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여행
언어한국어
개시2026년 5월 10일 21:03

보성 녹차밭 대한다원 입장료 무료로 다녀온 날 | 외국인 와이프와 전남 보성 당일치기

#보성 녹차밭#대한다원#한국 여행
약 5 분 읽기

신안에서 보성까지, 갑자기 잡은 일정

신안 갔다가 그냥 돌아오기 아쉬워서 보성 녹차밭까지 발을 뻗은 게 지난 월요일, 5월 4일이었어요. 한국 여행, 한국 가볼만한곳 하면 외국인들은 서울, 부산, 제주만 알거든요. 옆에 앉은 외국인 와이프도 마찬가지였는데, 한국에서 같이 살면서 가본 곳이라곤 뻔한 데뿐이라 이번에는 좀 다른 곳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대전에서 아침에 출발해 신안에서 반나절 보내고, 목포에서 파스타로 늦은 점심을 먹었는데 거기서 네비 찍어보니까 보성이 한 시간 거리더라고요. "이 근처까지 왔는데 그냥 가?" 한마디에 바로 경로 변경했습니다. 차 안에서 와이프한테 "녹차 아이스크림 사줄게" 했더니 눈빛이 달라지더라고요.

주차장에서 본 첫 풍경

보성 녹차밭 주차장 옆 잔디밭과 돌비석, 뒤쪽 언덕에 차나무가 줄지어 심어져 있는 모습

주차장에서 내리자마자 보이는 풍경인데, 여기가 녹차밭인가 싶었어요. 잔디밭 위에 돌비석 하나 서 있고 뒤쪽 언덕에 차나무가 보이긴 하는데, 알고 보니 개인 사유지 같은 곳이라 오늘 갈 대한다원은 아니었습니다. 실제 보성 녹차밭은 여기서 10분 정도 더 걸어 들어가야 나오거든요. 이날 마침 제49회 보성다향대축제가 열리고 있었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규모가 크진 않더라고요.

축제장 안내도와 구역 구성

보성다향대축제 축제장 안내도, 네 개 구역으로 나뉜 전체 지도

축제장 입구에 안내도가 크게 붙어 있었어요. 구역이 네 개로 나뉘어 있는데, 주차장 쪽에 녹차밭과 다향아트밸리, 안쪽으로 잔디광장과 체험부스, 더 위로 한국차박물관, 맨 꼭대기에 타읍차밭까지 이어집니다. 우리는 시간이 없어서 녹차밭 쪽 한 구역만 봤는데, 그것만으로도 규모가 꽤 됐어요. 전부 다 돌려면 반나절은 잡아야 할 거예요.

보성다향대축제 아치 앞에서

제49회 보성다향대축제 꽃장식 아치 조형물 앞 전경
보성다향대축제 아치 앞에서 봄꽃과 함께 찍은 사진

축제 아치 조형물 앞에서 와이프 사진을 찍어줬어요. 양옆으로 루피너스랑 금잔화 같은 봄꽃이 깔려 있고, 뒤쪽 언덕에 녹차밭이 살짝 보이는데 월요일이라 사람이 별로 없었습니다. "한 장만 찍자" 했는데 결국 각도 바꿔가며 열 장 넘게 찍었어요.

프로방스풍 거리

보성 녹차밭 입구 프로방스풍 파스텔톤 건물과 기념품 가게 거리

아치를 지나면 양쪽으로 기념품 가게랑 카페가 늘어선 거리가 나오는데, 주황색 지붕에 파스텔톤 벽이라 놀이공원 입구 같은 프로방스풍 분위기였거든요. 규모가 엄청 큰 건 아닌데 나는 이런 분위기를 좋아해서 괜히 기분이 좋았습니다. 와이프도 조명 줄이 매달린 걸 보더니 "밤에 오면 더 예쁘겠다" 하더라고요.

