옥수수알이랑 게맛살이 섞여 있는 마요네즈 샐러드인데, 매운 음식 먹다가 이걸 한 숟갈 먹으면 입안이 부드러워지거든요. 개인적으로 고깃집 반찬 중에 제일 좋아하는 건데 양이 너무 적어서 세 숟갈이면 끝나버렸어요. 시금치나물은 참기름에 무친 거라 고소한 맛이 나고, 김치는 배추김치인데 국물이 자작할 정도로 잘 익은 상태였어요. 닭볶음탕 자체가 이미 매콤한데 김치까지 먹으면 맵지 않냐고 할 수 있는데, 의외로 익은 김치의 신맛이 기름진 국물을 잘 잡아줘서 자꾸 손이 갑니다.
집에서 해먹을까, 밖에서 먹을까
집에 돌아오는 길에 와이프가 "다음에는 집에서 해먹어볼까" 하더라고요. 닭볶음탕이 재료만 놓고 보면 단순한 편이라 집에서도 못 할 건 없거든요. 근데 솔직히 이 맛을 집에서 똑같이 내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양념이 끓으면서 졸아드는 그 타이밍이라든지, 가게 불판 위에서 계속 보글보글 끓이면서 먹는 그 분위기까지 포함하면 밖에서 먹는 닭볶음탕은 좀 다른 음식이 되거든요.
둘이서 35,000원 — 가격은 좀 있는 편
둘이서 먹고 나온 금액이 35,000원이었는데, 닭볶음탕 소자 하나가 그 가격이에요. 밥은 기본 제공이라 따로 추가한 건 없고요. 닭 한 마리에 채소, 밥, 반찬까지 세트로 나오는 구조라 단품치고는 시작 가격이 좀 높게 느껴지긴 해요. 아쉬웠던 건 또 있는데, 닭볶음탕 특성상 먹고 나면 옷에 냄새가 꽤 밴다는 거예요. 매콤한 양념 냄새가 점퍼에 스며들어서 집에 와서 바로 세탁기 돌렸어요. 외투는 벗고 먹는 게 나았을 텐데 그 생각을 못 했더라고요.
와이프가 차에서 졸면서 한마디 했어요. "고기는 역시 밖에서 먹어야 돼." 아까 집에서 해먹자고 한 건 누구였는지 모르겠지만, 저도 그 말에는 동의합니다.
닭볶음탕 기본 정보
닭볶음탕, 처음이라면 이것만 알면 돼요
닭볶음탕이랑 닭도리탕은 다른 음식인가요?
같은 음식이에요. 원래 닭도리탕이라고 불렀는데, '도리'라는 말의 어원을 두고 논쟁이 있었거든요. 일본어에서 새를 뜻하는 '토리'에서 왔다는 주장 때문에 국립국어원이 1992년에 '닭볶음탕'을 표준어로 정했어요. 지금도 식당 간판에는 둘 다 섞여서 쓰이고 있고, 메뉴판에 어느 쪽으로 써 있든 나오는 음식은 똑같습니다.
얼마나 매워요?
빨간 색만 보면 엄청 매워 보이는데, 실제로는 중간 정도예요. 고추장 베이스라서 매운맛보다 단맛이랑 감칠맛이 먼저 올라오거든요. 한국 매운 음식 기준으로 보면 떡볶이보다 덜 맵고, 김치찌개랑 비슷하거나 살짝 순한 정도예요. 주문할 때 '안 맵게 해주세요'라고 말하면 조절해주는 곳도 있어요.
어떻게 주문하나요?
메뉴판에서 소, 중, 대 중 인원에 맞는 사이즈를 고르면 돼요. '닭볶음탕 소자 하나요'라고 말하면 됩니다. 밥이랑 반찬은 기본 제공이라 따로 주문할 필요 없고, 소자 기준 35,000원 안팎에서 시작해요. 닭 한 마리에 채소, 밥, 반찬까지 포함된 가격이라 1인당 17,000~18,000원 정도 되는 셈이에요.
먹는 방법이 따로 있나요?
처음 나오면 바로 먹지 말고 5분 정도 끓인 다음 먹기 시작하면 돼요. 국자로 닭고기랑 감자를 개인 접시에 덜어서 밥이랑 같이 먹으면 되고, 뼈째 나오니까 젓가락으로 살을 발라 먹거나 손으로 뜯어도 괜찮아요. 국물이 졸아들면 밥을 넣고 비벼 먹는 게 마무리 순서예요.
혼자서도 먹을 수 있나요?
솔직히 어려운 편이에요. 기본이 2인분 단위라서 혼자 가면 양도 많고 가격도 35,000원이니까 부담이 되거든요. 1인 닭볶음탕을 파는 곳도 간혹 있긴 한데 흔하지는 않아요. 혼자라면 같은 닭 요리인 찜닭이나 닭한마리 전문점이 1인분 주문이 되는 곳이 더 찾기 쉽습니다.
옷에 냄새가 많이 배나요?
네, 꽤 배요. 테이블 위에서 계속 끓이면서 먹는 음식이라 매콤한 양념 냄새가 옷에 스며들거든요. 외투는 벗고 먹는 게 좋고, 머리가 긴 분은 묶는 게 나아요. 식당에 따라 앞치마를 빌려주는 곳도 있으니까 있으면 활용하는 게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