공방 체험과 녹차밭 가는 길의 꽃들

보성 녹차밭 천연염색 체험 공방 외관
목련공방 녹차 베개와 천연 염료 옷가지 진열

거리를 따라 올라가면 천연염색이랑 바느질 체험 공방이 있어요. 녹차 베개를 4만 원에 팔고 있었는데 와이프가 한참 만지작거리다가 그냥 지나갔습니다.

보성 녹차밭 가는 길에 핀 파란 수국
아치 조형물 옆 종 모양 디기탈리스 꽃
빨간 제라늄 사이로 보라색 루피너스가 뻗어 있는 꽃길
보성 녹차밭 산책로 주변 다양한 봄꽃 풍경

녹차밭이라 온통 초록일 줄 알았는데 가는 길에 꽃이 정말 많았어요. 수국, 디기탈리스, 제라늄, 루피너스까지 색이 전부 달라서 와이프가 꽃 앞에서 멈출 때마다 나는 서서 기다렸거든요. 녹차밭 보러 온 건데 꽃 구경만 한참 했습니다.

축제장 푸드트럭

보성다향대축제 푸드트럭 크림새우 메뉴판
노란색 푸드트럭에서 파는 추억의 주전부리
검은색 푸드트럭 앞에 줄 서 있는 사람들

축제장 한쪽에 푸드트럭이 서너 대 있었는데, 크림새우 만 원, 타코야키 5천 원이었어요. 축제 분위기라기보다 동네 야시장 느낌이라 크림새우가 땡기긴 했는데 만 원이 아까워서 참았습니다.

녹차밭 속 한옥 마을

보성 녹차밭 안쪽 한옥 지붕과 돌담길
기와지붕 아래 나무 그늘 사이로 햇빛이 비치는 한옥 구역

안쪽으로 들어가면 한옥 지붕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구역이 나와요. 기와지붕 아래 돌담길이 이어져 있는데 전주 한옥마을을 축소해 놓은 듯한 분위기였거든요. 보성 녹차밭 하면 초록 언덕만 떠올렸는데 이런 풍경까지 섞여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드디어 만난 대한다원 녹차밭

대한다원 녹차밭 전경, 곡선으로 층층이 심어진 차나무와 뒤쪽 산 능선

여기가 진짜였어요. 한옥 구역 지나서 언덕을 조금 올라가니까 대한다원 녹차밭이 탁 펼쳐지는데, 순간 말이 안 나왔거든요. 차나무가 곡선으로 층층이 심어져 있고 오후 햇빛을 받으니까 연두색이랑 진초록이 번갈아 빛났습니다. 뒤쪽 산 능선까지 초록이 끊기질 않아서 한국에 산 지 몇 년 된 와이프도 이런 풍경은 처음이라며 한동안 멍하니 서 있더라고요.

차나무 사이 산책로

보성 녹차밭 차나무 사이 좁은 흙길과 소나무 한 그루

차나무 사이 좁은 흙길로 들어가 봤는데, 양옆으로 허리 높이까지 차나무가 올라와 있어서 미로 속을 걷는 기분이었어요. 중간에 소나무 한 그루가 서 있길래 거기서 와이프를 세워놓고 찍었습니다. 근데 길이 좁고 울퉁불퉁한 데다 경사도 있어서 슬리퍼 신고 왔으면 꽤 고생했을 거예요.

보성 녹차밭 위에서 내려다본 전경, 차나무 곡선과 한옥 지붕

조금 더 올라가서 뒤를 돌아보니까 걸어온 녹차밭이 한눈에 내려다보였어요. 차나무 곡선 아래로 한옥 지붕이 보이고, 왼편으로는 축제장 건물까지 다 들어왔습니다. 와이프한테 "주말이었으면 사람 사이로 머리만 찍혔을 거야" 했더니 월요일에 온 걸 처음으로 고마워하더라고요.

이날의 베스트 사진

보성 녹차밭 차나무 사이로 걸어 올라가는 뒷모습, 멀리 소나무 능선

와이프가 차나무 사이로 걸어 올라가는 뒷모습인데, 나중에 보고 이게 제일 잘 나왔다고 난리였어요. 오른쪽 구석에 밀짚모자 쓴 분이 찻잎을 따고 계셨는데, 그걸 보니까 여긴 관광지이기 전에 진짜 농장이구나 싶었습니다.

보성 녹차밭 세로 사진, 비행운이 그어진 하늘과 금빛 찻잎

같은 자리에서 세로로 한 장 더 찍었는데 렌즈에 손가락이 살짝 걸렸어요. 보통이면 지우겠지만 오히려 분위기가 묘해서 남겨뒀습니다. 하늘에 비행운 하나가 길게 그어져 있고, 5월 오후 햇살에 찻잎 끝이 금빛으로 반짝이는 게 이날 찍은 사진 중에 제일 기억에 남거든요.

내려오는 길과 포토존

보성 녹차밭 하산길, 보라색 꽃과 민들레 모양 조형물이 역광에 반짝이는 돌길

내려오는 길도 그냥 놔두질 않았더라고요. 돌길 양옆에 보라색 꽃이 깔려 있고 민들레 모양 조형물이 역광을 받아 은색으로 빛났어요. 다만 경사가 있는 돌바닥이라 미끄러울 뻔한 구간이 한두 군데 있었는데, 운동화 아니었으면 위험했을 것 같습니다.

보성 녹차밭 분홍 아치와 노란 문 포토존, 핑크색 계단

녹차밭 곳곳에 이런 포토존이 있었어요. 분홍 아치에 노란 문, 계단까지 핑크색으로 맞춰놔서 와이프가 보자마자 뛰어가더라고요. 아래쪽에 내 그림자가 길게 찍힌 거 보니까 해가 슬슬 기울고 있었나 봅니다.

녹차 특산물 판매점

보성 녹차 특산물 판매점 외관, 노란색 건물에 타공 조형물

나오는 길에 보성 녹차 특산물 판매점이 있었는데, 녹차 잎차부터 가루녹차, 과자류까지 쭉 진열돼 있었어요. 구경만 하고 빈손으로 나와서 밖에 벤치에 주저앉았는데, 하루 종일 걸어 다닌 게 그제야 몰려왔습니다.

보성 대한다원 녹차밭 방문 정보

주소 : 전라남도 보성군 보성읍 녹차로 763-43

운영시간 : 3~10월 09:00~18:00 / 11~2월 09:00~17:00

입장료 : 성인 4,000원, 청소년 3,000원 (보성다향대축제 기간에는 무료)

주차 : 무료 (1~3주차장, 1주차장이 입구에서 가장 가까움)

소요시간 : 한 구역만 돌 경우 약 1시간~1시간 30분, 전체는 반나절

참고 : 반려동물 출입 금지, 운동화 착용 권장

돌아가는 길

차에 타고 네비를 대전으로 찍으니까 두 시간 반이 떴어요. 와이프는 조수석에 앉자마자 신발 벗고 발 주무르더니 5분도 안 돼서 잠들었습니다. 아침에 대전 출발해서 신안, 목포 거쳐 전남 보성까지 온 거라 체력적으로 빡셌던 건 맞는데, 사진 넘겨보면서 괜히 웃음이 나왔거든요. 아쉬운 건 시간이 부족해서 녹차밭 한 구역밖에 못 봤다는 거랑, 녹차 아이스크림을 끝내 안 먹고 온 거. 평소에는 대한다원 입장료가 성인 4,000원인데 보성다향대축제 기간이라 무료로 들어갔으니 타이밍은 좋았던 셈이에요. 고속도로 타고 한참 달리는데 와이프가 잠결에 "녹차 베개 살걸" 하더라고요. 나는 그 말 듣고 혼자 피식 웃었는데, 그게 이날의 마지막 대화였습니다.

작성일 2026년 5월 10일 21:03
수정일 2026년 5월 10일 21:03